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 수백명의 사망자를 낸 옥시 사태로 도입 필요성이 적극 제기된 '반사회적 기업'에 대한 입법적 대책의 구체적인 방향이 잡혀가고 있다.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기업의 반사회적 행위를 주제로 한 두 가지 토론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인명피해 야기 기업 처벌법'을,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은 '소비자집단소송과 징벌적소해배상제의 쟁점과 도입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두 토론회는 공통적으로 ‘반사회적 행위 의사를 가지고 있는 기업을 어떻게 두렵게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답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토론회 제목처럼 구체적인 접근 방식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표 의원은 2007년 영국에서 도입된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의 내용과 효과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한국에 도입했을 때 예상되는 쟁점에 대한 토론에 집중했다.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은 자연인이 아닌 기업조직체(기업, 정부부처·기관, 경찰 등)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인정한다. 기업이 상품·서비스 제공상의 의무나 안전에 대한 의무 등을 위반해 개인이 사망했을 경우 상한선 없이 벌금을 부과하고 사고의 원인이 된 기업의 각종 정책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구제명령, 처벌 내용을 공개하는 공표명령 등이 법안의 주요 내용이다.
표 의원은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 민법상 손해배상 제도, 제조물 책임법, 산업재해 예방 관리 법안들 마련돼 있지만 이런 조치만으로는 기업들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며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 등 국제적 조류에 따라 기업 활동으로 야기된 인명 피해에 보다 확고한 책임을 묻고 충분한 예방활동을 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기업처벌법 입법을 전제로 토론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입법에서 고려할 사안으로 ▲행위 주체에 있어 정부조직 등을 포함할지 여부 ▲사망사건으로 제한한 영국과 달리 중상해 등으로 범위를 넓힐지 여부 등이 제안됐고, 이미 행정 차원에서 규정하고 있는 과징금 제도 등을 활용해 즉시적이고 집행력 있는 규제 대책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편 채 의원의 토론회에서는 기업의 반사회적 행위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었을 때 집단소송제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 사후적 피해 구제에 있어 개인들의 대항력을 키우는 방안이 주로 논의됐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모임, 소비자단체협의회 등은 소비자집단소송제 도입을 적극 주장하며 과거 소송 남용 가능성을 막기 위해 소송허가 절차, 대표당사자의 자격 제한 등의 규정을 둔 증권소송법의 전철을 밟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부와 기업 측에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진욱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과장은 관련 법규의 소관 문제상 법무부 등과의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전제 하에 ▲집단소송의 남용 가능성 ▲소비자기본법 상 도입돼있는 단체소송과 도입을 추진하려는 집단소송의 충돌 가능성 ▲징벌적 손해배상 개념이 도입돼 있는 하도급법, 개인정보법 등의 경우 분쟁 당사자간 힘의 불균형이 커 제도 도입의 실익이 컸다는 점 등을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과거 라면 시장의 판도를 바꾼 삼양라면의 공업용우지 사건, 20~30여개 중소업체의 도산으로 끝난 골뱅이 포르말린 사건 등의 사례를 제시하며 제도 도입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15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인명피해 야기 기업 처벌법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뉴스토마토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