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아프리카산 '검은 유니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미국·유럽 시장으로 기술 확장…전 세계 스타트업의 테스트베드 역할도
입력 : 2016-05-30 12:00:00 수정 : 2016-05-30 12:00:00
아프리카에서 IT 스타트업 움직임이 본격화한 것은 약 10년 전부터다. 2007년에서 2010년 사이 핀테크 업체 '엠페사(M-Pesa)', 크라우드소싱 앱 '우샤하디(Ushahidi),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아이허브(i-Hub) 등 굵직한 스타트업이 생겨나 자리를 잡았다. 현재 아프리카에는 200개의 혁신허브와 3500개의 테크 벤처, 10억달러 규모의 벤처캐피탈이 움직이고 있다. 스타트업 창업이 활발한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빗댄 '실리콘 사바나'란 이름이 붙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의 스타트업 열기를 '먼 곳의 이야기'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아프리카 스타트업이 생각보다 넓은 범위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아프리카에도 '검은 유니콘'이 생겼다. 기업가치가 10억달러를 넘긴 스타트업이 나온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스타트업 거품이 사그라들고 있는 가운데 나온 깜짝 소식이었다. 아프리카의 스타트업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을 딛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기업들과 전문가들은 이같은 아프리카 스타트업에서 '확장성'을 읽고 있다. 아프리카 스타트업들이 만들고 제시하는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범용성을 지녔다는 것이다. 또한 글로벌 기업이 현지 스타트업과 손을 잡음으로써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아프리카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아이허브'에 입주한 한 스타트업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아이허브
 
AIG, 첫번째 '검은 유니콘' 등극
 
아프리카의 '첫번째 유니콘'이라는 타이틀은 아프리카인터넷그룹(AIG)에 돌아갔다. AIG는 아프리카 최대 이커머스 업체인 주미아(Jumia)의 모기업이다. 나이지리아에 기반을 둔 주미아는 아프리카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곳으로 현재 이집트와 케냐 등 아프리카 내 11개국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AIG 측은 주미아의 구체적인 수익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테크크런치 등이 추정한 바에 따르면 주미아는 지난해 1~9월 2억34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동기대비 265%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AIG는 주미아를 포함해 ▲잔도(Zando·의류 및 신발 판매) ▲헬로푸드(Hellofood·음식배달) ▲카이무(Kaymu·온라인 재판매 장터) ▲라무디(Lamudi·부동산 정보 플랫폼) ▲이지택시(EasyTaxi·택시서비스) ▲조바고(Jovago·호텔 예약 포털) ▲에버잡스(Everjobs·직업 정보 사이트) ▲카무디(Carnudi·자동차 판매 플랫폼) 등 총 9개 기업을 자회사로 가지고 있다. 지난 2012년 처음으로 문을 연 이래 아프리카 내 23개국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올들어 AIG에는 말 그대로 투자자금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지난 2월 프랑스의 금융그룹 악사(AXA)는 AIG의 지분 8%를 받아가며 약 8300만달러(75000만유로)를 투자했다. 이어 3월에는 골드만삭스와 로켓인터넷, 남아프리카의 통신그룹 MTN 등이 2억45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아프리카 IT 기업이 받은 역대 최대 투자금이다. 이달 초에는 프랑스의 통신 대기업 오렌지도 85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현재 AIG의 기업가치는 11억달러 이상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인터스위치, 아프리카 대표 핀테크기업
 
나이지리아 기반의 종합 핀테크 업체인 인터스위치(Interswitch)도 AIG와 비슷한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인터스위치는 지난 2002년 은행 간 연계 시스템으로 첫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나이지리아의 은행들은 서로 연계돼 있지 않아 ATM을 함께 쓸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인터스위치가 은행 간 연계 인프라를 구축한 것이다. 또 ATM용 직불카드를 만들어 보급했는데 현재 이를 이용하는 개인 고객이 32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에는 온라인 지급결제 플랫폼인 퀵텔러를 런칭했다. 퀵텔러를 통한 결제금액은 지금까지 24억달러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 초 인터스위치의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투자회사가 지분 매각을 시사하면서 다른 투자자들을 불러올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영국 런던 기반의 투자회사 헬리오스는 지난 2010년 인터스위치의 지분 52%를 9600만달러에 매입했고 올 2월 인터스위치 측에 경영권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인터스위치는 연내 상장도 준비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시장과 영국 런던시장에 동시에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공한다면 아프리카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로 '아프리카 진출기회' 모색
 
