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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600만불의 사나이'와 자연의 값
2016-06-09 14:10:49 2016-06-09 14:10:49
전재경
서울대학교 글로벌환경경영전공 겸임교수
'600만불의 사나이'라는 인기 드라마가 있었다. '600만불'은 주인공의 망가진 팔다리 일부를 수선해서 갈아 끼우는 데 들어간 돈이었다. 인체를, 비록 일부라 할지라도 돈으로 환산하는 작금의 현실이 비참하긴 하지만, 자연스레 이어지는 의문 하나. 그렇다면 자연의 값은 대체 얼마일까. 대담하게도 약 20년 전에 일부 생태경제학자들은 지구 전체의 값을 매겼다. 지구 자체의 값은 무한대이므로, 지구 환경이 인류에게 제공하는 자연의 혜택(생태계 서비스)을 돈으로 환산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즈음 이런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 새만금을 막을 때도 '갯벌이 제공하는 자연 혜택이 비싸냐, 갯벌을 논으로 만들어 얻는 식량 값이 비싸냐'(이른바 비용편익분석)를 두고 정부와 민간 그리고 사업자가 팽팽하게 맞섰다. 당시에는 식량 안보론이 가세해 갯벌을 논으로 만들기로 결정하고 간척을 시작했다. 하지만 간척이 완공되기도 전에 농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농지 가격이 하락해 새만금 간척지는 복합산업단지로 거듭나야 할 운명에 처했다. 새만금 간척사업의 목적이 농지 확보에서 산업단지로 전환된다면, 환경영향평가 또한 목적에 맞게 새로 실시해야 한다. 법률행위의 중요 목적이 변경됐기 때문이다. 평가 시기는 간척의 목적을 변경하는 행정처분이 고시되는 날이다. 목적 변경에 따른 환경영향평가를 새로 실시하지 아니한 채 변경사업을 굳히고 추진하면 위법이다.
 
국립공원을 둘러싸고도 비슷한 문제 제기가 일어난다. 국립공원은 자연 혜택, 특히 휴양가치를 가장 많이 제공하는 보호구역이다. 자연이 주는 혜택에도 우리나라는 오래 전 국립공원의 입장료를 폐지했다. 사회적 취약계층을 포함해 모든 국민들이 국립공원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정책이 입장료 폐지의 토대를 이뤘다. 국립공원청으로서도 엄청난 행정비용을 들여 입장료를 받고 이를 공원 관리비를 충당하기보다는, 정부 예산을 통으로 받아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편이 낫다고 계산했을 수 있다.
 
하지만 갯벌이나 국립공원 등 자연이 인류에게 베푸는 혜택(생태계 서비스)은 당장 돈으로 계산되는 식량이나 연료 또는 물과 같은 공급서비스에 국한되지 아니한다. 자연이 인류에게 베푸는 혜택은 생물자원이나 경관 또는 휴양이나 치유 이외에도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를 막아주고 수질정화나 탄소동화를 통해 인류에게 보이지 않는 후생을 제공한다. 벌과 나비 등의 곤충이 제공하는 수정(꽃가루받이)은 과수원을 재배하는 농부들의 품을 덜어주고 맛있는 꿀까지 선사한다. 각종 혜택들은 아직 돈으로 환산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갯벌은 겨우 식량을 제공하는 가치만 평가됐고, 국립공원은 휴양을 즐기지 않는 일반 국민들의 돈으로 현장 탐방객들의 편익을 뒷받침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런 일들은 어찌 보면 자연과 그 자연이 제공하는 편익의 양이 과학적으로 평가되지 않았고 그 경제적 가치가 금전으로 환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갯벌을 매립하자는 쪽이나, 보존하는 쪽 모두 계산 없이 다투기만 했다. 이 같은 눈 감고 코끼리 더듬기의 아전인수는 그만둬야 한다. 지난 5월30일부터 6월3일까지 경기도,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생태원,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안산시 그리고 자연환경국민신탁(한국생태계서비스네트워크 사무국)은 환경부, 해양수산부, 한국램리서치, 세계생태계서비스파트너십(ESP)의 후원을 받아 아시아 각국과 유럽, 미국, 호주 등에서 모인 300여명의 전문가와 경기도 안산에서 제1회 자연혜택 아시아대회를 열었다.
 
정부와 공공기관 그리고 민간기구들은 자연 혜택에 대한 평가와 지불을 증진하기 위해 각종 정책과 계획에 반영하고 있다. 올해부터 시작된 제4차 국가환경종합계획(2016년~2035년: 20년 계획)과 제3차 자연환경보전기본계획(2016년~2025년: 10년 계획)은 우리나라 생태계가 어느 정도의 자연 혜택을 공급하는가를 과학적으로 평가하고, 그 경제적 가치를 산정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한다는 방침을 규정했다. 아시아 국가들은 이번 자연혜택 아시아대회를 통해 자국의 환경계획 등에 생태계 서비스 확산 방안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경험과 전략을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재경 서울대 글로벌환경경영전공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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