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미국대통령당선으로 전 세계에서 갖가지 대단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 핵심에 미·중관계의 향배, 특히 경제관계의 전망이 있다. 최근 중국을 방문, 현지 분위기를 살펴보고 중국전문가들의 반응을 들어본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분석내용을 싣는다.<편집자>
얼마전 중국출장을 갔을 때 자연히 트럼프의 대통령당선이 화제가 됐다. 한 관변 연구자는 놀랍게도 트럼프당선이 궁극적으로 오히려 중국에 더 나은 기회를 줄 것이라고 했다. 가장 중요한 이유가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문제에 집중, 해외에서의 간여를 줄일 것으로 보고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인근국가들과의 ‘신실크로드 프로젝트’진행이 더 효과를 낼 것이다. 또한 트럼프가 중국에 직접적으로 인연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홍콩을 통해서 중국건설시장에 일부 진출하고 있는 등, 상업적 판단에 기초 결국은 타협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진단이었다.
중국내외의 각종 보도, 통계자료, 그리고 미·중경제 관계의 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나름대로의 논리로 앞으로의 관계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그러나 결론부터 내려보면 미·중경제관계를 무역, 투자, 기타 교류 등을 짚어보면 결국은 합리적인 판단에 의해서 양국경제관계의 미래는 비즈니스적인 결말이 날 것으로 판단된다.
미중경제관계의 핵심
우선 미·중 경제관계의 핵심은 역시 상호 무역관계의 확대와 미국의 대중투자유지 및, 중국의 대미 국채보유유지와 최근들어 급증하는 중국의 대미 투자확대라고 특징지을 수 있다. 이를 좀 더 상세하게 살펴 보면 우선 미·중 경제관계의 핵심중의 하나는 양국간 교역이다.
한때 양국간 무역액수는 통계치가 서로 상당한 편차를 보인바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괴리를 좁히고 있다. 양국발표 무역액이 2015년 기준으로 5981억달러와 5540억달러로 거의 같다고 할수 있기 때문이다.
미·중간 교역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는 양국간 교역은 각각 12~15%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아주 중요하다. 즉 양국간 교역은 각국에서 1, 2위의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둘째, 중국은 미국에 대해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무역수지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2010년대 들어서서 연간 약 2000억 달러의 수지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금년에도 8월달까지의 추세를 보아, 연말까지는 3000억 달러 이상의 무역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미중 경제관계는 상호 투자관계이다. 사실 투자통계는 그 출처에 따라 다소 들쭉날쭉하였다. 중국국가통계국은 중국이 유치한 외국인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와 해외로 투자한 통계(ODI: overseas direct investment)를 잘 정리해 발표해오고 있다. 여기에 따른다면 2016년 3/4분기까지 미국은 중국에 대해 804억 달러를 투자, 중국이 유치한 총액 (1.6조 달러)의 5% 전후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여기는 일부 착시현상이 있을 수 있다. 홍콩을 통한 투자액수가 포함되지 않아서 과소평가되고 있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실제 미국측 자료에서는 대체로 804억 달러의 약 3배에 해당하는 2280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집계해 전체 중국투자유치액의 약 14.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미국에 대해서 2016년 3/4분기까지 총 755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최근 1~2년간에 중국이 대중 투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최근 미국의 경기회복, 중국의 대미 국채매입정체 등의 사실과 대조, 재미난 현상이라고 볼수 있다. 반면에 최근에 중국이 미국기업을 대대적으로 매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되고 있다. 이는 최근 들어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줄어드는 것과도 연관관계가 있다. 즉 중국화폐가 SDR 바스켓에 편입된 이상 구태여 달러중심의 외환보유고를 높게 유지할 유인이 훨씬 줄어들고 있다는 인식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경제교류관계는 관광 및 유학생을 포함한 상호인적교류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유학생 교류로 아직은 재미 중국유학생수와 재중미국유학생수가 크게 차이가 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미래의 주력으로서 이들의 추이를 볼 필요가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내 중국유학생수는 현재 32만8457명으로 대체로 학부, 석사 이상, 언어연수 및 교환학생으로 각각 3분의1, 약 10만 명씩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중국발표에 따르면 이들 유학생이 쓰는 금액이 연간 약 114.3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즉 1인당 평균적으로 약 3만5000 달러를 쓰고 있다고 분석되고 있다. 석사 이상 과정의 중국유학생 상당수가 장학생으로 판단돼 상당히 설득력 있는 수치로 이해되고 있다. 그 결과 미국유학 경험자는 200만 명 이상, 중국유학 경험자는 약 27만 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중국인들이 인적교류에서 미국에 많은 소비수요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할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TPP와 RCEP의 경쟁관계이다. TPP(Trans Pacific Partnership)는 미국과 일본 주도의 지역무역협정이었다. 중국은 이를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미-일 경제동맹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아닌가 하고 의구심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었다. 반면에 RCEP는 ASEAN 국가에다 한-중-일 3국을 합친(인도, 뉴질랜드, 호주도 포괄)개념으로 자연히 중국주도의 지역경제협력이 될 수밖에 없게 되어서 TPP와 RCEP이 서로 경쟁하는 듯한 현상을 노정해온바 있었다. 아직 TPP는 유동적이지만 RCEP는 중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출범, 신실크로드 프로젝트 진행 등으로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상을 기본으로 한다면 미.중경제 관계를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양국경제관계는 교역에서 각각 15% 전후의 중요성을 나타내고 있다. 액수로도 연간 5~6000억달러로 서로 경제적으로 뗄레야 뗄수 없는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미국으로서는 중국에 대해서 약 2000여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비록 무역수지가 적자이기는 하나 투자수익이 상당한 정도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것을 포함해 여행수지 등을 포괄, 정산한다면 종합수지 쪽에서는 반드시 적자만이 아닌 다른 얘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다가 중국으로부터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되는 생필품은 분명히 일반 미국인들에게 제공, 미국시민의 소비자 효용을 올리고 있다고 판단되고 있다.
