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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23일 파업 불참 압박
금융당국·은행권, 파업 참가자 많을 것으로 예상되자 직원 압박해
임원이 "파업 참가하지 말라" 발언…파업 참가자 지점장 1대 1 면담도
2016-09-22 21:39:49 2016-09-23 18:21:01
[뉴스토마토 김형석기자] 은행권이 오는 23일 총파업과 관련 직원들의 파업 불참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은행 임원은 공공연히 파업에 참가하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고, 다른 은행은 지점별 파업참가자를 50% 이상 넘기지 말 것을 하달했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의 직원들의 파업 불참을 압박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파업불참 동의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퇴근을 시키지 말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과 수도권 등 일부 기업은행 영업점을 취재한 결과 기업은행 본사는 각 지점의 파업참가자 비율을 50% 이하로 명단을 작성할 것을 지시했다.
 
이 명단을 작성하지 못한 지점은 지점장부터 모든 직원이 8시30분 현재까지 퇴근을 못하고 대기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은행 서울 모지점 직원은 "상부에 파업참가 명단을 제출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지점 직원의 파업참가 비율을 50% 이하로 맞춰서 명단을 제출하지 못해 현재 퇴근을 못하고 지점에서 대기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과거 몇번의 파업이 있었지만 이처럼 파업 참가를 두고 직원을 볼모로 잡은 적은 없었다"며 "매우 불합리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신한은행은 파업 참가자 명단을 상부에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부행장급 임원이 "조합원 중 단 한 명도 파업에 참여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금융노조에 따르면 대부분 은행의 지점장급 관리자가 조합원들을 1:1 면담하며 총파업 불참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은행들이 파업 참가자들에게 실질적인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는 하지 않았지만 파업 참가자 명단을 보고하고 임원이 직접 파업에 참여하지 말라고 하는데 어느 직원이 불이익을 생각하지 않겠느냐"며 "이는 명백한 노조 침해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은행권이 파업 불참을 압박하고 있는 이유는 23일 총파업 참가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의 경우 조사된 총파업 참가율은 전체 조합원의 90%에 육박한다. 이는 2년 전 파업 참가율 조사 때에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시중은행장과 함께 대책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날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고임금을 받는 은행원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파업을 강행한다면 국민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며 각 은행장들에게 "원칙을 준수하고 근태관리를 철저히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도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은행들의 파업철회 설득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융노조가 끝내 파업에 돌입한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한편, 금융노조는 23일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총파업을 진행한다. 금융노조는 이번 총파업에 10만 조합원 중 9만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2일 저녁 서울의 모 은행 지점 직원들이 퇴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금융노조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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