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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악마의 프레임' 불태운 '12월의 촛불'
2016-12-04 14:03:29 2016-12-04 14:03:36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
 
세계사에 기록될 촛불혁명을 상징하는 철학이고 정신이다. 단순한 레토릭이 아니다. 이 시대를 상징한다. 최악의 대통령과 위대한 시민이 공존하는 2016년 대한민국의 기이한 풍경은 함정에 빠진 민주주의 역사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추락시킨 국격을 떠받쳐 세우는 것은 오직 거리의 국민들이다. 232만 명! 박근혜 즉각 퇴진과 구속을 외치면서 평화항쟁을 12월로 이어간 이 도도한 저력은 지금 권력의 거처가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보여준다.
 
이 ‘위대한’ 국민을 계몽하려 든 ‘한낱’ 정치권은 큰 타격을 받았다. 이른바 탄핵정국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던 정치인들은 대중의 뭇매를 맞았다. 사건 초기, 제1 야당인 민주당이 대중의 분노를 헤아리지 못하고 마냥 헤매고 있을 때, 정의당과 함께 가장 먼저 이 사건을 헌법파괴사건으로 규정하고 퇴진과 탄핵을 주장했던 국민의당이 탄핵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외면한 순간 거대한 역풍을 맞았다. 국민의 힘을 고려하지 않고 국회의원 숫자를 근거로 한 현실론이 국민의 마음을 자극했다. 즉 새누리당 설득 프레임이 구걸로 비쳐졌고 이는 분노한 국민들의 마음에 또 한 번 깊은 상처를 남겼다. 새누리당이 문제해결의 주체가 되는 악마의 프레임을 국민들은 온몸으로 거부했다.
 
‘정치8단’ 박지원 대표의 행보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른바 ‘비박 설득 프레임’과 개헌에 대한 집착으로 국민의당뿐 아니라 안철수 전 대표가 박근혜 게이트를 통해 그 동안 쌓아왔던 ‘강철수’ 이미지를 훼손했다. ‘탄핵은 상정이 아니라 가결이 목표’라는 주장은 박근혜 헌법파괴의 공범 새누리당에게 정치적 주도권을 넘겨주는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 탄핵의 목표는 헌법을 파괴한 범죄자에 대한 정의로운 헌법적 절차라는 것이 그 본질이다. 왜 우리가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촛불 민심의 철학에 깊이 뿌리내려야 하는지 보여준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이전엔 존재하지 않았던 광장의 함성을 통해 정치적 감성을 극적으로 깨우고 있다. 기득권 구조에 함몰돼 정치권이 해결하지 못했던 부패, 대한민국을 리빌딩하지 않고는 해결하기 어려울 정도로 썩어버린 부패체제의 청산을 요구하고 있다.
 
박근혜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범인 새누리당, 이들과 기득권 나눠먹기에 참여했던 야당들도 예외가 아니다. 국민들의 요구는 정의를 바로 세우고 불평등 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라는 것이지 단순한 여야 정권교체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이미 그것을 훌쩍 넘어섰다. 왜 야당 정치인들이 광장의 연단에 서지 못하는지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지금 아직도 국민을 계몽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정치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이 지긋지긋한 부패 기득권체제를 만들어온 장본인이 이른바 엘리트들이기 때문이다. 이는 브렉시트나 트럼피즘이 보여준 바와 같다. 물론 방향은 다르다. 브렉시트와 트럼피즘이 인종주의, 국가주의 등 퇴행적 포퓰리즘이라면 지금 우리 국민들의 항쟁은 진실과 정의를 향한 놀라운 전진이다.
 
2만 명에서 시작한 촛불혁명이 6차에 오면서 232만명으로 늘어났다. 대통령의 거짓말 담화는 항상 불을 질렀다. 온갖 방법을 동원한 집권세력의 역공도 완전히 돌아선 국민들의 마음을 돌려놓기엔 역부족이다. 이미 촛불혁명은 검찰의 변화를 이끌어냈고 야당추천 특검체제도 출범시켰다. 슬로건의 진화도 눈에 띈다. 지금 광장에선 새누리당 해체와 재벌 공범론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대통령부터 정당, 재벌, 관료의 부패 카르텔을 깨자는 것이 광장의 민심이다. 대통령 퇴진과 함께 여성주의 이슈가 논의되는 것도 광장이 민주주의 공론장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목표가 중요하다고 해서 사회적 약자를 혐오하거나 폄훼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광장의 여론이다.
 
소셜 미디어 시대다. 정치인의 일거수일투족이 빛의 속도로 전파된다.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한방에 훅 갈 수 있는 민감한 시기다. 촛불혁명의 중심에서 아웃사이더 이재명 시장이 떠오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가 계산된 해법을 제시해서가 아니라 정의로운 투쟁을 했기 때문이다. 그가 단지 광장에 있어서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 내내 일관되게 기득권체제를 타파하기 위한 투쟁을 해왔기 때문이다. 대선을 꿈꾸는 정치인들은 고장난 계산기를 버리고 정치의 본질로 돌아가 국민의 편에 확고히 서야 한다. 현실적인 선택이 아니라 정의로운 행동을 해야 한다. 정치 9단이 필요한 시대가 아니라 부패 기득권 체제를 타파할 정치혁명가가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누가 거리에 나뒹구는 권력을 주워들 것인가.
 
박노해 시인이 말했다.
"촛불이 길이다, 촛불이 이긴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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