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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당근과 채찍을 통한 회계투명성의 개선
2016-10-26 06:00:00 2016-10-26 06:00:00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사건 이후로 회계감사의 신뢰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회계감사는 기업의 재무제표가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작성되었는지를 검사하고 평가하는 절차다. 따라서 회계감사보고서는 기업평가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며, 투자자들의 투자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금융시장의 중요한 정보인프라다. 그렇지만 오랜 기간 국내의 회계제도는 시장이 가진 이러한 기대를 적절히 만족시키지 못하였으며, 오히려 반복적으로 발생했던 분식회계 사건들로 인해 회계정보의 신뢰성은 점점 나빠졌다.
 
회계투명성의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본다. 한두개의 새로운 제도도입으로 해결할 수 있는 그런 단순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회계정보의 생산채널과 이를 활용하는 정보소비생태계는 이미 매우 복잡해진 거대시스템으로 자라 버렸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최선의 방안을 합의해 나가겠다는 그런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회계투명성 제고의 기본방향은 회계감사인의 권한과 책임강화에 두어야 할 것이다. 문제해결을 위해 당근과 채찍이 모두 필요한 것이다. 회계정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기업과 회계감사인간의 갑을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보수를 지급하는 피감사기업의 강압적인 요구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자유선임제에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회계제도의 개혁은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버릴 가능성이 크다. 자유선임제에 대한 대안으로 감사인 지정제를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감사인 지정제는 기업과 회계감사인간의 불평등 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학계에서도 감사인 지정제의 도입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긍정적인 측면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감사인 지정제는 전면적인 도입의 형태보다는 단계적인 확대방식의 도입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감사인 지정제가 기업과 회계감사인간의 갑을관계를 해소하는 데에는 큰 역할을 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다른 형태의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감사인 지정제의 가장 큰 약점은 회계법인이 회계서비스의 개선을 등한시하고 기업과의 관계강화보다는 감사인 지정주체와의 관계강화에 몰두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데에 있다.
 
기업의 영업방식과 범위는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하기 때문에 회계서비스도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여 서비스 수준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그런데 감사인 지정제 아래에서는 기존의 권력관계가 뒤집어지기 때문에 감사인의 회계서비스가 상당히 경직적인 형태로 운영될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기업의 눈치를 보던 관행은 사라지겠지만, 새로이 감사인 지정주체의 눈치를 보는 관행이 나타날 수 있다. 회계법인의 매출이 감사인 지정주체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면 회계감사에 대한 지정주체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으며 이는 관치금융 논란과 유사한 관치회계 논란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약점을 감안하여 감사인 지정제는 단계적으로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에는 상장예비기업과 관리종목 등 특정상황의 기업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있다. 향후에는 상장여부나 자산규모에 따라 감사인 지정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부실한 회계감사 결과에 대해 회계감사인의 책임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부실한 회계감사를 통해 해당기업의 채권자나 투자자가 대규모 손실을 입었을 경우 금융감독당국은 영업정지나 등록취소와 같은 강력한 징계를 내릴 필요가 있다. 아울러 채권자나 투자자가 입은 손실에 대해 피해보상 책임을 무겁게 인정해야 한다. 사실 채권자나 투자자보호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소송을 통한 피해보상이다. 소송을 통해 대규모 피해보상이 가능할 경우 회계법인은 부실회계감사를 최소화시킬 강한 유인을 가지게 된다. 부실회계로 인한 피해범위를 넓게 인정하고 회계감사인의 보상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와 법원 판례가 변화되어 나가야 할 것이다.
 
금융시장의 발전은 시장에 대한 신뢰에서 시작된다. 신뢰의 핵심은 정보에 대한 믿음이며, 회계감사는 시장정보의 근간을 이룬다. 금융시장의 기능강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만큼 회계감사인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회계투명성 개선을 위한 시장환경 정비노력은 그래서 중요하다. 회계정보의 신뢰개선을 위해 회계감사인, 피감사기업, 금융당국 등 다양한 시장참가자들의 유기적인 협력이 절실한 때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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