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은행들이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위해 보증보험 연계 상품인 '사잇돌'을 선보였으나, '그 나물에 그 밥'이란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리스크 분담 차원에서 서울보증보험을 끌어들이고, 시장원리를 적용했을 뿐, 기존 정책서민금융과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주로 우량고객을 상대하던 은행 입장에선 나름의 변신을 꾀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무의미한 변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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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사잇돌' 대출의 대상이 되는 주 고객은 신용등급 6~10등급 사이인데, 상호금융회사가 운영하는 '햇살론'과 16개 시중은행이 제공하는 '새희망홀씨'도 동일하게 6~10등급 대상이다. 사잇돌의 경우 8~10등급에 해당하는 저신용자라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지만, 이게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자격조건도 비슷하다. 사잇돌은 연봉 2000만원 이상부터 가능하고, 햇살론과 새희망홀씨는 둘다 연소득 4000만원 이하인 자로 한정돼 있다. 표현만 다를 뿐 엇비슷한 소득 분위를 대상으로 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사잇돌의 목적과 이용자 등이 기존 서민금융과 겹치지 않는다고 광고하고 있다. 이 상품을 계기로 가계부채 건전성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자화자찬까지 한다.
물론, 같은 종류의 대출 상품이 많아졌다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 사잇돌은 정부 말대로 고금리와 저금리로 양분된 '금리단층' 문제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보증보험과의 연계를 통해 리스크를 낮추고 빅데이터를 축적하는 효과도 노려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은행들이 평판 리스크를 무릅쓰고 얼마나 오랫동안 중금리 대출을 지속하겠냐는 점이다. 실제로 한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회사마다 주로 상대하는 고객층이 있는데, 6~10등급 고객은 은행 입장에선 평판리스크를 고려 안 할 수 없다"며 "사잇돌 같은 중금리 대출이 오래 못갈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털어놨다. 은행에서 10%에 이르는 대출을 받은 중등급 신용 고객이 우량 고객에게 적용되는 2%대 금리를 보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가능성도 있다.
법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고등급 신용자는 은행, 중등급은 저축은행, 저등급은 대부업체를 이용하기 마련이다. 즉, 중금리 대출은 저축은행에 어울릴만한 상품인 것이다. 지난 3월2일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저축은행에 중금리 신용대출 활성화 여부는 생존의 문제"라며 "저축은행만의 고객군과 영업전략, 차별화된 상품 개발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런 현실을 아는 금융위는 이날 사잇돌 대출 상품을 소개한 뒤 오는 9월부터는 저축은행권에도 보증보험을 연계한 중금리 상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위는 대부업체명을 제외한 모든 대부업 신용정보를 저축은행과 공유하는 방안을 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각 저축은행 별로 처지가 워낙 다르다 보니 보험료를 맞추기 쉽지 않아 보인다. 소소한 중금리 대출 경험이 빅데이터 구축으로 이어져, 중금리 대출에 대한 인식도 전환될 필요가 있는데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도 없다. 정부가 중금리 대출 활성화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는 터라, 당장 상품을 출시해야 될 것 같은 분위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중금리 대출 상품을 기계적으로 늘리기 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빅데이터 구축을 선행하고 안정적인 중금리대 시장을 형성하는 기반이 마련되야 할 것이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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