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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에 빠진 농협…금융지주 '빅배스' 난항
검찰 수사 본격화로 중앙회장 조율자 역할 어려울듯
대주주 공감대 없이 코코본드 등 자본확충으론 부족
2016-06-20 14:38:56 2016-06-20 16:44:06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농협금융지주가 부실 여신을 한번에 털어내기 위한 이른바 '빅배스(Big Bath)'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비용절감을 위한 조직개편을 앞두고 내부 분위기가 술렁이고 있는 데다 대주주인 농협중앙회까지 사정기관의 조사를 받는 등 조직이 내부외환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 및 농협은행은 수조원대 부실 여신에 대한 충당금 마련에 고심 중이다. 검찰의 수사 본격화 등으로 중앙회 차원의 지원이 어려워지는 모양새다.
 
최악의 경우에는 농협금융 및 계열사의 비용절감, 자본확충만으로 구조조정 자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 차원에서의 지원은 논의될 여지가 있겠지만 농협금융의 증자와 농협은행의 코코본드 발행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얘기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명칭사용료 부문은 현재 중앙회나 농협금융 간에 논의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은행의 코코본드 발행 등 자구계획과 주주의 지원계획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연내 최대 8000억원 상당의 코코본드 발행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 규모로는 부실채권 처리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농협은행은 조선·해운사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5조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특히 2분기 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만 해도 1조원을 넘겨 적자가 불가피하다. 농협은행은 매분기 충당금 문제로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 이를 한번에 털어내는 작업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조직 개편 등을 통한 비용절감, 농협은행의 코코본드 발행으로는 자금 마련에 한계가 있으니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에 납부해온 '명칭사용료'를 줄이거나 유예하자는 방안도 거론됐었다.
 
명칭사용료란 농협법에 따라 농협의 자회사가 농업인 지원을 위해 농협중앙회에 분기마다 납부하는 일종의 브랜드 사용료다. 대부분의 수익이 농협은행에서 나오는 만큼 명칭사용료도 은행에서 가장 많이 지급한다.
 
명칭사용료가 당기순이익을 넘어서기도 한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1763억원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는데 명칭사용료는 이보다 큰 3051억원을 지급했다. 최근 3년간 명칭사용료로 지급한 금액은 1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명칭사용료 조정은 키를 쥔 중앙회 쪽이 복지부동이다. 농협법에 사용료 부과 권한이 명시된 데다 회원과 조합원을 상대로 한 농촌지원사업에 사용되기 때문에 함부로 줄일 수 없다는 논리다.
 
농협금융으로서는 농협중앙회와 각을 세우는 모습도 부담으로 느끼고 있어 공개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농협금융 계열사 지원을 위해 김병원 중앙회장이 조율자로 나서려고 해도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최근 농협중앙회의 김병원 회장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 수색을 했다. 김병원 회장은 올해 1월 치러진 농협중앙회 선거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하는데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금융의 부실 처리 문제는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와 조합원, 농협금융지주가 같이 고통분담을 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검찰이 지금 농협의 수장을 향해 칼을 겨누고 있는데 농협의 근간을 흔드는 경영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빅배스(Big Bath)란 목욕을 해서 때를 씻어내는 것을 빗댄 말로, 과거의 부실 요소를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하는 회계기법을 말한다. 손실을 한꺼번에 처리하기 위해 기업은 막대한 충당금을 한 번에 쌓는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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