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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전·월세 상한제 등 세입자 보호대책, 20대 국회서 마련되나
계약갱신 청구권 등 쟁점…더민주 "제도 부작용은 극복해야지 회피할 문제 아냐"
2016-07-26 16:33:24 2016-07-26 17:00:14
[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저금리 여파로 주택 임대시장에서 월세의 비중이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세입자 보호를 위한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다. 연간 임대료 상승 폭을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 등이 정부·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입법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야당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봇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26일 시·도별로 표준임대료를 산정해 공시하고 법에서 정한 사유 외에는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없도록 임차인에게 계약갱신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전세난과 금융 이자 하락 등으로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무주택자들의 주거난이 심화되는 실정”이라며 법안 발의 이유를 밝혔다. 보증금이나 임대차 기간 등에 관한 분쟁이 일어날 경우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 시·도별로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박 의원 외에 같은 당 윤후덕·박영선 의원과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 등도 기본 2년의 계약기간이 끝난 후 임차인에게 1회 계약갱신 청구권을 보장하고 계약을 갱신할 경우 임대료 증액 폭을 연 5%로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올해 상반기 전·월세 거래량 중 월세 비중이 46%에 이른 상황에서 월세 세입자 보호를 위한 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민주 서민주거 태스크포스(TF) 주최 ‘주거안정을 위한 서민주거대책 입법 공청회’에서 “(전세의) 월세 전환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만 월세 인상폭에 대한 규제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관련 법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는 지난 19대 때에도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세입자에게 계약갱신 청구권을 부여하고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정부·여당의 반대로 도입에 실패했다. 20대 국회 들어서도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5월12일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임대업이 인기를 잃게 되면서 임대주택 공급이 감소하고 장기적으로 임대주택의 질이 저하하는 등의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새누리당의 입장도 기본적으로는 반대다.
 
이에 대해 더민주 등 야당은 이미 상가를 대상으로 월세 상한제가 적용되고 있지만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주택시장에서도 관련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새누리당이 (제도 도입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지만 극복할 문제이지 본질을 회피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새누리당 의원들도 월세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 출신인 김현아 의원은 20대 국회 개원 전부터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주택임대차 시장의 현실을 반영해 임대인에게는 월세 연체의 위험을 덜고, 임차인에게는 월세소득공제 간소화의 이점이 있는 '월세카드 도입'을 서민 주거비 부담 경감대책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주거비 부담 해소가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법무법인 '위민'의 김남근 변호사는 26일 토론회에서 “월세주거비가 1% 인상될 경우 전체 가구의 소비가 0.02% 감소하며 저소득층의 경우 감소폭이 0.09%로 커진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주거비 등 가계 부담이 가중되면 그 결과는 내수침체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 대로 떨어진 이유 중 하나로 민간소비 목표치가 절반으로 떨어진 점도 제기되는 상황에서 임대시장 안정화가 내수 촉진과 경기 부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표준임대차 계약서 의무화 등도 고려해야"
 
장기적으로는 주택정책의 철학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남근 변호사는 "서유럽 국가들은 임대주택을 이용한 이윤 극대화를 의도적으로 막고, 임대인과 임차인 간 공정한 균형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경우 주택 임대차 기간을 정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경우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임대료도 건물 크기와 종류, 시설 등에 따른 적정 임대료표를 정하고 세입자와 임대인 단체에 적정가격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 등도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주택정책이 경기활성화를 위한 수단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주택매매 활성화를 부추기고 역으로 전월세난은 심화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대등한 협상을 통해 임대료 책정을 하는 갱신제도만이라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기적으로는 최단 임대차 기간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등의 과제도 제시되고 있다. 서채란 변호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민간 임대시장 투명화와 세입자 권리 보호를 위해 예외 없이 표준임대차 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하거나 지자체가 2~3년 간격으로 적정 임대료 수준을 제공토록 하는 근 거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민주 서민주거TF 주최 '주거안정을 위한 서민주거대책 입법공청회'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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