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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후폭풍, 증시 어디로…전문가 긴급진단
코스피 1830선 1차 지지…파운드 '출렁' 유럽자금 대이탈시 1800도 배제 못해
2016-06-26 13:29:45 2016-06-30 09:30:13
[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국내 증시가 브렉시트로 난타당했다. 패닉에 빠진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서며 24일 코스피는 장중 100포인트 넘게 폭락해 1890선까지 내려오기도 했다. 연기금 등 기관이 순매수로 전환하면서 가까스로 1920선까지 회복했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 가본 길' 브렉시트 후폭풍에 당분간 출렁이는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1830선 아래는 언더슈팅(단기간 과다 급락) 국면으로 단기 매수기간이란 평가를 내놓는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자산운용사 대표, 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들은 일단 유럽의 상황을 지켜보며 리스크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을 강조했다.
 
1830선 이하는 '언더슈팅'
 
24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61.47포인트(3.09%) 하락한 1925.24에 마감했다. 이날 낙폭은 2012년 5월18일(-62.78포인트, -3.40%) 이후 4년여 만에 최대다. 외국인이 1482억원 순매도를 기록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900선 안팎에서 주가가 진정될 것으로 진단했다. 이종우 센터장은 "예견하지 못한 상황이긴 하지만 이번 주가 급락은 쓸 데 없는 상상력에서 비롯된 괜한 공포심리에 의한 것"이라며 "추가 하락하더라도 다음주 중반이면 상황은 곧 정리될 것"으로 내다봤다. 허문욱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이번 주 변수가 많아 하단을 예측하긴 어렵지만 1차 지지선은 1900으로 진단했고 추가 하락시 1840까지 뚫고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봤다.
 
안병국 미래에셋대우(006800) 리서치센터장은 1830~1850, 이창목 NH투자증권(005940) 리서치센터장과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1850을 이번 브렉시트 조정에 따른 코스피 하단으로 제시했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연초 저점인 1830선이 지지선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여전히 0.9배 수준을 지키고 있어 지지력 또한 유효할 것이란 평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1800선이라는 극단적인 상황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1850선을 하단에 두고 당분간 1900선 근처에서 진동폭을 키우겠으나 파운드화가 지금보다 더 출렁이면 외환시장에서 대규모 포지션 정리가 나타날 것"이라며 "파운드화에 베팅한 런던계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마진콜에 걸려 포지션 정리에 나서며 '파이어세일'로 번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쳤다. 황 실장은 "1850선을 하단에 두고 당분간 1900선 근처에서 진동폭을 키우겠으나 외환시장에서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이후 충격파는 피할 수 없다"며 "유럽 금융의 포지션 정리 순서상 한국 자금이 가장 먼저 빠져나간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증시 타격도 상당할 것"으로 우려했다.
 
 
중장기 투자자에겐 오히려 '기회'
 
브렉시트 영향이 단기간에 끝날 성격이 아니어서 당분간 불안한 장세는 이어질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장기적인 관점에선 이번 조정기간을 우량주를 저가에 살 기회로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조용준 센터장은 "당황스러운 결과라는 점에서 여타 EU 회원국의 연쇄이탈까지는 아니어도 우려감은 커질 것"이라며 브렉시트 결과에 따른 국내 증시의 중장기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남유럽의 경우 그 부담이 더 크고 안전자산 선호확대가 심화할 것이다. 취약한 이머징 국가들의 주가나 환율이 급등락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선거결과 당일의 모습은 그 단초로 보여진다"는 점은 이 같은 진단에 무게를 싣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기에 그칠 사안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 당분간 주식 비중은 줄이고 변동성을 대비해야 한다. 추가 조정 이후 우량주를 매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에 따른 단기적인 증시 변동성의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당분간 관망하며 시장의 심리적인 부분이 안정될 때까지 지켜보며 대응할 것을 당부했다.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과정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창목 센터장은 "당장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것도 아니고 일련의 과정에서 시장을 달랠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본다. 오는 28일 EU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증시 리커버 여부를 살피는 일은 추후 문제"라고 말했다. 이종우 센터장은 이번주 중반이면 상황이 정리될 것이라며 비교적 낙관적인 견해를 제시했다. 브렉시트 결과는 국내 시장 충격을 장기화할 사안은 아니며 1900포인트 하회 또한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쓸데 없는 상상력 발휘는 대세를 읽는 데 지장을 준다"며 "지금은 오히려 주식을 살 때다. 삼성전자(005930) 매수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유럽지수 ELS 공포감 현실화 우려도
 
전문가들은 주가연계증권(ELS) 자체헤지 북을 확대한 대형증권사들은 당장 위험관리에 만전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경고했다. 금융당국이 앞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를 편입한 ELS 발행을 제한하면서 유럽 증시인 유로스톡스5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ELS로 쏠림현상이 관찰됐기 때문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유럽증시의 급락이 관측되고 이에 따른 유럽지수 ELS 투자자들의 녹인(Knock In) 공포감이 다시 한 번 재현될 전망"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실제 지난달 말 기준 유로스톡스50을 기초로 한 ELS의 발행잔액은 43조원에 달한다. 이는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발행잔액 36조원보다 7조원 가량 많은 규모다. H지수 ELS가 지난해 3분기부터 올초까지 급락하며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가 생기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된 유럽지수가 홍콩항셍지수(HSI)와 함께 H지수를 대체하는 ELS 기초자산으로 많이 쓰인 결과다.
 
황세운 실장은 국가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응계획)에서도 이에 대한 파급 영향을 최소화할 방안을 내놓을 것을 주문했다. 그는 "유럽지수 ELS 규모가 폭발적으로 커진 만큼 증권사들의 유동성 관리와 건전성 관리는 시급할 수밖에 없다"며 "ELS 헤지비용이 확대할 가능성이 크고 악재로 대두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ELS 설계구조의 안전성 강화방안도 절실히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차현정·김재홍·권준상·유현석·홍연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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