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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다음달 반쪽짜리 출범…전산사고 나면 그나마 '도루묵'
금융당국 "출범 늦더라도 본인가 심사에 만전"…은행권 "지분 문제로 공격적 사업 힘들 것"
2016-10-21 06:00:00 2016-10-21 11:01:55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박근혜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작부터 위기를 맞았다. 다음달에는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이 등장할 예정이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반쪽짜리 출범에 머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조차 제대로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은행법 개정 난망…표류하는 인터넷은행)
 
현행 은행법은 은산분리 원칙에 따라 비금융자본은 은행 지분을 10% 이상(의결권은 4% 이상)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은행법이 통과되지 않는다고 해도 인터넷은행들이 영업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은행 등 금융회사가 주도하게 되기 때문에 당초 인터넷은행 취지에서 어긋나게 된다.
 
현재로서는 설익더라도 인터넷은행 출범 작업과 은행법 개정안 처리를 병행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인터넷은행 사업자인 K뱅크가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에 본인가를 신청하면서 인터넷은행 출범은 이미 가시화 됐다. K뱅크와 함께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카카오뱅크도 오는 11월 말을 목표로 본인가 신청 준비를 진행 중이다.
 
금융위는 K뱅크의 준비 요건을 검토 후 늦어도 다음달 중으로는 본인가를 내줄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금융감독원은 관련 부서 합동으로 '인가심사 TF'와 여신, 리스크, 소비자보호와 내부통제 부문 내규 등의 적정성을 확인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금융위는 다음달 중순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은행법 개정안 통과를 위한 국회 설득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11월 중순쯤 되면 내년도 예결심의가 있기 때문에 여야간의 대치 정국은 더 치열해지기 때문에 연내통과는 요원해진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 출범이 지난해부터 속도전으로 진행된 만큼 금융당국으로서는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금융사고나 전산오류 등을 방지하기 위해 본인가 심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회 설득 작업 중에 인터넷은행들이 영업초기에 경미한 전산사고라도 일으키면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사업자들에게 본인가를 허가했다는 것은 내부통제와 전산시스템에 이상이 없다고 금융당국이 공인한 셈이기 때문에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금융당국도 책임론을 피할 수 없다"며 "법안 처리작업이 진행중일때 사업초기의 인터넷은행에서 전산오류라도 한순간에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은산분리 완화 약속을 믿고 인터넷은행에 뛰어든 사업자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K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 서비스를 시작하지만 지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사업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그래픽/뉴스토마토
 
KT가 주도하는 K뱅크는 모바일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해 계좌 개설부터 예금과 대출, 송금과 결제 등 은행 전반적인 서비스의 100%를 비대면으로 이용할 수 있고 기존 은행과 달리 10분 안팎에 거래를 끝내는 '완전한 비대면 은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결국 KT가 원하는 상품모델과 수익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K뱅크 사업을 주도해야 하지만 은산분리를 엄격히 규정하고 있는 현행 은행법으론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 K뱅크은행의 주주로는 KT, 우리은행, NH투자증권, GS리테일, 한화생명보험, KG이니시스 등 21개사로 구성돼 있다.
 
카카오가 주도하는 카카오뱅크의 경우에는 오는 11~12월중 본인가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예금 이자를 현금이나 포인트로 받을 수 있고 간편 송금 서비스 기능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카카오뱅크 역시 현재 카카오가 아닌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대주주로 있으며 카카오, 국민은행, 이베이, SGI서울보증, 우정사업본부 등 11개사가 지분을 나눠갖고 있다.  IT기업이 주도해야 할 인터넷은행임에도 불구하고 KT와 카카오는 8~10%의 지분밖에 가질 수 없는 실정이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수준의 자본 규제에 맞추기 위해서는 자본금을 늘려야 하는데, 은산분리가 완화되지 않은 지금 상황으로는 IT기업들이 아닌 기존 은행들이 증자를 할 수 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은행 자회사가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인터넷은행 사업자를 잠재적 경쟁자로 보고 있는 기존 시중은행들은 아직 관망하는 분위기다. 이대로라면 기존 은행과의 차별점은 없어져 인터넷은행의 ‘필패’를 예상하는 분위기도 상당하다.
 
이미 은행들은 인터넷은행 등장에 대비해 앞다퉈 모바일 은행 플랫폼을 내놓았다. 가장 최근에는 농협금융지주의 올원뱅크가 모바일 시장에 뛰어들면서 리브(국민은행), 위비뱅크(우리은행), 써니뱅크(신한은행), 아이원뱅크(기업은행) 등 기존 모바일뱅크들과 경쟁하게 됐다.
 
은행들 역시 인터넷은행의 지분 구조 문제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한 금융지주사 고위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은도 이미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중금리 대출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인터넷은행은 지분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참신한 사업을 공격적으로 펼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인터넷전문은행이란 무점포로 인터넷과 콜센터에서 예금 수신이나 대출 등의 업무를 보는 은행이다. 소규모로 운영되고 별도의 부동산 비용이 들지 않아 예대마진과 각종 수수료를 최소화해 수익을 낼 수 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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