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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만표, 17시간 조사끝 귀가…검찰, 구속영장 청구 검토
'몰래 변론' 등 일부 탈세 혐의는 인정·로비 혐의는 부인
2016-05-28 03:23:15 2016-05-28 05:50:29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정운호 게이트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홍만표(57) 변호사가 17시간에 가까운 고강도 조사를 마치고 28일 귀가했다.

 

홍 변호사는 이날 오전 2시50분쯤 검찰 소환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기 전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인정할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조사 잘 받았다"고 답한 뒤 승용차에 탑승해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서둘러 빠져나갔다.

 

검찰에 따르면, 전 검사장 출신의 홍 변호사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원정도박으로 경찰과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그를 변호하면서 수사 당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로비를 벌인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받고 있다.

 

또 변호사 선임계를 내지 않고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과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 강덕수 전 STX 회장, 현재현 전 동양그룹회장 부부 등을 변론한 뒤 거액을 받아 탈세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홍 변호사는 이와 함께 자신이 경기도 파주에서 실질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부동산 개발업체를 통해 자금을 세탁하고 불법적인 부동산 투자를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번 소환조사에서 이 같은 의혹을 집중 추궁했으며, 홍 변호사는 탈세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영향력 행사나 로비 등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홍 변호사는 전날 오전 950분쯤 출석해 몰래 변론 의혹을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각종 의혹에 대해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고, 신속하게 수사가 마무리 되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몰래 변론은 상당 부분 해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임료 탈세 의혹을 인정하냐는 질문에는 "퇴임 이후 변호사로서 주말이나 밤늦게 열심히 일하다 보니 다소 불찰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그 부분도 검찰에서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대답했다.

 

정 대표의 도박 사건 수사에 대한 영향력 행사 의혹에 대해서는 "몇 명의 변호사와 같이 협업하는 절차를 취했기 때문에 영향력 행사는 있을 수 없다""나름대로 많은 의견서도 제출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변론의 범위 내에서 열심히 일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 출신의 그는 특수부 후배 검사들로부터 조사를 받게 된 것에 대해서는 "제가 근무했던 곳에서 피조사자로서 조사를 받게 됐는데 이루 말할 수 없다""사건 의뢰인과 가족이 저로 인해 많은 상처를 입었다"고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홍 변호사의 자택과 사무실, 19일에는 그가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경기 파주시와 성남시 부동산 개발업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사법연수원 17기인 홍 변호사는 부산지검 울산지청을 시작으로 검사 생활을 시작했으며, 서울지검 의정부지청 특수부검사, 서울지방검찰청 특수1·2·3부 검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찰연구관 등을 역임하면서 잘 나가는 특수부 검사가 됐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도 근무했으며 검찰로 복귀한 뒤에도 수원지검, 서울지검 특수부, 대검 중수부, 대검 수사기획관 등 특수부 검사로 줄곧 활동했다. 법무부 홍보관리관과 대변인을 역임하기도 했다.

 

'전두환·노태우 부정축재'사건, 한보그룹 비리 사건,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사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 등 여러 거물급 사건들을 수사해 검찰 내 대표적 특수부 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대검 수사기획관으로 근무하면서 노 전 대통령 수사 등과 관련해서는 확인되지 않은 피의사실을 선정적으로 언론에 흘려 결과적으로 노 전 대통령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대검 기조부장을 끝으로 변호사가 된 뒤에는 각종 몰래 변론으로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 있다는 의혹이 일었다.

 

20134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노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에서는 조 전 청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차명계좌가 있다는 얘기를 임경묵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전 이사장에게 들었고, 임 전 이사장에게 그 얘기를 해 준 사람이 홍 변호사라고 밝혀 파문이 일기도 했다. 홍 변호사는 당시 "나는 임경묵이라는 사람을 알지 못하고, 조 전 청장이 차명계좌 발언을 했을 때 차명계좌는 없다고 확실히 이야기도 했다. 조 전 청장은 법정에서 한 말을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 이번 소환조사 결과와 관계자들의 진술,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증거물 분석 결과 등을 종합해 이르면 주말쯤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핵심인물인 부장판사 출신의 최유정(46·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전날 구속 기소했다. 정 대표와 이숨투자자문 대표 송모씨 사건을 맡아 재판부에 로비를 벌여 집행유예·보석허가 등을 받게 해주겠다며 총 100억원을 받은 혐의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법조비리 의혹에 연루된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지난 27일 오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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