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요국들이 연금보험료 조정 등의 개혁 속도를 높이면서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기금도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좀 더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민연금도 인구고령화와 경기침체 등으로 재정위기 요인이 심화되는 해외 주요국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면 지출 축소에 초점을 맞춘 재정안정화에 못지않게 적정 노후소득의 보장도 중요하다는 게 학계의 지적이다.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연금 재원이 고갈되면 청년층이 납입한 돈을 노년층에게 연금으로 지급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즉 연금 제도를 개혁하지 않고도 지급액을 현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건, 청년층을 상대로 한 정부 차원의 광범위한 '폰지 사기'와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폰지 사기는 실제 자본금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투자자를 끌어모으고 나중에 투자하는 사람의 원금을 앞선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다단계 금융사기를 뜻하는데 앞으로 국민연금이 이러한 형태로 치달을 수 밖에 없다는 학자들의 예견이다.
국내 국민연금 개혁방안으로 정치권이 내놓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가입자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상향과 연금 사각지대 해소 방안 등은 지나치게 낮은 연금액으로 이는 노인빈곤의 확대로 이어져, 결국 정부의 복지지출을 늘려야 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설명이다.
지난 1988년 처음으로 국민연금 제도를 도입한 한국은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 제도를 손봤다. 1998년 1차 국민연금 개편 때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기존 70%에서 60%로 낮추고 연금 수급 연령도 60살에서 65살로 늦췄다.
2007년 2차 개편 때는 소득대체율을 다시 20%포인트 깎아 ‘용돈연금’ 논쟁을 촉발했다. 국민연금 보험료는 같은 기간 3%에서 9%로 오르는 데 그쳤다.
평균수명 증가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고령화 때문에 지금의 사회보장제도는 지속 불가능한 구조로 정부 차원에서 연금 제도와 세제를 개혁하고 개인들도 정부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자체적으로 노후를 대비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유희원 국민연금 연구원은 "연금 지출을 줄여 재정안정화를 꾀하는 방식은 결국 노인빈곤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기에 공적연금 제도의 존립 이유를 훼손하기 쉽다"며 "연금 깎기 경쟁만 하다 보면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높여 되레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면 적정 노후소득 보장의 기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연구원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면 지출 축소에 초점을 맞춘 재정안정화에 못지 않게 적정 노후소득의 보장도 중요하다"며 "노동 기간을 연장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하고 여성 고용 확대나 실업 감소 등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국의 국민연금제도는 소득 대체율을 낮추고 오는 2033년까지 수급 연령을 65세로 인상하는 등의 개혁을 진행하고 있지만 개혁 규모와 시기 등을 두고 여론이 분열된 상황이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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