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유명무실한 음악방송을 둘러싸고 가요계가 떠들썩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지상파와 케이블을 합쳐 총 6개의 음악 순위 프로그램이 방송 중이다.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SBS MTV '더쇼', MBC뮤직 '쇼챔피언', Mnet '엠카운트다운', KBS '뮤직뱅크', MBC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가 차례로 전파를 탄다.
◇SBS MTV '더쇼'에서 1위를 차지한 걸그룹 AOA. 사진/뉴스1
문제는 효용성이다. 지난달 27~31일 방송된 '뮤직뱅크'가 1.4%, '인기가요'가 2.6%, '음악중심'이 2%(닐슨코리아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상파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참담한 수준의 시청률이다. 음악방송이 '그들만의 잔치'라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요기획사들도 음악방송의 홍보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음악방송 이외에는 별다른 홍보 수단이 없는 중소기획사 소속 가수들의 입장에서는 음악방송 출연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대형기획사의 인기 가수들은 음악방송에 출연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음악방송 한 회에 출연하는 데 드는 의상비, 헤어-메이크업비, 댄서비 등을 합치면 수백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방송사로부터 받는 출연료는 10만~3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가요 관계자들 사이에서 "음악방송에 출연하면 할수록 손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손해 보는 장사를 하고 싶어하는 가요기획사는 없다.
그러나 가수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음악방송에 출연하고 있다. 음악방송에 얼굴을 비쳐야 방송사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고, 그래야만 해당 방송사의 인기 예능, 드라마에도 출연할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방송사와 대형기획사 간의 힘의 균형이 무너진 상황에서 방송사가 대형기획사를 컨트롤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음악방송"이라며 "업계에서는 방송사들이 음악방송을 이용해 '갑질'을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음악방송의 공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매주 가수들의 순위를 발표하는 음악방송은 공정성이 생명이다.
지난달 30일 KBS '뮤직뱅크' 측은 "생방송에서 순위 집계 오류로 인해 주간 순위가 잘못 방송되었다"며 "뮤직뱅크 K차트 5월 마지막주 1위는 트와이스, 2위는 AOA로 정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 방송된 '뮤직뱅크'에서 AOA는 트와이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방송 후 점수 합산의 오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AOA가 실제 음반 판매량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음반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순위가 바로잡혔지만, 찜찜한 논란 끝에 1위 트로피를 받아들게 된 트와이스에게도, 1위를 차지한 후 기쁨의 맨발 댄스까지 췄던 AOA에게도 생채기만 남기게 됐다. 이들을 열렬히 응원했던 팬들 역시 이번 사건의 피해자다.
가요계에서는 방송사의 '갑질'의 수단으로 사용되는데다가 공신력마저 떨어지는 음악방송의 순위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음악중심'은 지난해 11월 순위제를 폐지했지만, 다른 방송사의 음악방송들은 여전히 매주 가수들의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유명무실한 음악방송에 대한 문제 지적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음악방송 자체를 아예 폐지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가수들의 홍보 방식도 음악방송 위주에서 SNS와 온라인 위주로 바뀌고 있는 추세"라며 "음악방송도 형식과 내용 측면에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정해욱 기자 amorr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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