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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실종 아이, 잊지 않고 관심 갖기…희망은 거기서부터 시작"
나주봉 미아실종가족찾기 모임 회장, 아이들 지문사전등록제 활용해야
"실종초기 골든타임 시기에 아이들 찾아야…실종된 아이들 위한 추모공원 만들겠다"
2016-07-24 09:00:00 2016-07-24 15:44:34
[뉴스토마토 이종호기자] 부모는 산에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자식을 잃은 슬픔이 크다는 말이다. 어느 날 갑자기 아이가 사라지면 가족들은 그야말로 아이를 찾으러 다니느라 생계를 돌볼 수 없게 된다. 눈물 마를 날 없는 실종 아동의 부모 곁을 25년째 묵묵히 지키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 '전국 미아 실종가족 찾기 시민의 모임'의 나주봉 회장이다. 그는 실종 아동을 위한 활동에 시간을 쏟아부어야 하니, 시간에 제약이 없는 삼성화재 설계사(RC)를 선택했다고 한다. 그가 걸어온 25년의 세월을 들어봤다. (편집자)
 
나주봉 전국 미아 실종가족 찾기 시민의 모임 회장(59세)이 아이들을 찾는 일을 하게 된 계기는 1991년 '개구리 소년' 아버지들과의 만남이었다. 그즈음 나 회장은 각설이 공연을 하며 전국을 돌아다녔다. 공연을 통해 관객들이 모이면 노래 테이프를 팔아 수입을 올렸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 수완이 좋아 수입은 적지 않았다.
 
그가 인천 월미도에서 공연하는데 반대편에서 아저씨들 여럿이 전단을 나눠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관심도 없고 전단을 받으면 버리기까지 했다. 전단 내용이 뭔가 싶어 자세히 들여다봤다. 바로 '개구리 소년'들의 사진이었다.
 
당시에는 그저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나 회장은 "한쪽에서는 흥에 겨워 춤을 추고 떠드는데 한쪽에서는 아이 잃은 마음에 애를 태우고 있으니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며 "어차피 각설이 공연을 하느라 전국을 돌아다니니, 이 가족들을 도와줄 수 있겠다 싶어서 개구리 소년의 아버지들에게 전단지 500부를 받아서 나눠주기 시작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렇게 시작한 결과 그는 노래 테이프 팔던 각설이에서 실종 아동을 찾아다니는 각설이로 달라져 있었다. 공연을 보던 관객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줬다. 그러자 다른 실종 어린이 가족들에게도 연락이 왔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실종 어린이 가족들의 모습은 처참했다. 힘든 과정을 이겨내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한 부모, 아이 찾는 데 몰두하다 경제난에 허덕이는 가정까지 결국 깊은 상처만 안고 가정이 해체되기도 했다.
 
그는 "그 당시 실종 어린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은 낮은 수준이었다. 이대로 두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만들어진 게 지금의 '전국 미아 실종가족 찾기 시민의 모임'"이라고 말했다.
 
-실종 아동 관련 법률 제정 위해 노력
 
1990년대는 지금과 많이 달랐다. 아이가 사라졌을 때 8세 미만은 미아, 8세 이상은 가출이라고 해서 8세 이상이면 경찰이 아닌 가족이 찾아야 했다. 물론, 납치, 유괴일 경우는 수사본부가 차려져서 경찰이 개입하지만 그 이외는 가족이 직접 찾아 나서야 했다.
 
하지만 외국은 달랐다. 미국에서는 '코드 아담'이라고 실종 아동 찾는 프로그램이 1984년에 시작됐다. 그 후에 '엠버'라는 아이가 실종되면서 '엠버 경보'라는 후속 대책까지 나왔고 실종 아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적 시스템이 잘 갖춰졌다.
 
