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유럽과 일본 등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 '비전통적' 정책을 쓰면서도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동향센터는 4일 '각국의 저축률 증가, 마이너스 금리의 역효과' 보고서에서 "유럽과 일본 등이 경기부양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 정책까지 도입했으나 소비는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저축이 증가하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났다"며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독일, 일본, 덴마크, 스위스, 스웨덴 등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국가의 가계저축률이 199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주요국 가계저축률 추이, '각국의 저축률 증가, 마이너스 금리의 역효과'. 자료/한국금융연구원(OECD 자료 인용)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보관료를 내야 한다는 개념으로 '돈을 더 쓰게'하는 통화정책 중 하나다.
금융연구원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는 분석틀로 ▲저물가로 인한 현금 보유 증가 ▲고령화로 인한 소비자들의 저축 선호 ▲중앙은행의 제도 도입 취지 설명 부족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이중 ▲중앙은행의 제도 도입 취지 설명 부족에 대해서는 "생소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사용하면 사람들은 경기전망에 불안을 느끼거나 통화당국이 이를 충분히 관리할 능력이 없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린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개인이 차입과 지출을 늘리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경우지만 최근에는 마이너스 금리라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불확실한 영역으로 진입함으로써 경제주체의 자신감이 약화되고 있다"는 모건스탠리 앤드루 쉬츠 수석자산전략가의 발언도 소개했다.
금융연구원은 또 "마이너스 금리는 통화당국이 중앙은행에 예금을 예치하는 상업은행들에게 보관료를 물리는 방식이기 때문에 마이너스 금리가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드물지만 일부 상업은행들이 고액예금에 보관료, 마이너스 금리 비용을 전가하면서 소비자들의 반감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적극 추진 중인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지난달 말 미국에서 열린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다양한 차입 주체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고 강조하고, 장기 국채금리 하락으로 기업과 가계의 대출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고 설명하는 등 마이너스 금리 정책 회의론에 대해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금융연구원은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은 경기부양을 위해 현재 마이너스 금리 수준보다 더 큰 폭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며 경제주체들이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두려움이 있어도 이는 통화당국이 정책을 효과적으로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정책 자체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마이너스 금리가 정상적인 정책수단이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며 "(각국) 통화당국은 향후 정책에 대한 계획을 보다 투명하게 밝히는 등 시장 불안감을 줄여주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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