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 2013년 흑해 연안 터키 시노프 지역에 200억달러 규모의 원전 4기를 건설하는 한 프로젝트는 참여업체가 현지에 원전을 건설하고 원전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판매해 공사비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발주됐다. 우리나라가 3년 넘게 공들인 사업이었으나, 국내 업체들이 자금조달 방안 제시를 원활하게 하지 못하는 사이 수주전 막바지에 뛰어든 일본이 금융경쟁력을 앞세워 이를 낚아채 갔다. 이로 인해 한국형 원전기술을 개발했던 한국수력원자력이나 원전 사업을 새 먹거리로 설정하고 별도 사업본부까지 꾸렸던 국내 건설업계는 지붕만 쳐다보는 꼴이 됐다.
이란 경제제재 해제와 대통령의 방문으로중동 발주 가뭄에 시달리던 업체에 단비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이번 방문에 따른 성과가 평가절하되고 있다. 대부분 본계약 체결도 아니고 법적 구속력조차 없는 양해각서, 합의각서, 가계약 등에 그치면서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들은 역대 대통령의 해외 순방길마다 동행하면서 수주를 결정지을 만큼 큰 성과를 내왔지만, 몇몇 거대 프로젝트의 경우 말잔치로 끝나기도 했다. 더군다나 최근 해외시장에서 일본, 유럽, 중국 등의 자본력에 국내 건설사들이 밀리는 경우가 많다. 이란 방문을 실제 성과를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금융권의 자금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이란 특수'는 과거 중동발 '수주 대박'과 달리 투자개발형 사업이 상당수라 이에 발맞춘 정부의 적극적인 금융지원책이 핵심이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란은 지난 37년간 이어진 경제제재로 재정이 고갈된 상태인 만큼 단순히 '잘 해보자'는 식의 선언적 MOU가 아닌 실제 본계약을 이끌어내기 위한 정부의 외교·금융 등 실질적인 수주 지원책이 제시돼야 한다는 의미다.
당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만 보더라도 이란에 550억달러 지원을 약속했고, 오는 8월 이란 방문 예정인 아베 일본 총리 역시 대대적인 신용융자를 약속한 바 있어 이미 이란 시장을 두고 국가간 보이지 않는 수 싸움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이란은 경제재제 해제 이후 중국과 같은 정부의 대규모 지원 프로그램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결국은 금융이 수주전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게다가 프로젝트 규모가 크고 투자개발형인 만큼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단순도급 사업은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본계약 체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이런 사업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금융 지원 없이는 수주를 못 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지원사격에 나서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기획재정부가 총괄하고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KDB산업은행, 한국투자공사가 참여하는 '이란 건설플랜트 금융지원협의체'를 지난 3월 구성하고 운영에 나섰다. 협의체는 약 250억달러 규모의 금융 패키지를 마련, 지원하기로 했다.
여기에 정부-민간기업-금융기관이 같이 협력해야만 하는 민관협력사업(PPP)에 대한 지원책 마련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석유수입을 기반으로 한 중동 국가의 재정 여건이 악화되면서 인프라 사업이 자체 재원이 아닌 시공자의 금융 주선 또는 정부와 민간이 사업비를 분담하는 PPP 방식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공기업이 민간기업과 공동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넓히고 금융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또한 이란을 비롯한 저개발국의 투자개발형 사업 수주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금융위기 이후 논의가 중단되다시피 한 투자은행(IB) 설립과 육성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건설사는 프로젝트 개발이나 시공 및 유지관리 주체인 만큼 IB 없이 투자개발형 사업의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이란에서 성과로 제시된 상당수 사업은 우리가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투자개발형 사업"이라며 "장기간에 걸쳐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이번 성과를 이어갈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진출에 물꼬가 트였으나, 금융 지원 등 정부의 마중물 몰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GS건설이 2009년 준공한 이란 사우스파 9·10 프로젝트 현장. 사진/뉴스토마토 DB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