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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비리 척결하고 투명경영 담보 장치 만들어야"
현시한 대우조선해양 노조위원장
2016-06-19 18:00:00 2016-06-19 20:43:49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과 잘못된 판단에 의한 대규모 손실, 채권단인 산업은행의 낙하산 인사와 부실관리, 8년간 160억원에 달하는 횡령을 한 내부직원 등 온갖 부패와 부실로 얼룩진 대우조선해양 얘기다. 
 
이번에 드러난 방만 경영의 실태와 부정행위는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한때 세계 최고 조선사라는 명성은 부패의 온상이 돼 더럽혀졌고, 임직원들의 자부심은 뜨거운 눈물과 함께 가슴 한 켠에 깊이 묻혀야 했다. 
 
‘총체적 부실’의 원흉이나 다름없는 채권단과 경영진은 모든 책임을 특수선 분할매각, 인위적 구조조정 등 일방적 자구계획 실행으로 임직원에게 떠넘기고 있다. 
 
이에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은 채권단의 일방적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 부당하다고 규정하고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 13일~14일까지 이틀간 진행된 대우조선 노조 파업 찬반투표에서 파업 찬성이 85%로 압도적으로 가결시킨 바 있다.
 
이 투표는 지난 8일 사측의 자구계획 발표가 노조와의 대화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진 데 따른 것으로 조합원의 압도적 파업 찬성 투표 결과에 노동조합은 집단 투쟁에 명분을 쌓는 등 힘을 실을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노조는 대우조선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와 불법적 행위, 잘못된 판단에 따른 대규모 손실을 직원들에게만 떠넘기고 있다는 데 민심이 그대로 표출된 결과다.
 
또 다른 조선업계와의 ‘집단 연대 투쟁’ 의사도 내비치고 있어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앞서 지난해 조선업계 최초로 조선 빅3의 노조 대표자들이 모여 공동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의한 바 있다. 
 
조선업종 노조 연대는 국내 9개 조선사 노조대표들이 지난해 5월 결성한 협의체로 조선 3사 외에도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 성동조선해양 등이 포함돼 있다. 
 
분명 조선 빅3의 파업에 대해 비난여론도 있지만, 조선사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생존을 위한 파업이라는 측면에서 성격이 다른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조선산업에서 촉발된 연대파업이 자동차나 금융 등 전 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다. 
 
자칫 조선업계 노조가 공장점거와 파업투쟁 등 강경모드로 돌입하고, 각 사업장의 임단협 협상도 구조조정과 맞물릴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우리나라 제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16일 산업은행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상경집회에 참석한 현시한 대우조선해양 노조위원장과 조현우 정책기획실장을 만나 채권단의 자구계획안과 바람직한 정상화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16일 현시한 대우조선해양 노조위원장이 산업은행 앞에서 특수선 분할매각 반대, 인위적 구조조정 반대, 이해당사자 참여하는 바람직한 자구계획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상경집회에 동석했다. 사진/김영택 기자
 
산업은행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는데.
 
대우조선해양(042660) 채권단은 노조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특수선 분할매각과 일방적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항의서한에는 특수선 분할매각 반대, 인위적 구조조정 반대, 이해당사자 참여하는 바람직한 자구계획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노조는 채권단에 수차례 대화 제의를 수용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누가 본인이 다니는 회사가 망하길 바라겠는가. 오늘 상경 집회 역시 채권단이 노조와 하루 빨리 대화에 나서줄 것을 촉구하기 위한 행동이다.
 
채권단, 회사, 노조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올바른 방향으로 구조조정안을 내놔야 대우조선해양 전 구성원이 살고, 거제경제가 살며, 우리나라 조선 산업이 살 수 있다.
 
감사원이 발표한 대우조선해양의 총체적 부실에 대해.
 
노조는 이미 2008년 하반기부터 무분별한 문어발식 자회사 설립, 낙하산 인사, 임직원 비리 등의 문제를 수차례 지적했다.
 
문제해결을 위해 회사와 채권단이 나서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대우조선해양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을 마치 대단한 것을 발견한 것처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에 대해 저의가 의심스럽다.
 
감사원의 발표가 결국은 회사를 이 모양으로 만든 원인이나 책임자에 대한 처벌보다는 결국 구성원의 땀의 대가를 성과급 잔치로 규정했다. 잘못이 구성원들에게 모두 돌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다른 기업과 달리 기본급 비중이 임금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수조원 흑자를 내도 임금은 1만원 인상을 넘지 않았고, 대신 회사와 채권단은 정부 눈치, 국민 눈치를 봐야 한다며 격려금이나 성과금으로 임금을 대체할 것을 강요했다.
 