이렇게 밀물처럼 들어오는 투자금은 아프리카 시장의 높은 성장성을 말해준다. 세계경제포럼(WEF) 등에 따르면 현재 아프리카에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인구는 20%에 불과하다. 다시 말하면 디지털 분야가 지금까지 그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성장을 뒷받침하는 것은 인구다. 맥킨지는 현재 11억명 수준인 아프리카의 인구가 10년 뒤 전 세계 5분의1로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기간 아프리카 대륙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6.2%로 전 세계 평균 3.7%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들은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위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악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악사는 AIG의 지분 8%를 투자하면서 독점 보험 공급업체가 된다는 계약도 맺었다. 투자 당시 제레미 호다라 AIG 최고경영자(CEO)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악사를 통해 아프리카에서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재 아프리카에서는 60% 이상의 인구가 빚을 내면서 의료비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회사로서는 가능성이 큰 시장인 것이다. 또한 자동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차량보험 시장의 성장도 예상되고 있으며 농업 환경 개선을 위한 농작물, 기후보험의 가능성도 있다. 
 
미국·유럽으로 퍼지는 아프리카 스타트업
 
결핍에서 출발한 아프리카의 스타트업은 자체적인 확장성도 크다. 전기 공급이 부족한 아프리카에서 만들어진 태양열 와이파이 기기는 전 세계로 영역을 넓혔다. 브릭(BRCK)은 케냐에서 개발된 벽돌 크기의 와이파이 기기로 태양열을 이용해 최대 20개 기기에 4G 인터넷을 연결할 수 있다. 현재 브릭은 미국과 남미, 아시아의 45개 나라로 수출돼 사용되고 있다. 
 
브릭(BRCK)의 태양열 와이파이 기기. 사진/브릭
 
우샤히디(Ushahidi)도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서비스다. 스와힐리어로 증거를 뜻하는 우샤히디는 지난 2007년 케냐에서 대통령 부정선거가 일어난 이후 정치적 폭력이 심해지자 생겨난 사이트다. 당시 변호사이자 블로거였던 오리 오콜로는 많은 사람들에게 제보받은 폭력사건을 모아 온라인 지도에 표시했다. 현재는 다양한 인구정보를 지도에 표기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010년 우샤히디를 이용해 동부해안의 제설현황을 추적했고, 허핑턴포스트는 2012년 미 대선 투표 현황을 모니터링 하는데 이용하기도 했다. 
 
모바일 결제와 개인간 송금 서비스 기능 등을 제공하는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핀테크 업체 '엠페사(M-Pesa)'는 글로벌 핀테크 기업의 모델이 되고 있다. '넥스트 아프리카'의 공동저자 제이크 브라이트는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의 IT 기술은 지역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경우가 많지만 다른 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신기술·신사업의 '테스트베드'로 부상
 
최근 아프리카는 글로벌 기업의 테스트베드(실험대)로도 각광받고 있다. 우버는 최근 아프리카에서 현금 결제 모델을 시범운영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우버에 등록해놓은 신용카드나 직불카드에서 요금이 자동 결제되는 시스템을 이용해왔다. 이번 현금결제를 통해 카드를 보유하지 않은 승객까지 우버 고객으로 끌어오겠다는 포석이다. 시험무대로 카드 발급률이 높지 않은 아프리카를 선택한 것이다.
 
상업용 드론 배송을 위한 시험장소 역시 아프리카다. 미국의 배송업체 UPS는 최근 르완다에서 의료 물품을 드론으로 배송하기 위해 집라인(Zipline)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의료 물품 배송이라 소셜벤처 성격을 띠는 것처럼 보이지만 상업적인 목표도 짙다. 글렌 자카라 UPS 대변인은 "인도주의적 측면에 집중돼 있긴 하지만 이 같은 경험을 통해서 물류와 공급체인 관리 등에 대한 전문지식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UPS와 집라인은 오는 7월부터 드론을 통한 항공배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먼저 드론 배송을 준비해온 아마존보다 실행에서 한 발 앞서게 되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성공적으로 드론 배송 노하우를 쌓을 수 있다면 미국 내에서도 아마존과 경쟁했을 때 우위에 있을 수 있게 된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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