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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세월호 객실만 분리…미수습자 수습까지 60일 예상
"객실구역만 분리해 직립으로 세우는 방식이 가장 적합"
증거인멸 우려해 선체훼손 반대하는 유가족 설득 관건
2016-08-29 17:02:14 2016-08-29 17:02:14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정부가 세월호 인양 후 미수습자 수습을 위해 객실 구역을 분리해 내는 방식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경우 미수습자 수습에 60일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유가족들이 선체훼손을 반대하고 있어 그들을 설득하는 것이 관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개월간 전문가들이 세월호 인양 후 선체를 정리하는 방식을 집중 분석한 결과, 세월호가 눕혀진 상태에서 객실 구역만 분리해 바로세운 후 작업하는 방식(이하 객실 직립방식)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29일 밝혔다.
 
선체 정리 작업은 선체 내 미수습자를 수습하고 잔존물을 반출, 분류, 보관, 처리하는 작업으로, 인양작업의 연장선상에서 미수습자를 온전히 수습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해수부는 지난 5월 정리용역 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내고 6월15일 객실 직립방식을 제안한 코리아쌀베지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후 미수습자 가족, 유가족, 특조위 등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세 차례에 걸쳐 설명회를 개최한 바 있다.
 
그러나 설명회에서 유가족과 특조위가 선내 주요 증거물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로 선체 훼손 대신 플로팅 도크나 육상에서 바로세우기 등 대안 검토를 요구함에 따라 해수부는 지난달 27일 관련 분야 전문가 8명이 참여하는 '세월호 인양선체 정리 기술검토 TF'를 구성해 기술적 타당성 검토를 추진했다.
 
기술검토 TF는 ▲객실 직립방식 ▲유가족 등이 제시한 인양 후 객실 분리 없이 수직으로 진입해 수습하는 방식(이하 수직 진입방식) ▲선체 전체를 육상에서 바로세우는 방식(이하 육상 직립방식) ▲선체 전체를 수중에서 바로세우는 방식(이하 수중 직립방식) 등 총 4가지 방식을 대상으로 기술검토를 진행했다.
 
검토 결과 미수습자 수습의 적합성, 작업기간, 선체 손상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객실 직립방식이 가장 타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객실 직립방식은 객실부 만을 분리해 바로 세운 상태에서 작업을 하고 미수습자 수습에 60일가량 소요돼 가장 신속하고 안전하게 수습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객실 분리 과정에서 화물칸 상단이 절단되지만 이 부분이 외벽이고 사고 당시 이미 대부분 영상으로 공개된 부분이기 때문에 작업 전 준비를 철저히 한다면 사고 원인 조사 등에 영향이 없다는 설명이다.
 
자료/해수부
 
수직 진입방식은 대규모 절단은 피할 수 있지만 미수습자 수습에 120일 가량이 소요되고, 작업자 진입이나 화물 반출을 위해 중·대규모 천공이 다수 수반되며, 추가 천공이나 내부 격벽 제거 시 절단면이 오히려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선체가 옆으로 누워있어 작업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에 작업자의 안전사고나 일정 지연 등의 우려가 큰 것으로 검토됐다.
 
육상 직립방식은 수습에 최소 150일 정도 소요되며 이론적으로는 구조적 손상이 없을 수 있지만, 국내 최대 규모 장비(1만톤급 해상크레인)를 동원해야 한다.
 
또한, 선체 무게를 줄이기 위해 외판 절단 후 화물 반출이 선행돼야 해 준비 작업에만 최소 78일 정도가 소요되고, 직립 과정에서 와이어로 인해 객실부가 손상될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중 직립방식은 육상 직립방식 보다 동원장비의 규모가 작고 사전 화물반출 작업이 불필요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준비기간 91일, 수습기간 163일 정도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와이어로 인한 객실부 손상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이 단점으로 제기됐다. 또 수중의 기상 상황이 3달 이상 양호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도 한계로 분석됐다.
 
기술검토 TF는 모든 방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객실 직립방식이 안정적인 작업여건 내에서 선내 미수습자를 가장 단시간에 안전하게 수습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비해 다른 방법들은 작업 안전성과 시간적인 측면에서 미수습자를 온전하고 신속하게 수습하기 어렵고 선체 손상도 어느 정도는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했다.
 
앞서 해수부는 선체 정리용역 입찰 과정에서 평가위원들로부터 이미 객실 직립방식이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유가족의 요구를 수용해 관련 전문가들이 여러 방안이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최적의 실행방안을 찾기 위해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검토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연영진 해수부 세월호선체인양추진단장은 "눕혀진 세월호는 아파트 9층 높이(22m)의 수직절벽으로, 2년 반 동안 침몰 상태로 있었기에 곳곳이 붕괴되거나 함몰 우려가 있어 수습작업을 하기에 매우 열악한 여건"이라며 "선체 정리과정에서 한 건의 안전사고도 없이 9명의 미수습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온전하게 가족에게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는 24시간 체제로 세월호 선미 리프팅빔 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해수부는 내달 말 육상 거치를 목표로 인원과 장비를 보강해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장기욱 세월호선체인양단 인양추진과장이 2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해수부 기자실에서 세월호 인양 후 선체 내 미수습자 수습과 잔존물 반출, 분류, 보관, 처리하는 작업인 선체 정리작업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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