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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무한확장…함께 커진 '재무 리스크'
액시올사 인수까지 9조 '펑펑'…"조선 전철 밟을 수 있어" 경고
2016-06-08 16:46:39 2016-06-08 16:47:01
[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롯데케미칼(011170)의 확장세가 무섭다. 지난해 말 삼성으로부터 화학사 2곳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던 롯데케미칼은 올해에도 합작회사(JV) 설립 및 공장 신설, 인수합병(M&A) 등에 나서며 무한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이에 따른 재무적 부담과 에틸렌 의존도 심화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7일 미국 액시올사 인수를 위한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액시올사는 클로르 알카리(소금을 전기분해해 석유화학 기초원료 생산) 사업을 하는 화학회사로 주력 제품은 PVC, 가성소다 등이다. 인수대금으로는 2조원 초중반대가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인수와 관련해 일단 긍정적 평가를 내비치고 있다. 액시올사의 주력 제품인 PVC의 주원료가 에틸렌인 만큼 롯데케미칼과의 시너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케미칼의 에틸렌 생산규모는 연산 282만톤으로, 추진 중인 증설을 모두 마무리하면 372만톤까지 확대된다. 액시올사의 PVC 생산을 위한 에틸렌 소비량은 68만톤 규모다. PVC 및 가성소다 사업 진출로 포트폴리오 확대, 북미 시장 진출 효과 등도 긍정적이다.
 
롯데케미칼 본사 전경.사진/뉴시스
 
이 같은 긍정적 요인에도 불구, 롯데케미칼의 재무안정성에 대한 의문 부호는 여전히 따라붙는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삼성SDI 케미칼부문과 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 지분 49% 포함)을 각각 2조5850억원, 4650억원에 인수했다. 또 지난해 9월까지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프로젝트에 3억3800만달러(약 4070억원), 올해 2월까지 여수 C5 모노모 분리사업에 1400억원, 대산 콘덴세이트 스플리터 증설에 1920억원 투자를 완료했다. 내년 초에는 여수 특수고무 공장 증설에 1405억원, 말레이시아 LC타이탄 증설에 3000억원, 2018년 2월까지 미국 에탄분해설비(ECC) 및 모노에틸렌글리콜(MEG) 프로젝트에 2조9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투자 총액은 7조1300억원 규모로, 이번 액시올사 인수가 결정되면 9조원을 훌쩍 넘기게 된다.
 
기업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롯데케미칼에 대해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도, 향후 등급전망은 '부정적'으로 부여했다. 한기평은 "올해 대규모 영업현금 창출이 예상되지만, 삼성계열 화학사 인수로 재무안정성이 저하됐다"며 "특히 당초 26억달러에서 31억달러로 증액된 미국 ECC 및 EG 투자는 올해 본격화될 예정이며, 이와 별도로 종속법인인 타이탄의 NCC 증설투자, 합성고무 프로젝트 등이 진행 중이므로 재무부담이 지속될 예정"이라고 진단했다. 
 
에틸렌 등 기존 석유화학에 집중된 포트폴리오 개선 역시 관건이다. 지난해부터 국내 주요 석유화학업계는 에틸렌의 높은 스프레드(원료와 제품간 가격차)로 영업이익 개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업황이 꺾일 경우 에틸렌 비중이 높은 롯데케미칼로서는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에틸렌 납사 스프레드가 점차 좁아지는 상황"이라며 "특히 중국의 경우 기초유분 수입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로, 프로필렌의 경우 재작년 300만톤에서 올해 250만톤 수준에 그칠 전망이며, 자체 에틸렌 생산 역시 매년 10%씩 늘어나고 있어 수출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유가가 70~80달러선까지 상승할 경우 미국의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한 ECC, 중국 석탄 기반 CTO 등 증설이 재개돼 에틸렌 스프레드는 급격하게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재무안정성을 고려치 않고 무한확장에 나서다 역풍을 맞은 조선의 전철을 되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롯데케밀칼로서는 반면교사의 교훈을 새겨야 한다는 경고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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