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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12월 개통 수서고속철도 'SRT'…터널서도 시속 300㎞ '쌩쌩'
동탄역, 세계 최초 고속열차역사 스크린도어…요금, KTX보다 평균 10% 저렴
2016-11-02 16:09:58 2016-11-02 16:10:07
[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행복한 순간 함께 하겠습니다." 
 
2일 오전 10시 레드와인색(팥죽색) 유니폼을 말끔히 차려 입은 승무원들의 환한 인사를 받으며 수서발 고속열차 SRT에 올라 탔다.
 
고속열차의 메인 색이기도 한 레드와인색은 액운을 물리친다는 의미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해 왔던 팥죽색을 세련된 컬러로 표현한 것이다. 무엇보다 안전을 중시하겠다는 운영사 SR의 의지가 담겨있다.
 
10분 뒤 SRT는 출발지인 수서역을 뒤로 하고 국내 최장 터널인 율현터널로 미끄러지듯 진입했다. 출발한지 3~4분이 지나자 열차는 최고 속도인 300km에 다다랐지만 큰 진동을 느낄 수 없었다.
 
율현터널은 52.3km의 대심도 터널로 지하 40~50m 공간에 시공됐다. 수서고속철도 건설사업 총연장 61.1km 중 무려 86%를 차지한다.
 
국내 최장 터널인 만큼 이곳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설계됐다. 평균 2.3km 간격으로 대피가능통로 20개소를 설치했으며, 대피통로 이동시 유독가스 노출을 막기 위해 기밀형 방화문이 작동하도록 설계했다.
 
김복환 SR 사장은 "열차내 화재 발생시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해 훈련을 지속하고 있다"며 "한쪽에서는 공기를 불어넣고 다른 한쪽은 (공기를)빼는 방식을 통해 승객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승객 편리성 높인 SRT…넓은 좌석 공간에 사회적 약자 배려도
 
SRT 특히 승객의 편리한 열차 이용을 위해 많은 것을 배려 했다. 
 
우선 기존 KTX보다 넓은 앞뒤 좌석 공간을 제공한다. 특히 무릎 공간은 기존 KTX-산천의 143mm보다 57mm 넒어진 200mm를 적용해 앞좌석에 닿는 불편함이 크게 줄었다. 발뻗음 공간 역시 130mm에서 182mm로 넓혔다.
 
SR 관계자는 "항공기와 같은 슬림핏 시트를 적용해 앞뒤 간격이 5.7센티 넓어졌다"며 "기존 열차보다 넉넉한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승객의 편안한 여행을 돕도록 했다"고 말했다.
 
또 각 좌석마다 콘센트를 설치해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 전자기기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편리함에도 신경을 썼다. 터널 내 구간이 길어 바깥 풍경을 보지 못하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각 좌석에는 영상을 시청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이어폰잭도 마련했다.
 
SR은 또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도 신경썼다. 전체 10량 중 4호차 1량을 장애인, 노인 등이 우선 탑승할 수 있도록 하는 전용칸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요금은 일반석과 동일하지만 보다 안락한 시트와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목베게, 바닥 카페트 등을 제공한다.
 
특실은 개폐가 가능한 항공기형 수하물 보관 선반이 눈에 띈다. 전동식 리클라이닝 시트가 적용돼 약 41도까지 눕힐 수 있도록 해 쾌적하다. 무선인터넷(와이파이)도 기존 KTX보다 최대 10배 빨르다.
 
◇첫째도 둘째도 '안전', 화재부터 지진까지 대비…동탄역에는 스크린도어
 
수서고속철도 건설을 책임진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운영사 SR이 12월 운행에 앞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안전'이었다. 화재는 물론 경주 지진 이후 큰 우려를 낳고 있는 지진에 대비하기 위한 설계에 만전을 기했다.
 
전 구간에 내진 1등급인 리히터 규모 6.0 수준에 맞춰 설계와 시공을 했으며, 수서와 용인, 지제 등 정거장 3개소에 지진 감시설비를 설치해 신속한 감지와 대처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 지하 대심도에 건설되는 세계 최초의 고속철도역인 동탄역사에는 스크린도어도 설치했다. 고속열차가 통과할 경우 발생할 풍압이나 소음, 분진 등을 막기 위함이다. 지하철역과는 달리 열차와 스크린도어와의 거리를 넓혀 끼임 등에 의한 사고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강영일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지하구간 고속철도 역사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사례는 없다. 풍압이나 소음 등을 확인하고 외국 유사사례 등을 면밀히 조사해 설계에 반영했다"며 "도어 각 측면부에는 빨간색으로 개폐 장치도 설치해 비상사태 시 누구나 쉽게 열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수서고속철도는 본격적인 운행에 앞서 마지막 단계인 종합시험운행(영업시운전)이 지난 1일부터 실시되고 있다. 개통은 12월 중순 예정이다.
 
개통 시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2시간21분이 소요돼 경부고속선보다 8분이 단축될 전망이다. 또 용산~목포의 호남고속선보다는 7분이 줄어든다.
 
요금은 KTX보다 평균 10% 저렴하게 책정됐다. 수서~부산 구간은 5만2600원, 수서~목포는 4만6500원이다.
 
이날 시승식에 참여한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고속철도 부문에서 국내 최초로 경쟁체제를 도입해 그 의미가 클 뿐만 아니라, 국내 최장터널의 개통, 서울 강남지역에 거점역 기능을 할 수서역의 출범 등도 기념비적인 일"이라며 "(SRT가)안전확보를 위해 개통이 연기됐던 만큼, 안전에 있어서는 2중, 3중의 검증을 거치는 등 완벽한 안전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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