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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억이 7조로…삼성 '후계의 마법' 재부각
박영선 '이학수법' 재발의 추진…삼성물산 합병 다시 도마에
2016-12-13 16:13:25 2016-12-14 09:05:08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삼성물산 합병 문제가 최순실 게이트로 재논란에 휩싸이면서 삼성의 승계 문제도 다시 화두에 올랐다. 재단 출연 및 최씨 모녀에 대한 지원이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표를 이끌기 위한 대가성이었다는 의심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탄핵사유로도 실렸다.
 
법적 시비와 함께 여론의 눈초리도 싸늘해지면서 삼성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부당이익 환수를 위한 이른바 ‘이재용법’도 20대 국회에서 재발의될 전망이다. 재벌개혁을 외치는 ‘촛불민심’과 봇물 터진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승계 막바지에 다다른 삼성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지난 6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마주한 채 “아버지로부터 60억 받아서 당시 증여세나 상속세로 16억을 냈고 지금 재산이 보통 8조라고 한다”며 “8조가 만들어지는 동안 헐값 매각, 편법 인수, 편법 증여 시비가 있었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국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에까지 손을 댔다”고 맹비난했다.
 
박 의원은 19대 국회 때 ‘이학수법(특정재산 범죄수익 등의 환수 및 피해 구제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며 삼성 저격수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당시 법안은 본회의에도 오르지 못하고 폐기됐지만 20대 국회 들어 재발의를 추진 중이다. 법안 이름도 이재용법으로 수정했다.
 
13일 삼성 측에 따르면 정확히는 이재용 부회장이 1994년경 100억원에 약간 못 미치는 금액을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아 그중 절반을 증여세로 냈다. 증여엔 법적 문제가 없었지만 현재까지 재산이 7조원 가까이 불어난 과정에서 부당 이익을 편취했다는 논란은 적지 않다. 주로 비상장주식을 매입해 상장 후 시세차익을 거두거나 계열사 주식 관련 사채를 저가에 매입해 지분을 늘리는 편법이 도용됐다는 지적이다. 삼성 지배구조 정점인 삼성물산의 지분 취득 과정과 삼성 특검에서 드러난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발행 사건이 대표적이다.
 
부친으로부터 100억여원을 증여받은 그 즈음 이 부회장은 비상장 기업인 에스원, 삼성엔지니어링, 제일기획 등의 주식을 매입해 상장 후 상당한 시세차익을 거뒀다. 이러한 재테크를 통해 초기 증여 재산은 2년여 사이 200억여원으로 불어났다. 1996년 에버랜드가 전환사채를 발행해 이 부회장 등 총수일가 3세들에게 배정했다. 에버랜드 주식이 전혀 없었던 이 부회장은 전환권 행사 후 지분 31.37%를 갖게 된다. 여기에 들어간 돈이 48억원이다. 당시 외부 평가액은 주당 10만~30만원 정도였는데 실제 거래가격은 7700원에 불과했다.
 
삼성에버랜드는 이후 급성장했다. 배경엔 계열사로부터의 일감몰아주기, 삼성생명 지분 저가 취득 의혹 등이 제기됐다. 2013년 제일모직 패션사업을 인수해 몸집을 키우며 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바꿨다. 2014년 제일모직이 상장한 첫날 종가 기준 이 부회장의 지분가치는 3조5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삼성물산과의 합병에 이른다. 제일모직 주식 23.2%를 갖고 있던 이 부회장은 합병 후 통합 삼성물산 지분 16.5%를 확보하게 됐다. 지난해 9월 상장 첫날 삼성물산에 대한 이 부회장 지분 가치는 5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SDS의 경우 1996년 12월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삼성전기 등이 실권한 주식을 인수한다. 이 역시 계열사들이 저가의 지분 인수 기회를 포기했기에 가능했다. 이후 1999년 삼성SDS는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했고, 삼성증권과 SK증권이 샀다가 이 부회장(취득액 47억원) 등 3세에게 되판다. 여기서도 행사가격은 7150억원이었는데 당시 장외 거래가격은 6만원선이었다. 이는 총수일가에 대한 지원성 거래로 판단돼 2008년 삼성 특검에서 이건희 회장 등이 배임죄 판결을 받았다. 삼성SDS도 내부거래가 급증하는 등 일감 몰아주기 논란 속에 급성장해오다 2014년 말 상장한다. 현재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 평가액은 1조원을 웃돈다.
 
삼성SDS는 사업 분할을 검토 중이다. 시장에서는 인적분할을 공론화한 삼성전자와 함께 내년 분할 회사가 삼성물산 등에 합쳐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모두 이 부회장의 지분 가치를 늘려 지배력을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승계 시나리오다.
 
블룸버그가 지난 9일 기준 집계한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이 부회장의 재산은 58억달러(약 6조7465억원)로 추산됐다. 이 부회장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삼성그룹 15개 상장 계열사의 시가 총액은 400조원에 육박한다. 내년 삼성전자 인적분할 후 삼성물산 합병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성사되면 지분 승계는 마무리된다. 엘리엇이 주주가치 증대 방안으로 명분을 제공했다. 삼성전자 주식이 최대 70% 저평가됐다는 엘리엇의 주장에 근거하면 단순계산으로 내년 합병 시 이 부회장의 재산은 11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특검 당시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발행 사건으로 기소된 이건희 회장은 대국민 사과 성명을 내고 자신의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 차명계좌 재산의 사회 환원을 약속했다. 약속은 아직 미완성이다. 이 부회장은 청문회에서 “약속을 지키려고 계획을 세우던 중 와병으로 타이밍을 놓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불법, 편법이 동원된 승계를 사회적, 법적으로 허용 내지는 눈 감아주는 형태”라며 “법, 제도 정비를 통해 원천봉쇄가 되지 않으면 총수일가의 세습에 대한 욕망을 꺾을 수 없고 결국 무리한 일이 발생하게 된다. 현실에 맞는 규제를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한 두가지 법률적 수단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 때문에 재벌 문제가 커진다”며 “여러 수단에 대한 합리적 체계성을 높이고 일관된 집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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