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대형건설사, 지역주택조합사업 진출…중견사 밥그릇 뺏기?
주택조합 리스크 감소…대형사 사업 진출
"디벨로퍼한다더니"…규모에 밀린 중견·중소건설업체들
2016-06-23 16:13:56 2016-06-23 16:14:08
[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중견·중소건설사들의 먹거리로 여겨졌던 지역주택조합사업에 대형건설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일선 주택조합에서 리스크를 보완하면서 사업에 나서는 것이라는 설명이지만, 중견·중소업체들의 밥그릇을 뺏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23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주택조합사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서희건설(035890)을 비롯해 코오롱글로벌(003070), 한양 등 중견건설사 일색이었던 주택조합사업 시장에 대형건설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업계 맏형인 현대건설(000720)의 경우 올 들어 서울 동작구, 경기 의정부를 비롯해 전국 7개 사업장에서 도급계약을 맺었으며 대림산업(000210), 현대산업(012630)개발, GS건설(006360), 포스코건설 등도 주택조합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주택조합사업의 특성상 사업 진행에 리스크가 많다보니 대형사들의 참여가 많지 않았다. 주택조합사업은 해당 지역에서 일정기간 이상으로 거주한 구성원들(무주택자 또는 전용 85㎡ 이하 1주택자)이 직접 토지를 매입하는 공동구매방식으로 이뤄진다.
 
일반분양과는 달리 조합원이 토지를 매입하고, 조합원이 어느 정도 구성된 다음에 일반분양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다보니 홍보·마케팅 비용이나 시행사 이윤, 금융비용 등이 절감돼 분양가가 저렴한 편이다보니 전세난과 고분양가에 시달리는 일반 서민들 사이에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사업 진행 과정에서 전문적인 사업시행자가 있는 사업이 아니다보니 원활하지 않은 것은 물론, 사업이 중간에 어그러질 가능성도 큰 것이 사실이었다. 이 때문에 대형건설사 역시 자체 브랜드를 내걸고 사업에 참여하기가 꺼려졌던 것이다.
 
중견·중소건설사 역시 이 같은 리스크가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사업이 중단되더라도 이미지 타격이 대형사만큼 크지 않은데다 잘 될 경우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이점이 있어 사업 참여에 나섰다.
 
또한 대형사의 경우 주택사업 외에 토목, 건축은 물론 해외사업도 진행하고 있는데다 직적 토지를 매입해 분양하는 자체사업을 진행할 여력이 되고,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시장에서 '메이저 브랜드'를 선호하고 있으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 추진 중인 뉴스테이도 있는 등 주택조합사업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점에서 중견·중소건설사의 밥그릇을 대형사가 넘본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그동안 리스크가 높다는 이유로 사업에 나서지 않다가 최근 일선 주택조합들이 토지매입 비율을 높이고, 모집 조합원 수를 확보한 상태에서 사업을 제안하자 슬그머니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형사들의 경우 이미 국내외 먹거리가 충분한데다 최근 몇 년간 단순 도급사업에서 벗어나 사업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기획, 시행, 시공, 사후관리까지 총괄하는 종합 디벨로퍼로 성장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달리 규모가 작은 건설사들의 도급사업까지 넘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남권의 한 중소주택건설사 관계자는 "택지를 매입하려해도 자금 조달이 원활한 대형사들과 중견사들이 우위를 보이고,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는 브랜드 파워에 밀리고, 그나마 간간히 주택조합사업을 했는데, 이마저도 점차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며 "규모의 경제로 어느 정도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면 중소업체와의 공생의 길을 찾는 것도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기존 브랜드 주택 입주자들의 반발도 우려된다.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아파트 브랜드 가치 역시 가격 산정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택조합사업에서도 동일한 브랜드를 사용한다면 기존 입주자들의 반발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로 몇 년 전 강남 세곡지구에서 공공주택이 삼성물산(000830)의 '래미안' 브랜드를 달고 나왔을 때 인근 지역의 민영 '래미안' 입주민들의 반발이 있었으며 뉴스테이 사업 초기 대형사들이 임대 브랜드 런칭을 고민했던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이와 관련, 한 지역주택조합사업 관계자는 "기존 대형사들이 선뜩 주택조합사업에 나서지 못했던 것은 사업 리스크가 크다보니 시공협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라며 "하지만 최근에는 일선 주택조합 측에서도 사업이 넘어졌다가 재기하고 하는 직·간접적 경험을 토대로 리스크를 줄인 다음에 시공협의에 들어가면서 대형사들도 사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조합사업을 추진하는 입장에서는 대형사들의 메이저 브랜드가 많아지면 주택조합사업이 보다 안정화되고,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일각에서 우려하는 브랜드 가치 하락 등은 집단 이기주의 그 이상으로는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역주택조합사업에 대형건설사들의 참여가 많아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말 경기 김포시에서 진행된 지역주택조합사업장의 분양홍보관. 사진/뉴스토마토 DB.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