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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철학·가치를 공유하는 계파를 보고싶다
2016-05-18 15:02:19 2016-05-18 15:02:19
분열로 망한다는 소리를 듣는 쪽은 야당이다. 여당은 대개 부패로 망한다고 한다. 그러나 2016년 5월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에 '망조'가 들었다면 그건 분열 때문이다. 지난 17일 친박계의 전국위원회 보이콧으로 분당 사태까지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친박계는 되레 당당해 보인다. 18일 각종 라디오에 출연해 자신들의논리를 설파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이건 누가 봐도 비박계가 주축인 혁신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를 보는 친박계의 두려움에서 시작된 사태다. 친박들에게는 당권도 대권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단물이다.
 
그렇다고 비박계가 모두 옳다고 결론내리는 것도 오류다. 지금의 비박계는 방관자였고, 기회만 엿본 사람들이다. 당이 이렇게 될 때까지 비전을 제시하지도 못했다. 친박계가 망하기만을 기다렸던 사람들 같다. 특정 계파라 부르기도 어색하지만, 계파 정치를 이용하려 했다는 비난을 면키는 어려워 보인다.
 
정치권 분열과 분당의 뿌리에는 계파가 존재했다. 일종의 패거리 문화요, 조폭 문화다. 이런 문화는 초등학교 교실에서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나는 누구랑 친한데 너는 누구랑 안 친하다’를 기준으로 친구를 사귀고, 몰려다니고, 때로는 왕따를 시킨다. 정치인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을 잘 구분했던 것 같다.
 
패거리를 만들고 그룹을 형성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일 수 있다. 내가 어디에 소속되어 있고 누구와 친하다는 느낌을 갖는 것만큼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은 없다. 안정의 욕구다. 한국사회에서 혈연은 물론 학연과 지연은 그 안정 욕구를 충족시키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계파나 분파 등의 구분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철학을 공유하고, 취미를 공유하고, 가치를 공유하면서 만나는 모임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삶의 활력이 될 수 있다. 마음의 안정을 회복하고 치유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권력에 대한 친소관계로만 모인 정치인들의 계파는 저속하다. 기본적인 안정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권력이라는 욕망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박계는 현재의 권력을 중심으로 모였고, 비박계는 미래의 권력을 중심으로 뭉치려 한다. 각 계파들은 과연 내부적으로 어떤 철학과 가치를 공유하는가.
 
계파와 모임에도 품위와 격이 있다. 초등학생들이 먼 친구와 가까운 친구를 구분하며 학교생활을 한다고 해서 사회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각자가 하나의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은 다르다. 초등학생 같은 유치한 행동 하나에도 국가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철학과 가치를 공유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생산적인 계파를 보고 싶다.
 
정치부 최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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