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우리경제는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가? 세계경제 환경은 갈수록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 경제지표들도 좀처럼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그나마 수출의 감소세가 약화되는데 일말의 기대를 걸기도 한다. 하반기 경제전망과 과제를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로부터 들어본다. [편집자]
올해 초 국가미래연구원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심상치 않을 것을 예측한 바 있다. 지난 1월 초에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금년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연간 2.6%로 예측했으며, 5월 초에 수정보고서를 통해 0.3%포인트 낮아진 2.3%를 예측했다. 또한 대내외 리스크가 겹치는 경우에 1%까지 추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았다. 또 2017년에는 보다 혹독한 경제 환경으로 인해 더 낮은 성장이 예측되고 있어 장기침체의 우려도 발생하고 있다고 보았다.
◇ 하반기 성장률 예측보다 낮아질 가능성
상반기를 지나면서 이같은 전망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는가? 우리 경제상황을 정리해 보고 하반기에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진단해 보는 것도 지금 시점에서 의미가 클 것 같다. 특히 최근에 이뤄진 브렉시트 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고 있어 좀 더 면밀한 분석과 전망이 요구된다.
우선 상반기 경제 상황부터 점검해 보자. 국가미래연구원은 지난 5월초 상반기 경제성장률을 2.5%로 예측했으며, 하반기 성장률을 2.1%로 수정 전망했다. 실제로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6%였으며, 2분기에는 1분기보다 높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국가미래연구원의 전망이 그대로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결국 하반기 경제성장률 전망도 지난 5월의 예측치인 2.1%를 크게 벗어나기 어렵고 오히려 낮아질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보는 게 옳을 것 같다.
◇ 소비·설비투자·대외환경 변화가 변수
부문별 경제활동 상황을 살펴보더라도 종래의 전망치가 낙관적으로 변하기보다는 비관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먼저 소비부분을 살펴보자. 2015년 민간소비는 연간 2.2% 증가를 나타냈으며, 올해 1분기는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2분기에도 가계부채 증가, 고용부진 및 비소비지출의 증가, 전월세 가격 상승, 교육 및 의료비 상승 등으로 인해 소비가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5년 상반기에 메르스 등의 여파로 1.6% 증가율 이후 2016년 2분기는 최저치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서 하반기 소비는 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가장 중요한 점 중의 하나는 고령화에 따라 생산가능인구가 줄게 되고, 그에 따라 소비는 갈수록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부분을 살펴보면 2015에 건설투자는 연간 3.9% 증가했고, 2016년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했다. 그러나 2분기에는 다소 부진해 상반기 전체로는 1분기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하반기에 SOC 예산 등의 감소로 인해 상승폭이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 중에서 심각한 부분은 설비투자이다. 설비투자는 2015년 연간 5.3% 증가했으나, 2016년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0%로 대폭 감소하였다.
문제는 국내 주력 산업의 성장세가 정체되고,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 기업의 채무상환능력 저하 등에 따라 상반기에도 설비투자는 대폭 감소할 전망이다. 다만 하반기에는 이보다 약간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추세적인 흐름의 변화를 보이지는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수출은 5월말 기준으로 1964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5% 감소했으며, 수입은 1585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6% 감소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379억달러 흑자를 나타내고 있다. 무역수지는 52개월 연속 흑자를 나타내고 있으나 수출입이 함께 축소되는 이른바 불황형 흑자가 지속되고 있는 형국이다.
더구나 2016년 1분기에 수출물량이 소폭 감소로 전환되었고 단가 하락률 축소에 따라 전년 1분기와 비슷한 무역수지 흑자를 나타냈지만, 2분기에도 수출물량이 증가하고 단가하락이 이어져 전년 상반기보다 약간 높은 무역수지 흑자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 미국금리 동향과 브렉시트 협상 주시해야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를 진단하는데 있어 대외환경의 변화는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우리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를 살펴보는 것은 필수적이다.
가장 첨예한 관심을 끌고 있었던 것이 미국 금리동향이다. 미국은 올해 금리를 3~4차례 인상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특히 6월 인상설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올 들어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좋지 않은데다 경제성장률도 예상을 밑돌아 향후에도 금리를 인상하기는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따라서 올해 하반기 남은 네번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11월 미 대선을 고려하면 아무리 많아도 1회 정도의 인상 조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경제는 우리경제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6.7%를 나타내고 있어 2015년 2분기 이후에 계속 하락하고 있다. 한국의 수출과 수입 대상국 1위인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저하되면 국내 수출에 매우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중국경제 역시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브렉시트의 파장이다. 당장 불확실성의 증대로 전세계 금융부분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시차를 두고 실물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물론 당장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 2년의 유예기간과 5년의 협의기간에 어느 정도의 강도로 협상을 하고, 협상기간에 따라 세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은 달라질 것이다. 예를 들어 EU 입장에서 강한 강도로 협상해 단기간에 협상이 끝난다면 EU 회원국의 추가 탈퇴는 어렵고 금융부분에 주는 불확실성은 낮아질 것이다. 그러나 영국과의 협상기간이 길어지면 금융부분의 불확실성은 커져 국내 경제에 영향을 주게 되며, 약한 강도의 협상이 이어지면 EU 회원국의 추가 탈퇴로 이어져 국내 수출입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상황이 심화돼 여러 국가의 EU 탈퇴가 이어지면 그동안 확장되던 블록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특히 국가간 장벽이 높아지는 보호주의 무역으로 이동하게 될 경우 우리 경제에는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 재정투입, 가장 효과적인 방법 택해야
정부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10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20조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해 하반기 경기부양에 나서기로 했다. 이러한 재정보강으로 경제성장률을 0.25%~0.3%포인트 끌어올릴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성장률 제고 효과는 어디까지나 재정을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했을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수치다. 노후 경유차에 대한 세제 지원, 친환경 투자 촉진 등을 통해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고, 구조조정 실업·지역대책 및 수요자 중심 일자리 사업 재편을 통해 민생을 안정시킨다는 것이 그 핵심 과제들이다.
그러나 정부가 기대하는 소비와 투자에 대한 활성화 부분은 일시적인 효과를 보일 수는 있으나 장기적인 효과는 지속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나마 장기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투입보다 실업이나 실업과 연계된 사업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본다.
◇ 구조조정 글든타임 놓치면 안돼
특히 산업 구조조정은 현재 진행 중인 조선과 해운산업뿐만 아니라 철강, 화학, 건설 등에 대해서도 변화를 주어야 하고,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신산업으로 이동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
이는 이번의 추경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며 장기적인 정책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산업과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정부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에 따른 부실에 대해서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민관 합동의 상설 기관을 만들어 구조조정을 추진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그 과정에서 모든 의사결정에 대한 전권을 민관합동 기구에 부여해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물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추경을 편성해가면서 경기회복에 나선 만큼 앞서 지적한 재정 효율을 최대한 살리는 재정운용이 절실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6 대한민국 소비재 수출대전에서 바이어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가미래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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