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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런의 꿈·고백 스민 ‘바람만이 아는 대답’
‘귀를 위한 시’ 만들어진 음악 여정…그 속에 담긴 인간적 이야기
2016-10-27 08:00:00 2016-10-27 08: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나는 포크뮤직의 완전한 스펙트럼을 믿을 수 있고 노래할 수 있었다. 그것은 너무나 현실적이고 삶 자체보다 더욱 진실하고 확대된 삶이었다. 내가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오직 포크뮤직이었다.…나는 포크뮤직과 함께 살기로 작정했다. (252쪽)”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포크록의 살아있는 전설 밥 딜런(76). 가수이자 음유시인이라 불리는 그의 유일한 자서전 ‘바람만이 아는 대답(문학세계사)’에는 딜런이 품었던 꿈과 파란만장한 삶의 여정이 솔직하고 담담하게 묻어 있다.
 
포크 음악에 빠져들게 된 계기부터 음악가 밥 딜런으로서 사람들에게 이름이 알려지기까지 빼곡이 담은 음악 여정의 이야기다. 동시에 아내와 아이들을 사랑하는 평범한 가장이자 청년시절엔 누군가의 사랑스런 남자친구이기도 했던 한 인간의 내밀한 독백이기도 하다. 시적이고 열정적이며 진지한 딜런의 삶이 녹아있다.
 
자서전은 비틀스와 롤링스톤스가 미국 음악계에 활기를 불어넣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시작한다. 1961년 21살의 나이에 유명한 포크 뮤지션이 되겠다는 꿈을 품고 뉴욕을 찾은 무명가수 딜런의 모습이 등장한다.
 
포크음악이 주류음악이 아니던 시절이었다.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들은 즐거움을 담고 있었을 뿐 시대 의식을 표출하진 않았다. 딜런이 즐겨 읽던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나 긴즈버그의 ‘외침’에 담겼던 비트세대(1920년 대공황 시기에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을 체험한 세대로 보헤미안적 문학가나 예술가 그룹)적 욕구를 표현하는 노래는 없었다.
 
딜런은 당대 주류 대중음악과는 다른 음악적 행보를 걷는다. 포크 음악에 매료됐고 뉴욕 일대의 조그만 클럽이나 작은 가게들을 돌아다니며 연주를 했다. 자신이 세상에 대해 느낀 것을 정의하기 위해 가사를 썼고 노래했다.
 
그를 포크 음악의 길로 인도한 것은 18살 때 우연히 듣게 된 우디 거스리의 음악이었다. 1941년 미네소타 히빙에서 자란 딜런은 18살이 되던 해에 혼자 북부 미니애폴리스로 이사갔다.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배우 플로 캐스트너의 초대로 거스리의 음악을 듣게 된다.
 
“노래를 차례로 들으면서 현기증이 나는 것을 느꼈다. 숨이 막히고 땅이 갈라지는 것 같았다. … 거스리는 사람의 마음을 장악하는 힘이 있었다. 그는 너무 시적이고 멋있고 리드미컬했다. 긴장감이 넘치는 목소리는 단검과도 같았다.(261쪽)”
 
당시 그가 들었던 음반은 ‘카네기 홀의 영가와 스윙 콘서트’와 12곡을 담은 정규 앨범 콜렉션이었다. 이후 딜런은 우디가 카터 패밀리의 곡에서 많은 것을 취해 자신의 곡에 추가했듯 자신도 거스리와 로버트 존슨, 행크 윌리엄스 등 당대 최고 뮤지션들의 음악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21살 때 뉴욕 맥두걸 거리 1위 클럽 ‘개스라이트’에서 고정 급료를 받는 연주자가 되고 당대 최대 음반사인 콜롬비아 레코드와 계약하게 된다.
 
그 후의 음악 여정은 드문 드문 드러나 있다. 시간을 뛰어넘은 1968년 아치볼드 맥클리쉬의 ‘스크래치’란 희곡에 들어갈 음악을 작곡하다 결렬된 이야기부터 1987년 프로듀서 다니엘 라노아와의 음악적 마찰을 겪으며 완성시켜낸 ‘더 트래블링 윌버리스’ 음반 등의 에피소드가 곳곳에 배치돼 있다.
 
물론 그 속에서 딜런은 한결 같이 말한다. 자신의 가사를 마구잡이로 해석해 시대의 대변자가 되라고 외치는 이들에게 자신은 대중을 선동하려는 야망은 없었으며 어떤 주의나 누구의 대변인이 아니고 단지 음악가였을 뿐이라고.
 
책 속에서는 군데 군데 그의 인간적인 진면목도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이 자란 히빙 지역을 회상할 때는 자동차 뒤 범퍼를 잡고 눈 위를 달리는 ‘범퍼 잡기’ 놀이를 하거나 BB총으로 친구들과 편을 갈라 온종일 게임을 하는 천진난만한 어린 시절이 그림처럼 흘러간다.
 
뉴욕생활 시절 17살의 수즈를 만나는 장면에서는 “전에도 큐피드의 화살이 귀를 스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심장을 맞추었고 그 무게가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282쪽)”면서 사랑꾼으로 변신하기도 하고 디킨스의 소설들과 바이런과 쉘리, 롱펠로우의 시를 읽어 젖히며 친구들과 자유롭게 토론하는 모습에선 ‘귀를 위한 시’가 만들어진 기원도 추적해볼 수 있다.
 
또 1968년 사회 전면에 나서라고 과격하게 외치는 반전시위대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총까지 준비하고 자신을 마약복용자가 아닐까 의심하는 언론과 직접 대면하는 모습에서는 가장으로서의 고뇌와 용기도 드러난다.
 
물론 딜런의 회상에 따라 시간적 구성이 뒤죽박죽 전개되는 이 책은 딜런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독자들이 처음부터 읽기엔 다소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다만 시간을 두고 천천히 곱씹다 보면 딜런의 기억들이 조각난 퍼즐처럼 곳곳에 배치돼 있음을, 그리고 퍼즐을 맞추다 보면 결국 자신의 맞은 편에서 삶을 읊조리는 60대의 딜런과 마주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살아있는 포크록의 전설 밥 딜런. 사진/뉴시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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