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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모로우)30년후 고령사회 한국의 현실을 만나다
전국 최고령 도시 고흥, 50~60대도 드물어…젊은이들 떠난 빈자리 ICT농업과 다문화가정이 채워
2016-08-03 15:17:33 2016-08-03 15:38:14
총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 이상인 경우를 고령화 사회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이미 7.1%를 넘어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2022년에는 14%를 넘어 완전한 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해피투모로우에서는 전국 최고령 도시 전라남도 고흥을 통해 이러한 시점에서 늘어나는 노인 세대가 안고 있는 구체적 문제들을 짚어보고, 30년 후 한국사회가 맞딱뜨리게 될 고령사회 속에서 이들이 건강하고 활기차게 제 2의 생애를 설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편집자)
 
지난달 27일 오후 3시 전남 고흥군 포두면 오취리 마을회관 경로당에서는 트로트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하는 할머니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회관 앞 바닷가에 지어진 정자는 화투 놀이하는 할아버지들이 이야기꽃을 피워 시끌벅적했다. 오후 2시가 지나면 바닷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마을 노인들이 어김없이 이곳에 모인다. 
 
집 안에서 적적하게 있기보다는 군에서 제공하는 레크리에이션에 참여하거나 담소를 나누고 저녁식사를 함께하기 위해서다. 이날 모인 16명 중 8명이 배우자와 자녀 없이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73세 이상으로 그중 5명은 80대로 셋 중 한명 꼴이었다. 
 
군청이 있는 읍내 풍경은 지방 소도시 풍경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2차선 도로 양 옆에는 은행과 편의점·옷가게·식당·헤어숍·PC방 등이 늘어서 있다. 2~3층짜리 건물도 있지만 대개는 뒷산이 훤히 보이는 1층짜리 단층 건물이다. 이곳은 고흥군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다. 
 
그러나 거리는 돌아다니는 사람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했다. 낮이고 밤이고 오가는 인적이 많지 않고 차량 통행만 있을 뿐이다. 읍내 인근 전통시장에는 오가는 손님은 거의 없고 농협이나 시외버스터미널 정도에 어느정도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있을 뿐이다. 
 
점포를 내놓는다는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는 가게도 종종 눈에 띄었다.
 
마을 전체로도 50~60대는 찾아보기 힘들다. 마을 곳곳에는 번듯한 집들이 보이지만 노인들이 세상을 떠나거나 자식들에게 가면서 이렇게 빈집들이 하나 둘 늘고 있는 상황이다. 
 
노인들이 늘고 아이들은 사라지면서 폐교된 학교 4곳은 노인요양원들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얼마지나지 않으면 노인이 거의 절반이 되지 않을까, 이렇게 가다간 마을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050년 우리나라의 예상 고령화율은 지금의 고흥 수준인 35.9%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의 최고령 도시 고흥을 살펴보면 앞으로 30년 뒤 '늙은 대한민국'의 모습이 어떻게 펼쳐질지 짐작할 수 있다. 
 
전남 고흥군 포두면 오취리 마을 전경. 사진/박민호 기자
 
농촌에서 다문화는 일상
 
마을 입구 느티나무 밑에는 마을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담소를 나눈다. 그러나 언제부터 한국 시골마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외국인들이 많아진 것을 역력히 느낄 수 있다. 간혹 국적이 같은 외국인들은 자국어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고향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베트남 아줌마 황티앙(33)씨는 11년 전 23살에 시골장터의 국밥집 아들과 결혼해 낯선 한국 땅으로 시집을 왔다고 한다. 베트남 친정에서는 장녀로 태어나 부모의 가난으로 중졸만으로 산업전선에 뛰어들어 동생들 키우고 가르치는데 청춘을 바쳤다. 
 
어린 시절 배고픔을 이겨 잘 살아야 한다는 헝그리 정신이 그녀의 한국 생활에서 아들 셋 낳고 장터에서 국밥 장사를 하면서 잘 살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되었다고 한다. 
 
시어머니는 "베트남 며느리가 시집오자마자 장터를 따라 나와 일을 배우려 하고 무슨 일이든지 스스로 공부하고 노력하는 마음이 너무 예쁘다"며 칭찬일색이다. 
 
