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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송영길 "사드, 한미간 어떤 합의문서도 없다"
"국방부, '공동발표만 했을뿐 합의문서 없다' 시인"…"한미 합의 존중" 대선주자들 무색
2017-03-14 18:29:04 2017-03-14 22:32:44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강행 중인 사드 배치가 우리나라 정부와 미국 정부 사이에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어떤 합의 문서도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부가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중대 사안을 효력 있는 문서도 없이 구두 합의 등으로 임의 강행하는 것이어서 큰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한미 간 합의'를 강조한 대선주자들의 사드 배치에 대한 태도도 일정 정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사드 문제와 관련해 국방부와 외교부 등에 관련 합의 문서가 존재하는지 확인했는데, 결론적으로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혹시 비밀문서여서 정부가 확인 자체를 거부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까지 모두 확인해봤지만 실제로 없었다"고 강조했다.
 
송 의원과 함께 한미 간 사드 합의문서 존재를 확인해온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측도 이날 "국방부 관계자로부터 한미 간 어떤 합의문도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확인했다. 평통사 관계자는 "지난 2월 국방부와 외교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사드와 관련한 질의를 했다"며 "복수의 관계자들로부터 '사드 배치는 서면으로 합의되지 않았고, 법적으로 검토해보니 조약이나 기관 간 약정이라고 볼 수도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평통사 측에 따르면 먼저 외교부 관계자는 "국방부로부터 사드 배치에 대한 한·미 간 합의나 관련 협의를 의뢰받지 못했다"며 "사드 문제의 주무 부서는 국방부이므로 외교부가 정확히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방부의 경우 대량살살무기대응과 관계자는 사드 배치에 대한 한미 간 합의의 법적 성격에 대해 "사드 배치는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주한미군주둔군지위협정에 따라 추진되는 것으로 사드 배치와 관련된 결과보고서를 정책기획관과 주한미군 기참부장이 사인하고 양국 장관이 승인한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법무관리관실 관계자는 같은 질문에 대해 "국가 간 합의는 조약과 조약 아닌 것으로 나뉘는데, 사드 배치 합의는 조약이라고 볼 수 없고, 기관 간 약정이라고 볼 수도 없다"며 "사드 배치 합의가 서면으로 된 것이 아니어서 기관 간 약정이 아니고 한미 공동으로 발표한 행위만 있을 뿐 서면으로 된 것은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또 '공동실무단 운용결과 보고서'에 대해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보고서는 사드 배치에 대한 가장 적합한 지역을 선정해 이를 장관에게 보고한 것이지 한미 간 합의라고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가 말한 '한 ·미 공동 운용결과 보고서'는 공동실무단이 한반도 내 사드 배치의 군사적 효용성과 환경, 건강, 안전을 보장하는 방안 등을 조사·분석한 문서다.
 
이와 관련해 김해영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7월 국회입법조사처에 사드 배치에 대한 국회 비준동의 문제를 문의하자 입법조사처는 "사드 배치를 기관 간 약정으로 규정할 경우에는 국회의 비준동의가 불필요하며, 조약으로 규정할 경우에는 국회의 비준동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평통사 관계자는 "복수의 경로로 확인된 정부의 입장을 종합하면, 사드는 우리 정부 내에서도 국방부와 외교부 간 협의도 없었고 우리나라와 미국 정부 간 법적 효력을 지닌 서면 합의도 없이 일단 도입하기로 발표부터 하고 장비를 들여온 꼴"이라며 "굳이 분류하면, 구두로 체결돼 법적 구속력을 전혀 가지지 않는 '신사협정'에 해당하는데, 이에 의거해 추진되는 사드 배치는 원천적으로 무효고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그간 정부 주장을 그대로 믿고 "한미 간 합의 존중"을 주장해온 정치권과 일부 대선주자들도 입장이 난처해졌다.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그동안 "외교적으로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합의가 있는데 우리가 일방적으로 취소하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안희정 충남지사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크게 다르지 않은 입장이다. 
 
사진/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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