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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손안의 가상비서②)메신저 하나면 모든 게 OK…챗봇 시대 성큼
페이스북 기술 공개 3개월만에 1만 챗봇 등장…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기대
2016-07-11 13:16:44 2016-07-11 13:16:44
모바일 메신저가 스마트폰의 주요 의사소통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컨설팅업체 딜로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이용자 5명중 1명은 통화 기능을 아예 사용하지 않았다. 3년 전과 비교해 두 배나 늘어난 수치다. 왓츠앱과 페이스북메신저, QQ모바일, 위챗 등 4대 모바일 메신저 이용자 수는 이미 4대 SNS 이용자 수를 넘어섰다. 영향력이 커진 모바일 메신저는 이제 단순한 메시징 기능을 넘어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인공지능 기술인 '챗봇'이 있다. 인간처럼 대화하는 챗봇이 메신저 안의 가상비서로 활동하는 세상이 시작되고 있다.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메신저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챗봇 시대가 열렸다. 최근 페이스북과 구글 등 주요 글로벌 메신저 업체들이 인공지능(AI) 기반의 챗봇 기술 도입을 발표하면서 모바일 메신저가 대화형 커머스 플랫폼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챗봇은 인간의 대화를 흉내 내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과거 챗봇은 단순한 패턴매칭 방식을 이용해 사전에 정의된 키워드에 따라 입력된 응답을 출력하는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연스러운 인간의 언어로 질문이나 명령을 해도 맥락을 파악해 응답할 수 있게 됐다. 딥러닝 기술을 이용하면서 대화가 축적될수록 스스로 학습을 통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다.
 
최근 모바일 메신저 업체들은 챗봇 기술을 활용해 메신저 속에서 기업과 고객이 일대일 대화를 하고 정보 제공, 구매, 예약, 결제까지 가능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1만 챗봇 시대 연 '페이스북'
 
세계 최대 모바일 메신저인 왓츠앱과 페이스북메신저를 운영하고 있는 페이스북은 지난 4월 연례 개발자회의에서 인공지능을 적용한 챗봇 베타버전을 야심차게 공개했다. 채팅을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검색해주거나 구매나 예약을 도와주는 인공지능 가상비서 'M'을 활용한 서비스다. 페이스북은 이미 지난해 M을 개발한 바 있다. 
 
페이스북의 설명에 따르면 페이스북메신저 내 CNN 챗봇은 사용자가 선호하는 뉴스를 파악하고 선호에 따른 기사와 간략한 뉴스 개요를 추천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의 챗봇이라면 사용자가 특정 군의 제품과 가격 범위를 입력하면 다양한 제품을 추천하는 것이 가능하다. 뉴스를 정리해주고 물건을 골라주는 비서 역할을 챗봇이 하는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개발자회의에서 메신저를 이용해 CNN 뉴스를 읽고 꽃배달을 주문하는 과정을 실제로 시연하기도 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4월 열린 연례 개발자회의에서 인공지능 '챗봇'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AP
 
페이스북은 지난달 초 챗봇의 기능을 한 단계 향상시킬 수 있는 딥러닝 기반 텍스트 인식 엔진 '딥텍스트(DeepText)'를 공개하기도 했다. 딥텍스트는 사람과 유사한 수준의 정확도로 1초에 수천건에 달하는 포스팅을 이해할 수 있으며 이해 가능한 언어도 20가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은 이를 사용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나 정보를 추천해주는 데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만약 사용자가 "택시를 타려고 해"라는 메시지를 보냈을 경우 차량 호출 서비스를 연결해주겠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챗봇 서비스는 벌써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해당 서비스를 공개한지 3개월도 채 안돼서 제3의 기업이 이를 활용해 내놓은 챗봇 숫자가 1만1000개를 넘어섰다. 페이스북은 지난 1일 블로그에서 이같이 밝히며 챗봇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2만3000여명의 개발자들이 뛰어들었다고 발표했다. 
 
구글·MS도 챗봇 개발 박차
 
구글은 올 초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스마트 메시징 앱 '알로(Allo)'를 선보였다. 구글의 인공지능 가상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를 이용하는 알로는 이용자들이 정보를 찾고 과제를 완수하거나 식당을 예약하는 기능 등을 수행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스포츠 경기의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일도 다른 앱 없이 알로만으로 가능하다. 리서치회사 포레스터는 올 여름 알로가 본격 출시되면 오픈테이블이나 그럽허브, 우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플랫폼으로서의 대화'라는 새로운 비전을 공개했다. 지난 3월 열린 컨퍼런스에서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인공지능 비서가 문답형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일상이 곧 다가올 것이라며 이 같은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MS의 가상비서 서비스 코타나(Cortana)와 메신저 스카이프, 슬랙 등을 결합하겠는 계획이다. 
 
