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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심제 시행 1년, 중견·중소 건설사 수주난 심화
최저가낙찰제 대비 낙찰률 올랐지만 수익성은 저하
공사실적 및 가격 비중 높아 중소업체 수주 기회 감소
2016-10-25 14:52:37 2016-10-25 14:52:37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올해부터 도입된 종합심사낙찰제(이하 종심제)로 인해 중견·중소 건설사의 수주난이 심화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종심제는 최저가낙찰제의 단점을 보완할 대안으로 도입됐지만 여전히 가격 비중이 커 최저가낙찰제로 인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데다 누적 공사 실적 비중이 높아 수주 쏠림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종심제는 낙찰자 선정 시 가격점수 이외에 공사수행능력, 사회적 책임점수를 합산해 최고점수를 얻은 입찰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최저가낙찰제로 인한 덤핑낙찰, 부실공사 등의 문제를 개선하고, 건설업계의 고용·공정거래 등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와 관련 지난달 조달청은 종심제 도입으로 지나친 가격경쟁이 사라졌다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조달청에 따르면 올 1월부터 8월 말까지 심사를 완료한 18건 공사의 입찰집행 현황을 분석한 결과, 평균낙찰률은 80.8%, 평균입찰자 수는 35.7개 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집행한 최저가낙찰제 대상 공사와 비교해 평균낙찰률은 5.9%p 상승하고, 평균입찰자 수는 16.2개 사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실상은 이와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최저가낙찰제에 비해 낙찰률은 상승했지만 이로 인해 수익성이 높아진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우선 일감을 수주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입찰 시 공사비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공사를 마치고 나면 오히려 손실을 보는 일이 생긴다. 이에 따른 부담을 건설사가 져야 하기 때문에 낙찰률 상승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평균 입찰자 수가 감소한 것도 경쟁 강도가 약해진 것보다는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장벽이 높아져 입찰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종심제의 세부 심사기준을 보면 공사수행능력 50점, 입찰금액 50점, 사회적책임 1점(가점)으로 구성돼 있다.
 
공사수행능력 항목 중 시공실적(15점)과 시공평가결과(15점) 비중이 큰 데, 이 때문에 공사 실적이 많은 업체가 우대를 받게 된다.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이같은 심사 방식으로 인해 실적이 많은 대형사와 동등한 경쟁을 펼칠 수 없다고 토로한다.
 
아울러 입찰 시 금액 비중이 절반에 달해 여전히 가격이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면서 최저가낙찰제의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라고 강조한다.
 
대형 건설사가 중견·중소 건설사와 함께 입찰에 참여할 경우 가점을 주는 제도가 있지만 가점 비중이 전체 점수에 비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아 큰 의미가 없다. 일각에서는 '나눠먹기'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하지만 최대 지분을 가진 대형사가 법정관리나 파산 등으로 공사를 포기할 경우 나머지 건설사가 공사 전체를 떠맡게 돼 연쇄 부도로 이어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건설기업 노동조합 관계자는 "공동이행방식에 따른 공동도급은 계약이행을 연대해서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탈퇴한 구성원의 지분 또한 떠안는 방식의 계약"이라며 "보증회사 또한 계약의 연대책임 원칙에 따라 탈퇴구성원에 대한 손실을 잔존구성원에게 구상하기 때문에 공동도급에 참여한 잔존 구성원의 책임이 과중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저가낙찰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올해부터 도입된 종합심사낙찰제로 중견·중소 건설사의 수주난이 심화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건설기능경기대회 조적분야에 참가한 건설기능인들이 실력을 뽐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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