실제로 근속 30년 조합원의 경우 기본급만 받는다고 가정하면 1년에 2400만원이 넘지 않으며, 상여금 포함하더라도 4000만원이 넘기 힘들다. 
 
주말도 없이 밤늦게 까지 일해서 받은 돈을 이제 와서 성과급 잔치 운운하는 것이 정말 파렴치한 작태다.
 
대우조선해양의 임금 구조는 자동차나 일반 회사와 많이 다르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 감사원이 어떤 내용을 감사했는지 모르겠다. 
 
다른 사업장과의 집단 연대 투쟁에 대해서.
 
조선 노동조합 차원에서 천막 농성 집회를 진행 중인데,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이번 주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간 향후 구체적인 투쟁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수련회 일정이 잡혀있다.
 
현대중공업(009540)에서 쟁의를 결의하고 투쟁을 준비하고 이다. 다음달 22일 서울로 올라와 쟁의를 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대차(005380)·현대중공업 투쟁은 임단협 차원이고, 우리는 구조조정 투쟁이어서 성격이 다르긴 하다. 구체적인 계획이나 논의가 오간 건 없다.
 
하지만, 현재 조선소가 놓인 상황은 큰 틀에서 같다. 당연히 조건이 된다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010140) 등 다른 조선사와 함께 연대해 투쟁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조선소는 우리의 삶의 터전인데, 채권단과 경영진이 일방적 구조조정만 요구할 경우 파업 투쟁뿐 아니라 더 극한 투쟁도 할 수 있다.
 
노조의 쟁의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
 
결국 회사를 어렵게 만드는 고용체계, 선박금융지원을 강화하는 등 조선업종 육성정책이 절실하다. 
 
하지만, 재무관리 측면에만 치우쳐 인력감축, 임금삭감, 시설축소로 세계 1등 조선 경쟁력을 무너뜨리는 크게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아야 한다. 
 
조선산업 발전 방안을 마련할 협의기구가 국회차원과 사업장 단위에서 반드시 만들어 지도록 대응할 것이다. 
 
또 거제시의회와 시민사회단체 등과 연계한 범시민대책기구를 만들어 특수선분할 자회사 처리는 대우조선해양의 해외매각 통로를 만드는 것으로 시민들과 함께 반드시 저지할 것이다. 
 
노동자들의 희생만 강요하는 자구책을 분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는 거제지역 경제를 살리고 조선산업의 지속 성장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투쟁이기도 하다.
 
사진/김영택 기자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는데.
 
산업은행에서 회사 살려보라고 경영진 보냈고, 회계 감시하라고 안진 회계법인 보냈다. 모두 말아먹었다.
 
같은 시기 조선 빅3 가운데, 현대중공업 부채비율 210%, 삼성중공업 250%인데, 대우조선해양은 4000%가 넘는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노동자들이 배 만들어 팔 때 대우조선해양은 놀았냐. 우리는 그저 일한 것밖에 없다.
 
노조는 10년 전에서도 4년 전에도 지난해에도 대우조선해양 부정·부패에 대해서 얘기했는데, 지금 와서 노동자가 조선을 다 망친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
 
노조는 이런 문제를 경고하고 대화로 해결책을 찾자고 제안했음에도 결국 노조를 배제한 체 일방적으로 자구계획을 발표했다.
 
채권단과 회사가 오히려 노조를 부추겨 파국을 원하고 대우조선해양을 없애려는 속셈이 아닌지 의심스럽고, 개탄을 금치 못하겠다. 
 
노조는 우리들의 삶의 터진을 망쳐버린 책임자를 반드시 처벌하고, 비리로 얼룩진 상처를 씻어내고, 투명경영을 담보할 장치를 만들길 요구한다. 
 
또 고용을 보장하고 일터를 정상으로 되돌려 놔야 한다. 
 
외풍이 너무 거세게 몰아치고, 혼자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다. 더 넓고 더 단단하게 뭉치는 단결력이 필요하다. 
 
박근혜 정권는 조선산업을 사양산업으로 여기고, 수많은 중소조선사를 문닫게 했다. 그로 인해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쫓겨났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땀흘려 일할 수 있는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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