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우 병든 부모님을 집이나 호스피스 전문시설로 옮기는 것이, 마치 치료를 포기하고 효도를 다하지 않는 것처럼 비춰지는 인식 탓에 여전히 호스피스를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죽음 앞에 선 당사자들의 선택과 의지다.
성남고령친화체험관에서 열린 '치매 재활케어의 새로운 제안 2016 한일 국제 세미나'에 참석한 후쿠시마 카이츠로 일본 시니어휘트니스사 대표는 "살 수 있는 병은 치료하는 게 맞다. 하지만 말기 환자는 치료에 집착하는 것보다 하루라도 의미 있게, 삶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일본에서 말기 암 환자들이 생의 끝에서 병원보다는 집에 머물렀을 때 생존기간이 길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는 내용을 인용하며 내 집만큼 편한 곳은 없다고 전했다. 즉 익숙한 공간, 낯익은 냄새,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는 것이다. 집에서 돌봄을 받다 임종하는 경우 환자와 가족 모두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는 일본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됐다.
카이츠로 대표는 "호스피스는 뜻있는 몇몇이 하는 게 아니라 국가적 사업이고 복지국가의 역할"이라며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한국도 가정 호스피스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세미나에서는 쓰쿠바대학교 연구진이 일본 내 말기 암 환자 사례 2000건을 분석한 결과 2주의 시한부 진단을 받은 환자가 병원에 계속 머물 경우 평균 9일 정도를 생존한 반면, 집으로 곧장 돌아갈 경우 평균 13일을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에 있을 때보다 집에 있을 때 평균 나흘을 더 가족과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사별 가족이 겪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비율도 집에서 임종한 경우 4.4%로 병원 임종(21.1%)의 5분의 1에 불과했다. 가족이 사별 후 일상에 복귀하지 못하는 ‘장기간 애도 장애’를 겪을 확률도 병원(21.6%)보다 집(5.2%)이 훨씬 낮았다.
집에서 임종하는 경우 의료비용도 적게 든다. 대만의 호스피스 비용·효과 분석 연구를 보면 전통적인 병원 치료 대신 병원호스피스를 택한 경우 사망 전 1개월간 의료비용이 64.2% 줄어들고, 가정호스피스는 병원호스피스의 절반에 불과했다.
유럽과 북미 국가의 대부분은 호스피스 서비스 가운데 가정 호스피스가 90% 이상을 차지한다. 대만과 일본도 가정 호스피스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카이츠로 대표는 "죽음 앞에 선 당사자의 선택과 의지에 따라 생의 마지막을 보낼 장소를 고를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치매 재활케어의 새로운 제안 2016 한일 국제 세미나'에 참석한 후쿠시마 카이츠로 일본 시니어휘트니스사 대표.사진/박민호 기자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