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의 프라임 좌석
오늘 부는 바람은 / 시선
2016-09-02 17:54:53 2016-09-02 17:54:53
중국을 한 번, 미국을 한 번. 두 번 다 학교에서 ‘비행기 표 값만’ 내면 어학연수를 보내준다는 말에 염치불구하고 부모님께 손을 벌렸다. 큰돈도 턱턱 내고 유럽여행을 다녀오는 친구들의 이야기에 위안을 얻으면서. 그렇게 청두를 이 주 다녀와서 늘은 건 “이거 얼마예요?”, “너무 비싸요!” 그리고 비행기 마일리지.
 
공항에서 하는 게 나중에 덜 귀찮았겠지만, 짐 부치랴 정신이 없는데 마일리지 적립을 할 틈이 있을 리가 없다. 집에 돌아와 항공사 페이지에 들어간다. 국제선-항공기 번호-입국날짜...‘정확한 정보를 입력해 주세요.’를 몇 번 반복하고 나서야 마일리지가 적립되었다는 창이 뜨고, 그제야 뿌듯한 마음으로 노트북을 닫는다.
 
거실에 계시던 엄마 발치에 다가가 앉는다. 몇 번 더 타면 비즈니스도 한 번 타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벌써 설렌다. 집에 들어온 지 얼마나 되지도 않아 생긴 친구와의 저녁약속도 설렌다. 이 설레는 기분을 엄마가 알아줄 거라고 생각하면서 엄마에게 잔뜩 애교를 부려 본다.
 
“나, 영화 보러 가도 돼? 친구랑 저녁에 약속 있는데.”
 
예상했던 시나리오는 흔쾌한 웃음과 ‘무슨 영화 볼거냐’는 질문이었는데, 돌아온 것은 찌푸린 인상이다. “얼만데? 요즘 비싸지 않아?”하는 엄마의 질문에 순간적으로 무방비 상태가 된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문화상품권을 쓴다든가 청소년은 싸다는 얘기를 할 수 있었겠지만, 문화상품권은 다 쓴지 오래고 교복을 벗은 지도 오래다.
 
잘 만든 영화는 어디에서 봐도 즐겁다. 학교 멀티미디어실 DVD, tv 영화채널, 다운을 잘못 받아 싱크가 잘 맞지 않는 노트북 속의 영화파일까지. 그래도 흥행하는 영화는 제 때에 보고 친구들이 수다 떨 때 끼고 싶기 마련이다. 기왕 보러 갈 거 잘 보이고 잘 들리는 자리에서 보면 더 좋다.
 
모두가 비슷한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영화관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그 생각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올해 3월 CGV를 앞장세워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차례대로 가격을 올렸다. 콕 짚어서 얼마라고 말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시간대별로, 또 좌석별로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비싸다는 엄마의 말에 바로 토를 달 수 없었던 것도 만 원이 넘는 가격을 취미라고 부르기엔 내 지갑이 너무나 가볍기 때문이다.
 
 
사진/바람아시아
 
 
말문이 막힌 나에게 엄마가 기다리라고 하신다. 그리고 지갑을 뒤져 카드 한 장을 꺼내신다. “그 카드, 동반 1인까지 할인 된다더라. 실적 있어야 되는 거니까 고마워하면서 써.” 신이 나서 카드를 받고 엄마를 껴안는다. 그렇지만 머릿속은 이 카드로 프라임 석에 앉을 수 있을지, 예매할 때 쓸 수 있는지가 고민이다. 
 
찝찝한 허락을 받고 도착한 영화관은 여느 때와 같은 특유의 분위기를 풍긴다. 진한 팝콘 향과 번호가 매겨진 고객을 부르는 소리, 상영시간이 임박한 영화들을 알리는 전광판. 7관 K열 8번 좌석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비어있는 맨 앞줄 이코노미석을 지나면 드문드문 가운데 부분만 차있는 스탠다드 존이 보인다. 그리고 빨간 천으로 된 의자 등받이가 거의 보이지 않는 곳. 그곳에서 몇 되지 않는 빈 좌석이 프라임 존이다.
 
비행기 비즈니스 좌석이 부러웠던 이유는 그들만이 가지는 특권 때문이었다. 캐리어를 끌고 길게 늘어선 줄을 우아하게 지나쳐 전용 출입구 앞에 서는 모습. 커튼이나 승무원 구역 사이로 가로막힌 쾌적한 공간. 발을 뻗을 수 있는 공간과 뒷사람 눈치 보이지 않는 안락한 의자. 그런 것들을 위해서 마일리지를 모으고 설렜다. 
 
그런데 영화관 프라임 존은 특권이라고 느끼기에 너무 넓다. 총 205석인 상영관에서 이코노미 존은 고작 42석. 스탠다드 존까지 제외하면 프라임 존은 총 103석으로, 정확히 절반이다. 몇 천원 싸게 내고 맨 앞줄인 이코노미 석에 앉기엔 뒷목이 너무 아프기에 프라임 존을 예약한다. 오늘도 이코노미는 말뿐인 프라임 존에 앉기 위해 할인 카드를 찾는다.
 
 
한밤. 사진/SBS 캡쳐
 
 
 
 
라진주 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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