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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①만신창이 재야법조계, 차기 변협회장 후보자들 "꿈틀"
김현 전 서울회장·장성근 경기중앙회장 맞승부 전망
"화합이 더 중요"…'사시 존치'문제 공약서 제외, 패러다임 전환
2016-09-26 06:00:00 2016-09-26 06: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각종 비리사건으로 법조계가 전례 없이 뒤숭숭하다. 이런 가운데 법원, 검찰, 변호사 등 이른바 ‘법조 3륜’ 가운데 가장 많은 인원을 차지하고 있는 ‘변호사’ 측 수장인 제49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가 점차 다가오고 있다. 이번 선거는 다수 후보자들이 ‘사법시험 존치’를 주요공약으로 내세웠던 역대 선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변호사들은 국민의 편에서 법원과 검찰에 대한 견제 기능을 수행하는 한편, 이른바 먹고 살아야 하는 생존의 문제를 온 몸으로 받고 있다. 새 대한변협회장은 오랫동안 지속해 온 이 문제를 종식해야 하는 책무를 맡게 된다. 차기 대한변협회장 선거를 미리 짚어봤다.
 
 
제46대 변협집행부 시절인 2013년 2월7일 오후 서울 역삼동 대한변호사회관에서 회관 이전 기념식이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현판 제막식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위철환 차기 협회장, 권재진 법무부장관, 박영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김두현 전 협회장, 양승태 대법원장, 신영무 당시 협회장, 이세중, 박승서, 정재헌 전 협회장. 사진/뉴시스
 
 
대한변호사협회가 창립된 지 올해로 63년이다. 그러나 회장 선거가 직접적인 민주주의 형태로 바뀐 것은 불과 4년 전이다. 제47대 위철환(59·사법연수원 18기) 협회장이 직선제 도입 후 첫 당선자다. 위 협회장의 당선은 처음 직선제로 변협 집행부가 꾸려졌다는 의미도 있지만 지방 출신 변호사가 대한민국 전체 변호사의 수장이 됐다는 점에서도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위 협회장은 출마 직전까지 경기중앙변호사회 회장으로 활동했다.
 
직선제가 도입되기 전에는 각 지방변호사회 대의원들이 정기총회에 모여 협회장을 선출했다. 당시 대의원들은 각 지방변호사회별로 소속된 변호사 수에 따른 비율로 있었기 때문에, 가장 많은 변호사들이 있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선거를 압도했다. 이것이 서울변호사회장을 마치면 대한변협회장으로 선출되는 비정상적인 수순을 관례화시켰다.
 
다만, 대한변협회장 선거에 출마를 목표로 하는 서울변호사회장들은 임기 중 대한변협회장 선거에 바로 출마하는 것을 스스로 자제하는 것 정도가 그나마 ‘아름다운 관행’이었다.
 
'법조경력 15년 이상' 자격 제한 첫 적용
 
물론 지금은 다르다. 대한변협(협회장 하창우)은 지난 2월 정기총회에서 변호사 경력 5년을 포함해 전체 법조경력이 15년 이상인 변호사만 협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대한변협회칙 개정안'과 '협회장 및 대의원 선거규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따라서 차기 대한변협회장 선거에서 이 조건을 갖지 못하는 변호사는 변협회장 후보자로 출마할 수 없다.
 
법조인이 10~30명 배출되던 시절에는 원로들이 변협회장을 지명했다. 서울대 사법대학원과 사법연수원 초기시절이니 배출되는 법조인들 중 대부분은 법관이나 검사로 임용됐고, 변호사는 얼마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활동하던 원로 변호사들 얘기를 들어보면, 변호사들이 얼마 없는데다가 사건이 많아 그때는 서로 돌아가면서 했다고 한다. 그랬던 것이 변호사 1000명 시대까지 암암리에 영향을 줬다. 그런 만큼 직선제를 도입하는 데에는 진통이 컸다.
 
직선제 도입이 변협회장 선거의 절차적 패러다임을 전환한 것이라면, 이번 제49대 변협회장 선거는 체질적 또는 실질적인 패러다임 전환으로 볼 수 있다. 그 패러다임은 사법시험 존치에 찬성하느냐는 명제와 맞닿아 있다.
 
참여정부 당시 로스쿨 도입 이후 현 변협 집행부까지는 '사법시험 존치' 문제가 법조계의 가장 큰 화두였다. 당연히 후보자 대부분은 사법시험 존치 입장에 섰다. 하지만 로스쿨 출신 1기 변호사들이 배출된 2012년, 제46대 신영무 협회장 임기 당시부터 차기 변협회장 선거를 준비하는 후보자들은 수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사시폐지에 대한 찬반 입장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각 후보자 진영에서 아주 조금씩 머리를 들었다.
 
