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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모로우)"유니버설 디자인으로 모두가 편리한 세상 만들어요"
장애인·고령자 등 약자를 위한 제품 디자인…일본 시니어 비즈니스도 급성장
2016-05-25 12:00:00 2016-05-25 12:00:00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은 장애벽을 제거하는 데서 나아가 사회적 약자든 정상인이든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만들고 디자인 한다는 개념이다. 이를 고령자에게 적용해 보면 고령자가 처한 환경이나 특성을 고려해 안전하고 고령자가 사용하기 불편하지 않도록 제품을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것이다. 예컨대 문턱을 없애고, 노인의 키에 맞도록 싱크대 높이를 낮추고, 집안 곳곳에 안전손잡이를 만들고 욕실에 낙상방지를 위한 시설을 설치하는 식이다.
 
우리나라 유니버설 디자인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약자에 대한 배려 의식이 강하고 고령화 사회에 일찍 진입한 선진국은 이미 유니버설 디자인이 일상화 돼있다. 일본에서는 국민 10명 중 8명이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일찌감치 공공분야는 물론 문화와 고용, 제품, 정보 등 사회 전 분야로 확대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통계를 가늠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인식이 부족한 현실이다. 국내 들어와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 제품의 90퍼센트 이상이 일본산인 것만 봐도 국내 산업 수준을 알 수 있다.
 
우리 생활속에 친숙해진 UD
UD는 이미 우리 생활 속에 이미 많이 들어와 있다. 미처 인식하지 못할 뿐이지 우리 생활 곳곳에는 인간을 배려한 UD가 적용된 제품들이 숨겨져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대개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간단한 배려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아무생각 없이 쓰고 있던 화장실 수도꼭지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사례다. 현재 우리가 대부분 사용하고 있는 수도꼭지는 손잡이를 위로 올렸다 내리면서 물을 틀고 잠글 수 있다. 좌우로 살짝 돌리면 온수와 냉수도 조절할 수 있다. 손잡이 하나로 물을 틀고 온도를 조절할 수 있어서 매우 편리하다.
 
하지만 과거의 수도꼭지는 돌리는 형태였다. 온수와 냉수 나오는 손잡이도 따로 나눠져 있었다. 돌리는 것이 너무 미끄럽고 힘이 들어가자 지금과 같이 손잡이 하나로 온수 냉수를 조절할 수 있고, 누르는 것만으로 물을 틀 수 있는 수도꼭지를 만들어 냈다. 팔이 하나 없는 사람들도 손에 힘이 없는 사람들도 쉽게 쓸 수 있는 수도꼭지가 된 것이다.
 
문고리에서도 UD를 발견할 수 있다. 요즘 나오는 문고리들은 위 아래로 누르면 문이 열린다. 손에 힘이 없어도, 손가락이 펴지지 않아도 쉽게 문을 열 수 있다. 수도꼭지처럼 동그랗게 생겨 힘을 줘 돌려야만 열리던 과거의 문고리와는 다르다.
 
전문가들은 UD에 대해 너무 어렵게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람들이 좀 더 편리하게 일상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개인의 신체적인 문제로 하기 힘든 것들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유니버설 디자인의 핵심이다.
 
장애인 차별없는 세상에 기여
고령화가 진전된 선진국들은 일찍부터 시니어들의 편의를 위해 UD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1990년 장애인법(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 ADA)을 제정해 장애인들의 인권보장과 편의제고를 위한 틀을 마련했다.
 
이는 고용, 정부 활동, 대중교통, 공공시설, 상업시설, 통신 등에 있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이 없음을 보장한다. 특히 건축물의 경우 장애인의 이용이 편리하도록 하는 건·개축 기준을 규정했으며, 통신 사업자는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간의 통신을 위한 중계서비스(TRS)를 24시간 제공토록 했다.
 
UD가 가장 활성화된 일본은 보다 적극적이다. 세계 최초로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정부가 나서서 차별 없는 디자인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마련해 UD 활성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 1990년 장애인·노인 등을 위한 정보처리기기의 억세서빌리티(Accessibility) 지침 도입을 시작으로, 건축물 사용 편의를 위한 하트빌딩(Heart Building)법, 제품의 안정성 제고를 위한 PL(Product Liability, 제조물책임)법, 대중교통이용 활성화를 위한 교통 배리어프리(Barrier-free)법이 차례로 제정됐다.
 
이처럼 선진국일수록 UD가 활성화된 것은 수명 연장으로 정치적 입김이 세진 고령자들이 활동이 편한 환경 조성을 강하게 주문한 영향도 크다는 지적이다. 정재훈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공공수요 부문에서 UD 모델과 사례를 선도해 간다면 UD를 향한 기업들의 발걸음도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령화 가속화되는 국내 UD산업 유망
UD는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생활속에 더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기존 산업 사회의 제품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 인구가 점점 늘어나기 때문이다. 유엔 세계인구전망보고서의 추정치에 따르면 오는 2050년에는 20억명의 사람들이 노인 계층일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의 60세 이상 인구는 지난 2012년도 11.7%에서 오는 2100년 27.5%로 늘어난다. 고령화의 정도를 표시하는 연령 중앙치도 29.2세에서 41.2세로 높아진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유례없는 고령화 속도를 보인다. 2050년에는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95.5세로 최장수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UD가 적용되는 대표적인 분야인 시니어비즈니스도 활성화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일본의 경우 닛세이기초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시니어비즈니스 규모는 지난 1990년 33조엔(330조4790억원)에서 2010년 67조엔(741조8410억원)으로 2배 급증한 데 이어 오는 2030년에는 77조엔(841조71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비교한다면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국내 시니어비즈니스 시장 규모가 앞으로 더 빠르고 더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정부는 UD가 저성장 궤도를 타고 있는 국내 경제에 새로운 먹거리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범국가적인 육성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기업들도 고령층은 인구수와 구매력이 크게 늘고 있어 반드시 끌어들여야 할 핵심 소비자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 박람회 참가 기업인 윤텍이엔지가 개발한 높이조절 세면대를 모델들이 시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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