MS는 지난달 애플 iOS용 채팅 앱 '완드'를 만드는 완드랩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 역시 플랫폼으로서의 대화라는 비전과 전략을 가속화하기 위한 행보다. 완드 개발팀은 MS의 지능형 챗봇과 가상비서를 개발하는 업무를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젊은 층에게 인기 있는 메신저 '킥(KiK)'은 챗봇을 이용한 '봇샵(Bot Shop)'을 오픈했다. 사용 중인 채팅창에 '@'를 붙여 회사명을 입력하고 질문 하면 해당 회사의 챗봇이 등장해 각종 질의에 응대해주는 시스템이다. 오픈 당시 15개 업체로 시작한 봇샵에는 현재 글로벌 패션 브랜드 H&M과 화장품 회사 세포라 등 40여개 업체가 입점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 네이버도 지난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라인컨퍼런스에서 '스마트 포탈'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챗봇 도입을 발표했으며 텐센트와 텔레그램도 챗봇을 도입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챗봇은 '플랫폼'…넓은 확장성 기대
 
챗봇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외부에도 챗봇 개발 도구를 공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서진 KB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모바일 메신저 업체들은 챗봇이 소비자와 기업을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메신저가 스마트폰의 운영체제(OS) 기능을 하고 각각의 챗봇이 앱 같은 기능을 하는 플랫폼 형태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별도의 웹에 접속하지 않아도 메신저에서 채팅만으로 지도, 쇼핑, 검색, 게임, 금융 등 수많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챗봇 생태계 확장을 위해 페이스북은 챗봇을 개발할 수 있는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와 챗봇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봇 엔진'을 함께 공개했다. API를 이용하면 텍스트나 이미지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거나 콘텐츠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버튼을 설계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 지난해 인수해 선보인 봇 엔진은 머신러닝에 기반한 인공지능 자연어 처리 기술을 누구나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현재 CNN과 월스트리트저널 등 언론을 비롯해 이베이와 스포티파이, 익스피디아, 버거킹 등 쇼핑, 여행, 음식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이들 기술을 활용해 챗봇을 서비스하고 있다. 
 
페이스북 이외에도 킥과 MS, 텔레그램, 라인 등도 다양한 개발자와 브랜드가 챗봇을 개발할 수 있도록 봇 API를 공개하고 있다. 특히 텔레그램 등 메신저 후발주자는 챗봇 개발자에게 100만달러를 지원한다는 파격적인 조건도 내걸고 있다. 
 
현재의 챗봇 서비스는 대부분 고객응대와 관련된 기업대 소비자간 거래(B2C) 분야에 집중돼 있다. 챗봇이 활성화될 경우 콜센터 등 관련 분야의 인력을 대체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챗봇은 언제 어디서나 기다림 없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시간에만 이용할 수 있는 콜센터보다 효용성도 더 높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고객서비스분야에서 사람이 필요하던 자리가 2014년에는 60%였지만 오는 2017년이면 절반 수준인 33%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챗봇의 확장성도 기대해볼 만하다. 미 펜실베니아대 와튼경영대는 최근 온라인에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챗봇은 고객응대를 넘어서는 분야에서 더 큰 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했다. 사례로 제시한 것이 챗봇과 유튜브의 결합이다.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인 유튜브는 온라인 학습의 장으로 이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챗봇이 결합될 경우 학습을 돕는 교육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채용 과정에서 챗봇을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1차 면접에서 챗봇이 심사위원 역할을 하게 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채용 과정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단축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챗봇의 부작용도 주의해야 한다.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챗봇이 스스로 학습하면서 잘못된 데이터가 입력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MS가 지난 3월 선보인 인공지능 챗봇 '테이(Tay)'는 일부 사용자들이 세뇌시킨 욕설, 인종차별, 성차별적인 내용을 학습해 부적절한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결국 테이는 16시간 만에 운영을 중단해야 했다. 이 밖에도 챗봇과 대화하는 인간이 소외감을 느끼게 되는 현상이나, 너무 똑똑해진 인공지능 챗봇이 정지버튼인 '킬스위치'를 무력화할 가능성 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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