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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대책, 또 반쪽짜리…차기 정권에 폭탄돌리기"
공급물량·집단대출 규제 실효성 의문…분양권 전매·DTI총량 규제 제외…"부동산 시장 부양 더 신경썼다"
2016-08-25 18:40:54 2016-08-25 18:40:54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정부가 가계부채 급증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내놓은 추가 대책이 또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택 공급량을 줄여 수요를 억제하는 '주택공급 프로세스 단계별 대책'과 '집단대출 보증제도 개편안이 나왔지만, 위험 수위까지 치솟은 가계부채를 잡기에는 역부족이란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를 꺽지 못해 주택시장에 거품이 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을 만한 적기를 놓친채 다음 정부에 짐을 떠넘겼다고 입을 모은다.
 
◇공급물량 줄여 가계부채 잡겠다?…"탁상공론에 불과"
 
25일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금융감독원 합동으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보면 적정수준의 주택을 공급해서 가계부채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방안이 나온다.
 
주택과잉 공급이 가계부채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공급량 자체를 줄여서 주택 구매 수요를 낮추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동안 써왔던 금융대책 만으로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처음으로 가계부채 대책에 '주택공급 관리' 방안을 포함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주택시장 수급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택지 공공물량을 지난해 6.9㎢, 12.8만호에서 올해 4.0㎢, 7.5만호로 축소할 계획이다.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는 서울 정부청사 별관에서 열린 가계부채 관리방안 브리핑을 통해 "가계부채 대책을 마련하면서 집단대출, 즉 주택공급과 관련되고 있는 분양시장에 대한 관리방안을 처음으로 포함했다"며 "집단대출의 가장 증가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주택 공급과잉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주택의 공급프로세스 단계별로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공급량 규제 방안이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란 지적이 이어진다. 건설사가 택지를 매입해서 설계와 건축 승인 등의 절차를 밞아 최종 분양까지 하는 데는 적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택 물량 감소로 인한 주택담보대출 축소 효과를 보려면 시간이 필요한 데, 그동안 몰려드는 대출 수요를 억제할 방도가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이번 대책은 새로운 내용도 아니란 지적이다. LH는 이미 연초 부터 택지 공급을 30% 이상 줄이겠다고 밝혀왔다. 지난해에는 주택 공급이 너무 위축된 면이 있으니, 대폭 늘린 것이고 올해 부터는 점차 줄여나갈 계획이었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이 가계부채 대책 브리핑 이후에 가진 질의응답 시간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
고 있다. 사진/금융위
 
◇집단대출,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 도입 '예외'
 
집단대출에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는 방안도 채택되지 않았다. 주담대 증가의 주요 원인이 집단대출임에도 부동산 시장이 위축될까 우려해 예외 방침을 고수한 것이다.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은 대출자의 빚상환 능력에 맞게 나눠서 갚게 하는 금융 관행을 말한다.
 
이날 정부는 부동산 시장 상황과 집단대출 증가세를 보아가며 필요한 경우 집단대출에 대한 단계적인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 도입에 대한 여지를 남겨뒀다고 볼 수 있지만, 이를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구체적인 시기와 도입 여건에 대해 설명하기 않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집단대출이나 주담대가 어느 정도 증가하면 관련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겠다는 식의 이야기가 없다"며 "정부가 정책 도입 의지는 없으면서 그럴듯한 말장난을 한 것에 불과하다. 결국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기 어렵게 됐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지금까지 집단대출을 규제하는 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그 결과 집단대출 규모는 최근 1년 5개월 사이 20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전체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집단대출 비중도 빠르게 늘어났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체 주담대 증가분에서 집단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2.5%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2.5%까지 높아졌고 최근에는 50%에 육박하고 있다.
 
이번에 집단대출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대신 나온 것이 '보증제도 개편' 방안이다. 집단대출 보증율을 보증기관 100% 보증에서 90% 부분 보증으로 축소해 은행의 책임성을 높인 다는 것이 골자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이 아무런 시뮬레이션 없이 적용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은행의 보증 책임을 높였을 때 무분별한 대출이 줄어들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꺽이는 지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선행되지지 않았다. 집단대출이 국가 경제의 뇌관으로 자리잡은 이때 검증되지 않은 정책이 타당성 검토를 거치지도 않은채 현장에 도입된 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10% 신용보증이 생긴 것 만큼 은행이 손실을 떠앉을 수 있는 구조가 된만큼 은행은 차주에 대한 심사를 더 꼼꼼히 하게 될 것"이라며 "시뮬레이션은 향후에 은행들을 통해서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DTI 총량 규제 논외…전월세 대책 실효성 의문 
 
총량 규제가 아예 논의조차 안된 것 또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정부는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환원시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를 제약하고 서민층의 주택 구매에 피해를 입힐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유지했다. 
 
김지섭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원은 "LTV 70%는 인정을 하더라고 DTI 60%는 너무 높은 측면이 있다"며 "총량 규제가 도입됐어야 하는데 이미 LTV와 DTI 규제 완화가 연장돼 내년 여름까지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 거론됐던 분양권 전매제한 카드도 제외됐다. 이날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부양권 전매제한은 둔탁한 규제이며 주택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전월세 대책이 미약한 것도 이번 추가 대책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 정부는 전세자금대출 부분 상환에 대해 인센티브를 마련해 차주가 원하는 만큼 나누어 갚는 상품을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전세대출 부분 분할상환을 한 금융기관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안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해 전세자금 대출 수요가 서민층인 것을 감안하면, 부분 분할상환이라 해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개인금융팀장은 "정부가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있지만, 임팩트 있는 정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라며 "정부가 가계부채 문제 해결 보다는 부동산 시장 부양에 좀 더 신경을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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