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누진제 폭탄, 재계는 산업용 전기요금 방어
비판여론 거세지자 전경련 "이는 모두 오해"…산업용·주택용 형평성과 국민부담은 어디로?
2016-08-24 18:47:14 2016-08-24 18:47:14
[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누진제로 전기료 폭탄이 현실화되면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이유로 혜택을 누려온 데 대한 형평성 논란과 함께 불만들도 속출하고 있다. "전기료가 무서워 에어컨을 켜지 못한다"는 한숨 이면에는 전기요금 체제 개편에 대한 요구가 있다.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재계는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한 오해가 크다며 요금제 개편과 인상을 막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대기업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은 24일 '산업용 전기요금을 둘러싼 5가지 오해와 진실'이라는 설명 자료를 배포하고, 전기요금의 합리적 개편을 위해서는 전기요금 체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식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이 내놓은 5가지 오해 중 첫 번째는 산업용 전기는 원가 이하로 공급받는다는 점이다. 전경련은 이 같은 오해와 달리 산업용 전기의 원가회수율은 2014년 102%, 지난해 109%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또 산업용 전기는 고압 송전 특성으로 일반 전력 공급원가보다 Kwh당 22원가량 낮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이 책정됐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오해는 주택용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이 너무 낮다는 주장이다. 전경련은 이에 대해 2000년 이후 15차례에 걸친 요금 인상에서 산업용은 전체 평균(49.5%)의 2배에 가까운 84.2%가 인상됐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 주택용 15.3%, 일반용은 23% 인상됐다. 특히 주택용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의 상대가격은 미국이나 프랑스, 독일, 영국, 일본 등 주요국들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또 가정용에 적용되는 누진제를 확대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계절별·시간대별 차등 요금제(계시요금)', '기본요금피크 연동제' 등 누진제와 비슷한 수요관리 요금제 등을 고려하지 못해 발생한 오해라고 반론했다. 
 
이외에도 기업들이 싼 전기요금으로 전기 낭비가 심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기업의 에너지효율은 세계 최대 수준으로, 현재 기업들은 전기요금뿐만 아니라 배출권 거래제 간접배출 규제까지 적용 받는 등 전력사용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기업이 전기요금 특혜를 받아 수조원의 이익을 봤다는 주장 또한 심야에 값싼 경부하 요금제를 적용 받아 평균 전력사용 단가가 낮은 것일 뿐, 특혜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추광호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잘못된 정보와 사실관계가 불명확한 자료로 인해 높은 원가회수율에도 불구하고 산업용 전기요금이 저가 특혜를 받는다는 오해가 발생했다"며 "투명한 정보공개와 요금체계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통해 오해를 불식시키고, 국민과 경제계가 공감할 수 있도록 전기요금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뉴스토마토
  
다만 이 같은 전경련의 적극적 항변에도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최근 수년간의 데이터만으로 기업들이 특혜를 받지 않고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려 일반 국민들이 사용하는 주택용 전기요금과 형평성을 맞추는 동시에, 서민경제 차원에서라도 국민적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명분 면에서 앞선다.
 
특히 이번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단순히 경제논리에 맞춰 원가를 얼마에 책정한다는 개념에서 그칠 문제가 아니라 환경, 산업구조의 차원으로 확대해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국가 차원에서 기업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활성화와 기업 스스로의 원가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서라도 현 산업용 전기요금의 수준은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은 "산업계가 최근 원가를 기준으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반대 입장을 펼치고 있지만 이 역시 최근에 맞춰진 가격으로, 역사적 의미에서 기업들이 혜택을 누렸고 그만큼 국가적으로 빚을 졌다. 이는 국민적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단순히 시장논리로 산업용 전기요금의 원가만 맞추면 되지 않느냐고 주장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정부 역시 원가 등 관련 정보를 모두 공개해 투명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은 앞에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뒤에서는 값싼 전기요금을 누리겠다는 입장인데, 과거에나 통할 일"이라며 "지금 전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맞춰 대기오염 감축 노력이 강조되고 있는 형국에 산업계 스스로 환경 변화에 적응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이 같은 전기요금 인상 반대는 잘못된 신호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국가적 미래 산업을 위해서도 이번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은 충분히 검토할 만한 대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솔직히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값싼 산업용 전기요금에서 출발한다"며 "전기요금이 매우 저렴한 상황에서 기업들의 건물이나 공장 등 시설물에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에너지관리시스템(EMS)를 도입하거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애써 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석탄과 석유, 원자력에 의존한 현 에너지 소비 체제로는 미래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산업계 스스로 각성하고 미래를 위해 노력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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