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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건설사 대기업집단 제외되지만…민자사업 활성화 '글쎄'
자산총액 기준 완화…일부 건설기업 수혜
민자사업 침체·사업 확장 리스크 등 우려
2016-06-13 15:16:25 2016-06-13 15:16:25
[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현대산업(012630)개발, 한라(014790) 등 25개 민간기업집단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건설사의 민간투자사업 진출이 활발해질 것인지 주목된다. 다만 개선되지 않은 업황, 불공정 관행 확산 우려 등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만큼 업계에 즉각적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대기업 지정 기준을 자산총액 5조원 이상에서 10조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집단이 기존 65곳에서 28곳으로 감소했다.
 
건설사 중에서는 자산총액 8조1290억원 규모의 한라와 한진중공업(097230)(7조7970억원), 중흥건설(7조6030억원), 태영(6조8410억원), 현대산업개발(6조4240억원) 등이 대기업집단에서 빠지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준 완화로 민간투자 여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30%룰' 등 대기업집단 규제를 받지 않는 건설사가 늘어나면 민간투자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현행 공정거래법을 보면 대기업집단이 민자사업 특수목적법인(SPC)에 3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할 경우 해당 법인을 계열사로 편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SPC가 계열사로 편입될 경우 PF(프로젝트파이낸싱)대출 등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투입되는 민자사업의 비용이 재무제표상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서는 참여를 꺼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한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된 기업들은 지자체가 발주한 공사에 계열사간 공동수급체 참여 제한이 해제되고, 기업집단 소속 수요관리사업자가 전력거래를 하는 경우 적용되는 거래량 제한도 받지 않게 된다.
 
대기업집단 제외에 따른 규제 일괄 면제로 신사업에 진출한다거나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등 하위 기업집단의 성장 여건이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하지만 여전히 침체의 늪에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만큼 건설기업들이 실제 민자사업에 나설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건설산업연구원 조사 결과 건설분야 투자는 주거용 건축 호조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양호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년 하반기 이후 주택 사업을 중심으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홍일 건산연 실장은 "건설투자가 2017년 하반기 이후 감소세로 전환되는 것에는 주택투자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며 "여기에 정부의 중기재정운용계획을 보더라도 SOC 예산 역시 점진적으로 감소할 계획이라 민간주택 부문의 투자 감소분을 보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주력 사업에 집중하는 재편이 아니라 비주력 사업부문을 문어발식으로 다각화할 경우 자칫 기업 존립마저 장담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97년 시공능력평가 21위였던 청구는 신도시 주택사업에서 막대한 현금을 축적한 뒤 90년대 중반 백화점, 방송, 유통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재계 서열 30위 안에 드는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한 바 있다.
 
하지만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경영여건이 급속히 악화됐다. 금융권에서 잇달아 여신을 동결한 탓도 있지만,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것 역시 경영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결국 청구그룹은 외환위기 이후 해체됐으며 법정관리에 들어간 청구 역시 2010년 최종 부도 처리됐다.
 
건설업계의 불공정 관행도 논란이 될 여지가 있다.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된 기업은 상호·순환출자금지, 채무보증 제한,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의 대기업집단 사전규제를 더 이상 받지 않게 된다. 문제는 이번에 제외된 일부 기업은 하도급대금 미지급이나 내부거래 위반 등 논란을 일으킨 전력이 있어 규제 완화로 앞으로 불공정행위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중흥건설의 경우 건설공사, 레미콘 제작 등을 위탁한 뒤 104개 업체에 하도급대금, 지연이자, 어음할인료 등 26억여원을 지급하지 않다가 지난 1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7억9200만원을 부과 받은 바 있다.
 
이밖에 시평 순위나 원도급-하도급 등 사업 역할에 따라 책임 범위가 규정돼 있는 수주산업의 특성상 대기업-중소기업 구분에 따른 규제가 적은 만큼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영덕 건산연 연구위원은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된 건설사들이 사업 운영에 유리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건설산업 전반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민자사업도 시장 자체가 침체된 상황이라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일부 건설사들의 대기업집단 제외로 민간투자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을지 여부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민자사업으로 진행될 예정인 서울~세종 고속도로 사업 예정지. 사진/뉴스1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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