그는 우리도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실종 아동 관련 법을 2002년부터 준비했다. 지도층 인사들을 만나 실종자 찾기에 필요한 법 제정을 촉구했고 결국 2005년 법이 제정돼 12월1일부터 시행됐다. 이후 '범죄피해자 보호법' 만들기에도 앞장서서 그 당시 공소시효를 15년에서 25년으로 늘리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들은 '개구리 소년'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들이 누구냐는 질문에 그는 제일 처음 찾으러 다닌 '개구리 소년' 아이들 이라고 말한다.
 
그다음에 8년째 추모제를 진행해 온 '이혜진', '우예슬' 양이 기억에 남는고한다. 실종 아동의 경우, 기억에 남는다는 게 참 가슴 아프고 슬프다. 이들은 2007년 크리스마스이브 선물을 사러 나갔다가 유괴범에게 납치돼 참혹한 주검으로 돌아온 아이들이다. 그 주검을 부모들이 차마 직접 볼 수가 없어서 그가 직접 확인했다.
 
유독 두 아이를 기억하는 이유는 두 아이의 납치 사건으로 인해 골목 곳곳에 CCTV가 생기기 시작했고. 그 CCTV로 인해 부녀자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이 검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아이의 추모식은 지난해가 마지막이었다.
 
나 회장은 "2년 전 혜진이 아빠가 죽고 내 건강까지 악화되면서  추모식을 더이상 진행할 수 없게됐다"며 "주변 사람들은 8년 동안 최선을 다했다고 하지만 그는 두 아이에게 죄스럽고, 사회적 범죄로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의 어려움에 사회가 무관심한 현실이 너무 서글프다"고 전했다.
 
-실종 초기 골든 타임은 12~48시간
 
실종 초기에 '골든 타임'이 있다. 보통 12시간에서 최장 48시간까지 잡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3시간 안에는 아이를 찾아야 한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이는 아이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헤매게 되기 때문이다. 또 시간이 길어지면서 목격자 탐문 자체가 힘들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골든 타임 시기를 놓쳐서 10년 동안 돌아오지 못하는 장기 실종 아동들이 한 400명 정도 된다. 일단은 '골든 타임' 안에 아이를 찾도록 해야 한다. 백화점, 마트 등 '다중 운집 시설'의 경우 코드 아담을 발령하고 시설 관계자들은 아이를 찾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그는 부모들에게 지문 사전등록제를 꼭 활용하라고 말한다. 나 회장은 "아이가 길을 잃으면 90% 이상은 경찰서에 가는데 지문만 사전에 등록해도 경찰서에서 곧바로 가족을 찾을 수 있다"며 "자녀의 일과를 파악하고 아이 주변 친구들의 연락처를 알아둬야 한다. 만약 아이를 잃어버렸을 때는 경찰 112 번호로, 혹은 아동실종 전담센터 182 번호로 신고하라"고 조언했다.
 
-"아이들이 시민들 머릿속에서 사라지는 거 안타깝다"
 
나 회장은 경제적인 이유로 '전국 미아 실종가족 찾기 시민의 모임' 운영을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수많은 아이의 사진을 보며 그 가족들을 생각하니, 차마 그만둘 수가 없었다. 그는 마지막 바람인 실종 아동들을 위한 추모공원을 만들 때까지 이 일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실종된 아이들로 인해 '실종법'이 만들어지고 법령 제도가 바뀌고 있지만, 아이들이 시민들의 머릿속에서 사라진다는 게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나 회장은 실종 사건은 어느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와 사회가 풀어야 할 공동의 문제로 모든 국민이 실종에 관해 인식을 하고 경찰관의 눈이 되어서 주변을 살펴볼 때, 잃어버린 실종 아동을 찾고,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무엇보다 실종 아동에 대해서 시민들이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현재 실종자를 찾아다니는데 차량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장애 아동과 치매 환자의 경우 위험을 인지하지 못해 사고, 동사 및 저체온사로 많이 발견돼, 그 부분이 걱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나주봉 회장은 "잊지 않고, 기억하고, 관심을 가지는 일. 희망은 거기서부터 시작한다"고 지속적인 관심을 다시금 강조했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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