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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천장관절로 인한 허리 통증
(의학전문기자)최석민 한림병원 척추센터 과장
2016-08-30 06:00:00 2016-08-30 06:00:00
척추의 끝 부분인 천골(Sacrum)은 골반의 장골(Ilium)과 평균면적이 17.5cm2에 이르는 거대한 ‘천장관절(Sacroiliac joint)’을 통해 결합돼 있다. 위치와 모양만 보더라도 신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머리와 몸통의 하중은 대부분 천장관절로 전달되며, 걷거나 뛸 때의 충격도 고관절을 경유하여 천장관절로 전달된다. 심지어 가만히 앉아있는 동안에도 천장관절에는 상당한 하중이 전달된다. 면적이 넓고 큰 힘이 전달되는 관절이 손상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한 통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음은 당연하다. 그런데 ‘천장관절염’ 혹은 ‘천장관절 통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환자는 흔치 않다. 왜일까?

사실 만성 요통의 15~30%는 천장관절로 인한 통증이라고 한다. 하지만 천장관절로 인한 통증은 증상이 매우 다양하고, 특이한 신체검진 소견 혹은 영상검사 소견이 없어 종종 다른 질환으로 오진되거나 원인미상의 통증으로 분류되곤 한다. 허리 디스크(요추 추간판 탈출증)의 경우 하지 방사통 등 전형적인 증상과 특이한 신체검진 소견이 있고, MRI(자기공명영상)에서 대부분 뚜렷한 병변이 관찰되므로 전문가가 아니어도 쉽게 진단할 수 있다. 반면 천장관절 통증은 류마티스나 강직성 척추염 등 염증성 관절통의 경우에만 특수 MRI에서 이상이 관찰될 뿐 X-ray, CT, 동위원소 촬영 어느 것도 확실한 이상소견을 찾아내지 못한다.

천장관절로 인한 요통은 정중앙보다는 한쪽에 치우쳐 나타난다. 환자들은 ‘엉덩이가 아프다’고 표현하곤 하며, 환자가 가리키는 가장 아픈 부위나 압통점이 상후장골극(Posterior superior iliac spine)보다 아래쪽이면서(10cm 이내) 3cm정도 외측인 경우 천장관절 통증일 가능성이 특히 높다고 한다. 통증은 종종 허벅지 뒤까지 연결되는데, 무릎 아래로는 연결되지 않는다. 걷거나 뛸 때, 앉아 있을 때 통증이 악화된다. 때로는 서혜부나 치골결합(Pubic symphysis)에 통증을 호소하기도 해서 의사들의 진단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천장관절로 인한 통증이 이처럼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은 관절의 크기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상하로 길뿐 아니라 앞뒤로도 길어서 병변이 주로 어디에 치우쳐 있는가에 따라서 상이한 증상을 일으킨다. 관절의 앞쪽(Ventral portion)은 L5부터 S2 척추신경의 복부 가지(Ventral rami)의 신경지배를 받고, 뒤쪽(Dorsal portion)은 L5부터 S4 척추신경의 등 가지(Dorsal rami)의 신경지배를 받는다고 한다. 따라서 병변이 앞쪽에 있으면 서혜부, 하복부, 치골결합 등에 통증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천장관절로 인한 통증은 류마티스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세균감염 등 염증성 질환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분명한 원인을 찾기 힘들다. 양 다리의 길이가 다른 경우, 보행장애, 측만증, 임신, 척추수술(특히 고정술), 조깅 같은 장기간 반복적인 자극 등은 대표적인 천장관절 통증의 위험요인이다. 하지만 오래 앉아있는 것, 걷기, 오래 서있는 것 등 일상적인 동작으로도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철저한 문진과 신체검진이다. 어디가 어떤 때 가장 아픈지, 압통점은 어디에 있는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패트릭검사(Patrick’s test : 천장관절 증후군 테스트), 천장관절 압박검사, 견인검사(Distraction test), Fade test, Pubic symphysis test, Fortin finger test, Gaenslen test 등의 검사 중 3가지 이상에서 양성을 보인다면 천장관절 통증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염증성 천장관절 통증의 경우는 조영 증강 MRI로 관절 내 염증을 확인할 수 있다. 이상의 방법으로도 확진이 안 될 때는 천장관절에 직접 국소마취제나 스테로이드를 주사하여 증상이 호전되는가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진단하기도 한다.
 
치료법으로는 약물치료, 물리치료, 재활치료, 보행교정, 증식치료(Prolotherapy), 관절 내 주사, 고주파 신경차단술, 수술 등이 있다.
 
특효약은 없으며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가 증상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온찜질, 초음파, 전기자극 등 일반적인 물리치료도 효과가 있다. 증상을 악화시키는 동작을 확인하여 이를 회피하는 방법을 환자에게 교육하는 것이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된다. 일반적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통증이 매우 심한 경우는 관절 내에 스테로이드 등을 주사하는 주사치료가 효과적이다. 주사치료에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오래 지속되지 않는 경우는 고주파로 신경을 파괴하는 시술을 하기도 한다. 이상 언급된 모든 치료법을 시도하였음에도 극심한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는 수술(천장관절 고정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허리디스크, 요추 협착증, 요추 후 관절 통증 등으로 진단받고 치료 중이나 거의 효과가 없다면 반드시 천장관절 통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의심을 하기까지가 어렵지 일단 의심을 하고 나면 교과서나 논문에 기술된 대로 차근차근 진단과정을 따라 하기만 한다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어렵지 않게 진단할 수 있다.
 
 
◇ 천장관절과 관절 주위의 인대들
 
 
◇ 최석민 인천 한림병원 척추센터 과장 
 
- 중앙대학교 부속병원 전임의
- 중앙대학교 대학원 의학박사(신경손상)
- 광명성애병원 과장
- 명지성모병원 진료부장
- 명지성모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
- 자인메디병원 척추·뇌검진센터장
- 신경외과 학회 서울-경인지회 운영위원
-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자문위원
- 대한 뇌졸중 학회 정회원
- 대한 치매학회 정회원
- 대한 뇌혈관외과 학회 정회원
- 세계 뇌졸중 학회(WSO) 정회원
- 미국 뇌졸중 학회 (ASA)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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