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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브렉시트 여진에 '몸살'…EU-영국 갈등 확산
메르켈 "탈퇴신청서 제출 이전에 어떤 협상도 없다"…미국·유럽 증시 추락 지속
2016-06-28 17:25:32 2016-10-20 15:18:53
[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이 연일 지구촌을 뒤흔들고 있다. 브렉시트 찬반 여론은 국민투표 이후 격화일로다. 급기야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 관련 재투표는 없다고 못을 박았고 9월 새 총리가 선출되면 본격적인 탈퇴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는 영국이 EU 탈퇴를 공식 통보할 때까지 협상에 착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공고히 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과 유럽 금융시장은 좀처럼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캐머런 “브렉시트, 제2의 투표는 없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관련 제2의 국민투표는 없다고 강조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27일(현지시간) 캐머런 총리가 이날 의회의 연설에서 “브렉시트 투표 결과에 따른 의문은 있을 수 없다”며 “국민 투표 결정이 수용돼야만 한다는데 정부가 동의했다”고 밝혔다. 최근 탈퇴를 서두르라는 EU 측의 압박과 관련해서는 “지금 단계에서 영국 정부는 리스본 조약 50조를 바로 발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것은 영국의 주권 결정이고 영국이 홀로 결정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 캐머런 총리는 “향후 EU와 영국의 관계는 다음에 선임될 총리가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브렉시트가 시장의 불안함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영국은 잘 준비해서 미래에 직면하게 될 위기에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캐머런 총리 후임은 오는 9월 선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당 원로그룹인 1992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오는 9월2일까지 보수당의 새로운 대표를 선출해야한다고 보수당에 권고했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EU 탈퇴 진영에 섰던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과 EU 잔류를 이끈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이 꼽히고 있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 정상 “탈퇴 신청서 제출 없인 협상 없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유럽 3개국 정상은 브렉시트와 관련 영국이 탈퇴 신청서를 제출하기 전까진 어떠한 협상도 없다는데 합의했다. 독일 공영방송인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베를린에서 회동한 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라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 신청서를 제출하기 전까지는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브렉시트와 관련된 어떠한 논의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스본조약 50조는 EU를 탈퇴하고자 하는 국가가 탈퇴의사를 통보하면 EU와 즉시 협상을 벌이도록 해놓은 규정을 의미한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영국의 탈퇴 투표를 존중한 것처럼 EU 역시 영국으로부터 존중받기를 기대한다”며 “시간 낭비 없이 탈퇴 진행 철차가 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영국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3개국 정상은 브렉시트 이외에도 경제 강화, 청년들의 일자리 증가, EU의 안보 등에 대해 명확한 계획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며 “향후 EU의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아가자는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과 영국, 유럽중앙은행(ECB) 수장의 회동은 무산됐다. 28~29일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리는 ECB 포럼에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과 마크 카니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 총재가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전날 CNBC가 ECB 포럼에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외에 엘런 연준 의장과 카니 총재가 패널로 참석한다고 전하면서 시장에서는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감을 완화시켜 줄 만한 추가 완화 정책 등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었다.

ECB 대변인은 이날 WSJ에 “카니 총재가 포럼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포럼 형식이 완전히 바뀌게 됐다”고 말했다. 연준 측 대변인도 이날 “현재 국제결제은행(BIS) 회의에 참석 중인 옐런 의장이 ECB 포럼에 참석하지 않고 워싱턴으로 귀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드라기 ECB 총재는 예정대로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날 "드라기 총재가 28일 연설을 할 계획"이라며 "드라기 총재 외에도 이번 포럼에 유로존 내의 여러 정책 결정자들이 참석해 브렉시트 이후의 상황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파운드화 31년만에 최저…"파운드당 1.2달러 전망도"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31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 런던 외환시장에서 파운드화는 전날보다 3.39% 떨어진 파운드당 1.3216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4일 브렉시트 결과 발표 후 장중 31년 만의 최저치였던 1.3229달러 밑으로 또 다시 떨어진 것이다.

현재 일부 전문가들은 브렉시트 탈퇴 협상에 대한 불확실성과 영국 경제의 침체 우려에 파운드당 1.2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제레미 스트레치 CIBC마켓츠 전략가는 “파운드화가 브렉시트 투표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 지속으로 파운드당 1.20~1.2750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본다”고 예측했다.
 
영국 정책 결정자들은 시장을 진정시키려는 행보에 즉각 나서고 있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부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영국 경제는 현재 직면한 도전에 대처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하다”며 “미국과 유럽 각국 정부, 국제통화기금(IMF), 주요 금융기관의 대표들과 긴밀히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도 브렉시트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2500억파운드의 유동성을 공급할 준비가 돼있으며 필요시 외환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브렉시트 후폭풍에 STOXX 2.86% 추락
 
27일(현지시간) 유럽 주요 증시는 브렉시트 후폭풍이 가시질 않으면서 하락 마감했다. 이날 범유럽 지수인 STOXX 5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9.39포인트(2.86%) 하락한 2696.70에 거래를 마쳤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날보다 156.49포인트(2.55%) 내린 5982.20에,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지수도 288.50포인트(3.02%) 하락한 9268.66에 거래를 마쳤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지수 역시 122.01포인트(2.97%) 하락한 3984.72에 마감했다.
 
장 초반 유럽 증시는 영국 정책결정자들의 발언에 힘입어 진정된 모습을 보였지만 장중 금융주들이 지속적인 약세를 보이면서 증시의 낙폭을 다시 확대시켰다. 시티그룹은 이날 “영국 대출업체에 돈을 빌려준 은행 관련 주가 브렉시트에 따른 리스크에 가장 심하게 노출돼 있다”며 “유럽계 투자은행들도 위험에 처해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유럽 주요 은행들의 주가가 급락했다.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인테사산파올로와 유니크래딧은 각각 전 거래일에 비해 10.92%, 8.09% 하락했고 도이체방크도 6.17%나 주가가 떨어졌다. 금융주 외에 자동차 제조업체의 주가도 하락세를 보였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최근 판매 부진에 영국과 유럽 자동차업체의 생산량이 하향조정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폭스바겐의 주가는 7.13% 하락했고 이탈리아 자동차 업체의 주가도 평균 6% 하락했다.

뉴욕증시 하락 거듭…다우 1.50% 내려
 
뉴욕증시는 또 다시 급락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60.51포인트(1.50%) 하락한 1만7140.24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6.87포인트(1.81%) 떨어진 2000.54로 지난 3월 중순 이후 종가 기준 최대 낙폭을 기록했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113.54포인트(2.41%) 내린 4594.44로 장을 종료했다.
 
마크 차이킨 차이킨애널리틱스 최고경영자(CEO)는 “시장이 불확실성에 적응하는 모습으로 여겨진다”며 “(브렉시트는) 금융 시스템에 쇼크를 가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결과가 어떨지는 아직 예측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특히 달러 강세 심화에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원자재주의 약세로 이어졌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7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보다 1.31달러(2.75%) 하락한 배럴당 46.33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에 원자재 관련주는 이날 하루 거래일 기준 평균 3.5% 하락했고 이에 장중 S&P 500지수는 심리적 저항선인 2000선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래리 맥도널드 베어트랩스리포트 창업자는 “원자재 관련주가 달러 강세에 큰 타격을 입었다”며 “달러인덱스가 장중 거의 97선에 근접하면서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영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한 것도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 S&P는 이날 영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로 하향조정했다. 같은 날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도 영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조정했고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차현정·권익도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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