이처럼 한국 사회는 199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특히 농촌의 다문화 가정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주로 혼인 적령기를 놓친 농촌 지역의 미혼 남성 위주로 국제결혼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최근 인구조사자료에 의하면 다문화 가정은 38만 6977가구로 나타났다. 특히 농촌 지역 국제결혼 추이를 살펴보면 2004년 국제결혼은 1814건으로 농촌전체 결혼의 27.4%였던 것이 2007년에는 3171건으로 41.4%로 증가했다. 이후 그 비율이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국제결혼은 이제 농촌의 중요한 가족 형성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다.
 
결혼 이주 여성의 출신국 또한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어서 2000년 초에는 중국, 일본, 필리핀 출신이 다수였으나, 최근에는 베트남, 태국, 몽골,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등 다변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젊은이들이 떠나간 농촌에서는 노인들이 주로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사진/박민호 기자
 
'스마트팜'으로 진화하는 농촌
 
2000년대 들어 웰빙 트렌드는 농촌의 다원적 가치를 높였다. 특히 먹거리에 대한 안전성이 중시되면 농촌의 변화가 시작됐다. 도시민들이 농촌을 찾는 횟수가 잦아졌고 외환위기를 겪으며 실질한 도시민이 농촌으로 삶의 터전을 이전했다. 이들은 농촌에서 농사일뿐만 아니라 식품 가공, 관광, 체험 등을 통해 농외소득을 한층 더 높여나갔을 뿐만 아니라 찾아오는 농촌으로 변화를 주도했다. 
 
고흥군도 이런 변화에 발맞춰 전국 최초로 벼 재배기술에 정보통신기술(ICT)를 접목하는 등 벼의 생육초기부터 출하까지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농식품 ICT 고품질 쌀 스마트 안심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농식품 ICT 고품질 쌀 스마트 안심통합관리시스템’은 벼가 육묘하우스에서 자라기 전부터 시작해 건조, 도정, 포장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정보통신기술이다. 
 
특히, 소비자들은 제품 포장의 QR코드를 통해 모든 이력과정을 확인할 수 있어 소비자의 농산물 신뢰도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보통신기술과 농업과의 융합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벼 재배기술에 접목된 사례는 고흥군이 전국에서 최초다. 
 
고흥군은 연평균 13.6℃의 온화한 난대성 기후와 2370시간 이상의 전국 최대 일조량을 자랑해 벼 2기작 재배기술의 표준을 삼기에 우수한 지리적 이점을 갖추고 있다. 
 
고흥군 관계자는 “ICT 융복합 재배기술은 기후변화, 농촌인구의 고령화, 안전한 먹거리 문제 등으로 미래 농업의 대안으로 조명을 받고 있는 분야로 위축된 쌀 산업 활성화와 새로운 고부가가치 창출을 가져올 것”이라며, “고흥군이 정보통신기술 활용 농업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정보통신기술을 농업에 접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 고령화 속도 세계 최고…30년후 노인 비율 세계 2위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 비율이 2050년에는 세계 2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미국 통계국이 공개한 ‘늙어 가는 세계 : 2015’(The Aging World : 2015)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인 비율은 2050년에는 35.9%에 이르러, 일본(40.1%)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일본은 지난해 기준으로도 노인 비율이 26.6%에 이르러 1위였다.

우리나라는 지난해에는 노인 비율이 13.0%에 불과해 상위 25위에도 들지 못했지만,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를 것으로 봤다. 노인 비율이 7%에서 21%까지 오르는 데 소요되는 기간을 보면 우리나라는 27년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에 이어 중국(34년), 태국(35년), 일본(37년) 등도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지만, 우리나라에는 미치지 못했다. 프랑스는 경우 노인 비율이 7%에서 21%로 되는데 157년이 소요될 것으로 나왔다

보고서는 지난해 73억 명이었던 전 세계 인구가 2050년에는 94억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는 지난해 6억 명에서 2050년에는 16억 명으로 불어난다.이에 따라 65세 이상인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5%에서 16.7%로 높아진다.
 
세계 최고 수준의 빠른 고령화 원인은 높은 기대수명과 낮은 출산율이다. 한국사회도 이에 대한 사회적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노인이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생산에 참여할 수 있는지, 기대수명을 지탱할 노후 자금이 충분한지 등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의 고민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흥=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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