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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2분기 대기업 돈줄죄기 시작된다
취약업종 구조조정에 부실채권비율 급등…농협 "대기업 대출 당분간 안해"
2016-05-07 12:00:00 2016-05-07 12: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은행권이 대기업 대출 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다. 2분기부터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자 건설·조선·해운업을 중심으로 한 부실기업의 대손비용 증가로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린 탓이다.
 
조선과 해운에 발목 잡힌 농협은행은 아예 대기업 신규 대출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다른 시중은행들도 불투명한 실적 전망에 신용등급 하락에 맞춰 대출 줄이기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8일 금융감독원 및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29조9752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24조2119억원)보다 부실채권이 5조7633억원 증가했다. 여신건전성은 위험성이 낮은 순서대로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뉘는데, 부실채권은 고정이하여신을 의미한다.
 
작년에는 고정이 18조1982억원으로 가장 많고 회수의문은 7조4898억원, 추정손실이 4조2870억원을 기록했다. 총액 규모로는 지난 2000년 42조1132억원 이후 최대다. 부실채권이 급증한 이유는 대기업에 대한 대출이 급격히 부실해진 영향이 크다.
 
특히 부실채권비율(1.71%)도 1년 전보다 0.16%포인트 오른 가운데 대기업 여신의 부실채권비율(3.45%)이 대폭 올라 전체 부실채권비율 상승을 주도했다. 업종별로는 조선업(12.92%), 건설업(4.35%) 등 취약 업종의 부실채권비율이 두드러지게 높았다.
 
이에 따라 조선·해운·철강·화학·건설 등 취약업종 뿐만 아니라 대기업에 대한 은행의 '돈줄 조이기'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3일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취약업종에 대해 당분간 신규대출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시중은행 가운데 조선·해운업종 쇼크로 1분기 실적이 50% 가까이 급감했다. 충당금으로 쌓은 전입액이 당기순익을 4배나 웃돌았다.
 
김 회장은 또 "가계대출을 지속하겠지만 대기업 여신의 경우 신규취급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소기업의 경우 시장과 성장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선별적으로 대출을 해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은행 뿐만 아니라 다른 시중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조선 해운업의 대부분이 국책은행에 쏠려 있어 시중은행의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지만, 전체적인 업황이 좋지 않아 시중은행들도 올초부터 이미 여신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섰다.
 
KEB하나은행은 작년 9월 통합 이후 대기업 여신을 꾸준히 줄여왔다. 통합 당시 시점에 비해 지난달 말 대기업 대출이 4조2212억 원 줄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철강 등 전반적인 업권이 불황인 만큼 기업대출 규모를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구조조정이 임박한 분야의 대기업에 대한 대출을 자제하고 기존 여신 회수에 나서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취약업종이 아니더라도 신용등급 'BBB' 이상의 우량자산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쪽으로 선제적인 위기관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서울 한 은행의 창구 모습. 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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