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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 '임기말 낙하산' 주의보
기업·우리·국민은행장 관피아 투하설 '모락모락'…유관기관은 이미 '철폐 원칙' 실종
정권 말기 인사 챙겨주기 본격화…'명예와 부' 모두 챙길 노른자위 자리 평가
2016-09-01 06:00:00 2016-09-01 0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박근혜 정부가 임기말로 접어들면서 금융권 수장 인사에 낙하산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 조짐이다. 벌써부터 유관기관 인사에서 '낙하산 철폐' 원칙이 무너지면서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연말부터 '알짜배기'라고 할 수 있는 은행장들의 임기 만료가 예고되고 있어 정권에 가까운 '낙하산' 인사들을 내려보내려는 군불때기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기업은행장, 우리은행장, 수출입은행장을 비롯해 국민은행장 자리도 관피아(관료+마피아), 청피아(청와대+마피아), 정피아(정치권+마피아) 낙하산들이 줄줄이 투하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한국증권금융,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보협회 등 유관기관을 시작으로 고위직에 현 정권 인사의 낙하산 인사가 본격화 되고 있다. 
 
최근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이 한국증권금융의 신임 감사로 선임됐다. 금융 관련 경력은 전무한데 억대 연봉 자리를 꿰찬 것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하반기 금융권 고위직에 대한 정권 관련 인사 낙점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미 금융협회 등 유관기관은 낙하산 차단막이 뚫렸다.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등 협회들은 2인자 자리인 전무직에 관피아나 금피아(금융감독원+마피아) 출신을 내정해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과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들을 금융협회 고위직에 내정됐으며 일부에서는 벌써 출근을 시작했다"며 "얼마 전까지 부정여론 때문에 정식 선임을 주저하더니 지금부터는 해도 된다는 시그널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서도 "얼마나 자리가 없었으면 저렇게 하겠냐"고 보면서도 묘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었다.
 
하지만 더욱 본격적인 낙하산 투하는 연말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주요 은행장이 연말부터 내년 3월까지 줄줄이 임기가 끝난다. 현 정권의 사실상 마지막 금융권 고위직 인사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줄을 대려는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최초의 여성 행장인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오는 12월27일 임기가 끝난다. 1961년 기업은행(024110) 설립 이후 행장이 연임한 사례는 두 차례밖에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금융권에서는 권 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고 있다.
 
차기 행장으로는 관료 출신들이 거론되는 가운데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부각되고 있다. 정 전 부위원장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 진출을 노렸다가 좌절되고 금융연구원에 복직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겸하고 있는 국민은행장 자리도 분리해 나올 가능성이 크다.
 
KB금융(105560)은 지난 2014년 관료 출신인 지주사 회장과 외부 출신 은행장이 갈등을 겪으며 내분사태를 일으킨 바 있다. 현 시점에 현 정권 인사가 은행장으로 내려올 가능성은 적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주택은행 출신인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4월 공석인 국민은행 감사에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낙하산 논란을 치른 바 있다. 은행 감사를 2년 가까이 공석으로 둔 것은 현재 회장-행장 겸임 체제라는 이유도 있지만 그만큼 외부 입김이 거세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윤종규 회장 취임 2주년이 다가오는데 이제는 회장과 은행장은 분리해 차기 경영권 승계를 준비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며 "상임 감사에도 낙하산 인사가 시도된 만큼 은행장 자리도 낙하산 영입 시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 중인 우리은행(000030)도 낙하산 창구로 활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오는 12월30일 임기가 만료되는데,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과 함께 이동건 영업지원본부 그룹장 등의 내부 승진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제3의 인물이 발탁될 가능성도 높다. 민영화가 성공하더라도 예금보험공사가 여전히 20%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막후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여지가 충분하다.
 
현 정권이 임기말로 접어들면서 '낙하산 철폐' 원칙을 폐기할 움직임이 노골화하는 것은 금융기관 수장이 명예와 부를 모두 가질 수 있는 자리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낙하산 인사인 어윤대·임영록 전 KB금융 회장은 3년 임기동안 총 20억~40억원의 연봉을 받았으며, 임기만료 후에도 장기성과급 명목으로 10억원씩을 더 챙겼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십억원의 연봉을 챙길 수 있는데다 임기후 금융권 고위직 재기를 노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사 수장 자리는 탐이 날 수밖에 없다"며 "현 정부의 사실상 마지막 인사이기 때문에 앞뒤 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그래픽/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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