다만, 그 움직임이 아주 느렸기 때문에 제47대 변협회장 선거에서는 주요 어젠다에서 밀려났다가 위철환 협회장 임기 중 로스쿨 2기, 3기 변호사들이 배출되면서 폭발했다. 그 절정이 제48대 변협회장 선거다. 현재의 하창우 협회장 역시 '사법시험 존치'를 우선 공약으로 내세웠고 임기 2년간 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사시-로스쿨, 세력으로 굳어져 
 
그러나 이번 제49대 변협회장 선거에서는 양상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종전과 같이 '사법시험 존치' 문제를 최우선 공약과제로 거론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법시험 존치 주장과 폐지 주장 양측 간극이 넓어져 세력이 굳어졌다.
 
현재까지 출마의사를 밝힌 사실상 후보자들의 생각도 궤를 같이한다. 차기 변협회장 후보자로 나선 인물은 김현(60·사법연수원 17기)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과 장성근(55·14기)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장이다.
 
두 사람은 '사법시험 존치' 문제를 주요 공약사항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 김 전 회장은 22일 <뉴스토마토>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은 양측의 간극이 너무 커 더 이상 두게 되면 위험한 수준까지 이를 것"이라며 "직역확대 및 수호 등 머리를 맞대고 통합해야 하는 문제, 현실적으로 닥쳐 있는 문제의 해결방안을 우선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회장도 "직역침해, 청년변호사 취업 문제 등 생존 현안이 밀려 있다"며 "과거 대립했던 사시존치 이슈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 이상 차기변협의 이슈가 되지 않을 것이고 돼서도 안 된다"고 같은 의견을 보였다. 
 
그러나 유권자인 변호사들간 갈등의 골이 워낙 깊기 때문에, 선거 전체적인 배경을 두고 볼 때에는 '사시존치' 문제가 언제든 선거판세를 뒤엎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이번 선거는 후보자 면에서도 역대 변협회장 선거와는 또 다른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지금까지 나온 사실상 후보자들 외에는 더 이상 출마 의사를 밝힐 인물들은 없어 보인다.
 
통상 변협회장 선거 출마 의사표시는 매년 8월에 열리는 변호사대회에서 나온다. 그를 기점으로 후보자들은 실질적인 선거준비에 뛰어들고, 공약을 연구·점검하고, 전략을 구체화 시키는 것이 수순이다. 이 때 각 후보자 진영의 캠프 구성도 본격화 된다. 
 
추가 후보자 더 안 나올듯
 
현재까지 서초동을 중심으로 감지되는 움직임을 보면, 올해 초까지만 해도 유력하게 변협회장 후보자로 거론됐던 상당수 인물들이 마음을 접었다. 이대로 김 전 회장 대 장 회장 맞대결로 갈 공산이 크다. 아직 9월 하순이고 법조계 여러 현안으로 분위기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이미 양 측으로 변호사들의 지지가 빠르게 집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이번 변협회장 선거는 4년 만에 서울변호사회장 출신 대 지방변호사회장 출신의 대결이 재연 된다. 김 회장은 첫 직선제에서 득표율 1위였다. 그러나 협회장 당선 요건인 총 유효 투표수의 3분의 1 이상에 채 달하지 못했고, 2위 위철환 협회장과의 결선투표 끝에 분패했다.
 
대한변협은 내달 초 변협회장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을 위한 준비에 착수한다. 세부일정은 아직이지만 전례를 보면 대략적인 일정이 나온다. 기준은 투표권자가 가장 많은 서울변호사회 총회다. 서울변호사회 총회운영규칙은 정기총회를 매년 1월 중 회장이 소집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때 차기 서울변호사회장을 선출하고 집행부가 교체된다.
 
역대 변협회장 본투표는 서울변호사회 총회일을 피했다. 이 관례와 관련 규칙 등을 종합해보면, 올해 11월28일 전후로 후보자 등록이 시작될 전망이다. 후보자 등록이 끝나는 12월 초순 부터는 본격적인 선거전이다. 후보자들은 전국에 걸쳐 약 한 달간 치열한 혈전을 벌이인 뒤 내년 1월13일쯤 예비투표, 3일 뒤인 16일쯤 본투표에서 새 협회장이 결정된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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