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외환'에 시달렸던 새누리당이 이제는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내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모임인 비상시국회의는 1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친박(박근혜)계 핵심 등 당내 일부 주류 의원들의 탈당을 촉구했다.
비상시국회의 대변인 황영철 의원은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를 방기한 '최순실의 남자들'에게 당을 떠나라고 한 바 있다. 이분들의 명단을 발표하겠다"며 "친박 지도부의 이정현 대표,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 친박 주동세력 서청원·최경환·홍문종·윤상현 의원, 국민의 준엄한 촛불 민심을 우롱한 자 김진태 의원 이상 8명은 즉각 당에서 떠나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특히 전날 당 소속 의원 50여명과 함께 '혁신과 통합의 연합'이라는 이름의 모임을 결성한 친박계를 향해 "친박세력의 모임은 사실상 보수의 재건을 반대하는 수구세력들이 모여서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방편으로 당을 사당화하려는 술책을 부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탈당 당사자로 지목된 이정현 대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 대표는 "그 모임(비상시국회의)은 오늘 아주 가소로운 짓을 했다"며 "그 무더운 여름에 28만 당원들이 검증을 통해 뽑은 지도부를 무력화시키고 마치 자신들에게 모든 당권이 있는 것처럼 당의 중대한 사항들을 자신들이 결정하고 발표하며 그 결과 당에 여러 해를 끼쳤다"며 "특히 누구누구 거명해서 나가라 이렇게 이야기를 한 것은 정말 가소로운 짓"이라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특히 친박계의 타깃이 되고 있는 비주류의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겨냥한 듯 "뭉쳐도 부족할 판에 자꾸 상대를 자극하고 도발해 반작용을 유도하는 것들이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한 행위들을 보며 저는 참 정치할 자격없는 사람들이 참 너무나 많은 권한을 휘두르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며 맹비난했다.
혁신과 통합의 연합 모임에 이름을 올린 이장우 최고위원 역시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당을 분열시키고 파괴한 핵심 주도자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당원들과 보수인사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기 때문에 2인은 즉시 당을 떠나라는 것이 (최고위원회의의) 공통적 의견"이라고 맞받았다.
그는 당 지도부가 이들에 대한 출당 조치까지 검토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 (절대 안 나간다면) 당에서 출당시키는 수밖에"라며 강수를 뒀다.
계파 간 감정의 골이 깊게 패면서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의 분당을 기정사실화하고 '누가 나가느냐'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양 계파는 지난 9일 탄핵안 표결 결과를 두고도 각자의 우위를 주장하며 서로가 당의 주인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비주류는 탄핵안 표결로 여당 내 탄핵안 찬성표가 최소 62표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난 만큼 비상시국회의 소속으로 사전에 찬성 의사를 밝힌 33명 의원 외에 비주류에 힘을 실어줄 의원들의 숫자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친박계는 11일 혁신과 통합 연합 모임에 참석한 인원 50명에 더해 중립지대에 남아있는 의원들이 여전히 있고, 이들 중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졌더라도 분당 상황 등 당이 중대기로에 서면 친박계와 결을 같이 할 의원들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편, 당분간 당 수습을 책임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가동과 예민하게 맞물렸던 원내지도부의 거취 문제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이날 사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일단락됐다.
정 원내대표 거취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정현 대표가 약속대로 21일 사퇴할 경우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 체제 전환과 관련한 ‘판을 짜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친박계는 정 원내대표가 그동안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며 이 대표의 ‘마지막 임무’를 정 원내대표 보다 하루라도 늦게 사임하는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정 원내대표의 사의 발표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정 원내대표가 이 대표의 조기 사퇴를 압박하는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친박계의 사퇴 압력을 받은 결과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시국회의 모임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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