반면에 중국으로서는 미국이 주요한 중국의 교역상대국이다. 이와 동시에 국부의 상당부분을 안정화 시킬 수 있는 대상국가로서 외환보유고 가운데 상당정도를 미국국채를 매입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미국의 경제운용에 있어서 필수적인 채권매입의 주요국가로서 일본과 함께 미국경제운용의 양대축을 받치고 있다. 즉 미국은 2016년 3/4분기말 현재 6조 1547억달러의 국채를 발행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이 18.8%인 1조 1570억 달러, 일본이 18.6%인 1조 1440억달러를 소화하지 못한다면 미국경제운용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미중경제관계는 이미 구조적인 문제로 정착돼 있다고 판단된다.
트럼프이후의 미·중 경제관계 전망
트럼프의 등장과 관련해 선거공약으로 제기된 경제적인 쟁점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제일 먼저 미국의 부흥을 위한 국내위주의 경제정책 방향이다. 그 일환으로 심지어 애플의 아이패드조차도 미국에서 조립하는 소위 리쇼어링마저도 거론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의 일환으로 중국제품수입에 대해서 45% 관세부과, 이와 관련 환율조작국지정(즉 RMB 환율인상), TPP협상 중단, 그리고 2015년에 가입한 파리기후협약 탈퇴 등이다. 그런데 선거공약이 그대로 실제정책으로 채택될지는 앞에서 거론된 미중경제관계의 기본적인 평가의 연장선상에서 재음미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이 중국과의 화해를 시작한 1970년대 초부터 특히 1989년 천안문사건이후 약 3년간 경제제재를 시행한 기간을 빼고는 애증의 관계였다. 1992년 중국이 대외개방을 가속화한 이후도 미중 관계를 단순히 경제관계로 인식하는 경우는 아주 미약하다. 그런데 2001년의 중국의 WTO가입으로 중국이 최대의 수혜자로 되었다. 여기에 2008년의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겪는 가운데 중국이 이 시기를 잘 활용해 한 단계를 뛰어올랐다. 마침 2008년은 중국의 새로운 경제발전을 시작한지 만 30년이 되는 해로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를 기회로 변경시키는 힘을 발휘했다. 어쩌면 중국은 WTO출범, 세계금융위기의 최대의 수혜자인지도 모른다.
현재는 중국이 미국경제규모의 반 이상의 크기로 성장(10.9조 달러 대 18.8조 달러), 세계최대교역국, 세계최대 외환보유국, 세계최대 미국국채보유국이 됐다. 중국이 부분적으로 경제운용에 결함(지방재정적자, 부동산 과열, 비은행 금융권 불안정성)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이 무작정 중국을 억압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트럼프 자체가 미국의 화교계의 지원도 받았으며, 유세기간동안 중국을 때리면서도 중국인의 위대성을 간간히 언급한바 있다. 또한 중국과의 직·간접적인 비즈니스를 하면서 중국의 실체를 잘 알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 중국도 미국과의 경쟁과는 별도로 자체 발전의 동력 마련을 위해서 나름대로의 준비를 해 온바 있다. 즉 신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진행 등 아시아지역 중시를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중국은 사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세계 전략을 채택했던 경우는 많지 않았다. 중국 자체가 천하였기 때문이다. 결국 트럼프의 등장은 일부 마찰은 있겠지만 미·중관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지는 못할 것으로 판단한다. 트럼프의 정체성은 정치인이라기 보다 비즈니스맨으로 규정 지을 수 있다. 상인의 행동양식의 바탕은 전략적이나 합리적 타협이다. 트럼프 역시 그런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중국을 무한정 압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중국 언론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친분이 있는 미국 아이오와주 테리 브랜스타드 주지사(오른쪽)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 초대 주중 미국대사로 선정될 가능성에 주목하는 가운데 지난 2012년 2월 시 주석이 아이오와주를 방문할 당시 두 사람이 만찬 행사에서 와인잔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아이오와 지역 일간지 디모인레지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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