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미국 대선 국면에서 신고립주의 정책이 주요한 이슈로 떠오르는 등 최근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최근 국제무역시장에서 새롭게 도입된 무역제한조치가 무역완화조치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30일 해외경제 포커스 '글로벌 시리즈(1) : 최근 글로벌 보호무역 흐름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글로벌 교역에서 자유무역흐름이 약화되고 보호무역추세가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교역을 이끌어왔던 자유무역이 지난 2008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쇠퇴하고 세계경제의 저성장 지속으로 보호무역흐름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인우 국제종합팀 조사역은 "2015년 10월부터 2016년 5월까지 무역제한조치 건수는 월평균 21건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무역완화조치는 14건에 그쳤다"며 "새롭게 도입되는 무역제한조치가 증가하는 가운데 기존에 시행된 무역제한조치의 폐지 비율이 낮아 유효한 무역제한조치가 지속적으로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올해 5월을 기준으로 한 세계무역기구(WTO)의 누적 무역제한조치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1583개 무역제한조치 중 폐지된 조치는 387건으로 무역제한조치 폐지 비율은 24% 수준으로 조사됐다.
2010년 이후 무역제한·완화조치 추이. 자료/한국은행
보호무역조치는 유형과 국가별 분류에서 특징을 보이고 있는데 무역대상국 간 정해져있는 관세를 통한 제한보다는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반덤핑관세 같은 무역구제조치와 기술 장벽 같은 비관세조치 중심의 신형 보호무역조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계관세는 생산 및 수출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부당한 보조금을 받은 외국상품이 수입됐을 때 해당품목의 보조금만큼 관세를 추가로 매기는 조치며, 세이프가드는 수입품목이 정상적으로 수입됐지만 국내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을 때 이를 방지할 수 있을 만큼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무역구제조치는 2012년 이후 크게 증가했는데 무역구제조치 시행에 앞서 국내 산업에 피해발생 여부를 조사하는 '조사 개시'가 2004~2007년 동안 연평균 약213건에서 2012~2015년에는 연평균 약294건으로 늘었다. 조 조사역은 "조사개시가 크게 증가해 향후 무역구제조치가 대폭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기술 장벽 형태의 비관세 조치도 2003~2007년 연평균 약820건에서 2011~2015년 연평균 약1467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다수 국가에서 반덤핑관세 및 상계관세의 상대국으로 지정되며 중국과 함께 보호무역조치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구제조치와 비관세조치는 산업별 특성에 따라 다르게 부과되는데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철강, 화학, 플라스틱 산업은 주로 무역구제조치에 따른 무역제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한 무역구제조치는 2010년 이후 크게 증가하며 조사 개시는 2005~2008년 동안 연평균 약 11건에서 2012~2015년 기간 동안 약22건으로 두 배 늘었다. 조사 개시를 거쳐 시행된 무역구제조치 건수도 같은 기간 약 8.8건에서 약 13.5건으로 증가했다.
한국을 대상으로 도입한 무역구제조치. 자료/한국은행
우리나라는 현재 총 48건의 비관세 조치에 직면해있는데 이중 26건이 중국에서 유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 자료에서는 비관세 조치 시행 시점을 알 수 없어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HAD) 배치의 영향 여부는 알 수는 없다.
지난 8월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서는 우리나라 주요 업종 15개 중 철강, 자동차, 전자기기 및 부품 등 10개 업종이 보호무역주의를 직·간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이들 산업이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출 부문에서도 직접적인 부담이 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G20 국가들의 무역제한조치로 전세계 교역도 지난 2011년 10월부터 2016년 5월까지 기간평균 약 1.1% 감소했으며 이들 국가 간의 교역도 1.4% 감소하는 등 세계교역도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미국 공화당 트럼프 후보는 기체결한 모든 자유무역협정을 재검토할 것을 언급했고, 민주당 힐러리 후보도 자유무역협정(FTA) 등 개방적 통상정책의 편익이 중하위 계층에서는 충분히 향유되지 못하고 있어 시정해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자유무역을 이끌어 온 선진국들도 자국의 정치적 여건에 따라 보호무역 흐름을 강화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보호무역 흐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글로벌 대응을 주도하면서 FTA 협정의 확대·강화, 교역분쟁해결 노력 등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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