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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건설사 1분기 실적 대체로 '방긋'…업체별 리스크 상존
현대·GS·대림, 영업익 개선
삼성물산, 합병 효과 대신 신용등급 강등 우려
2016-05-01 11:00:00 2016-05-01 11:00:00
[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주요 대형건설사들의 1분기 잠정실적이 발표됐다. 대체로 업계 예상치를 웃도는 성적을 받아들었으나, 업체별로는 여전히 리스크가 상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물산(000830)의 경우 합병 8개월이 지나도록 안정을 못찾으면서 신용등급까지 강등될 위기에 처했다.
 
29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000720)은 매출 4조2879억원, 영업이익 2072억원, 당기순이익 869억원을 기록했다. 작년에 비해 매출은 8%, 영업이익은 3% 증가했으며, 당기순이익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영향으로 22% 줄어들었다.
 
현대건설은 해외에서의 매출 확대와 수익성 개선이 두드러졌다. 베네수엘라 정유공장 공사, UAE 해상원유처리시설 공사, 현대케미칼 프로젝트 등 국내외 대형공사에서 매출 증가세가 이어졌다.
 
특히, 싱가포르 저가 현장의 비용 반영으로 원가율 상승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UAE 플랜트에서의 클레임 타결로 500억원이 유입되면서 전체 해외원가율은 작년에 비해 2.4%p 개선된 94.6%를 기록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해외 부문에서의 수익성 개선과 지속적인 원가율 개선 노력 등으로 1분기에는 시장 신뢰를 유지하는 실적 성장세를 이어갔다"며 "향후에도 양적 성장보다는 수익성 중심의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춰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047040)은 매출 2조5503억원, 영업이익 626억원, 당기순손실 18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작년에 비해 16%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2%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역시 공정위 과징금으로 적자전환 했다.
 
대우건설은 카타르 고속도로, 모로코 발전소 등 해외 토목 및 발전 현장 매출 증대로 해외 부문이 49% 증가한 1조233억원을 기록,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국내 매출도 주택, 건축 등 모든 부문의 고른 매출에 힘입어 같은 기간 소폭 성장한 1조5270억원을 기록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자체 분양사업 등으로 국내에서 양호한 수익성을 거뒀다"며 "동남아시아 건축 현장 등이 연내 마무리되면 안정적인 이익률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외 부문의 매출 증가가 영업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선일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저마진 해외 매출액은 예상보다 늘어나고, 고마진의 국내 매출액은 생각보다 증가율이 낮아질 전망"이라며 "해외 부문 매출액 증가는 영업이익에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GS건설(006360)은 국내 주택 부문의 선전이 성장세를 이끌었다. GS건설은 매출 2조6391억원, 영업이익 291억원, 순이익 11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작년보다 14%, 영업이익은 45%, 순이익은 700% 개선됐다.
 
주택 부문 매출은 5770억원으로 작년에 비해 83% 증가했으며, 매출총이익률도 19% 늘어났다.
 
박상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저마진 미착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 증가로 13%의 이익률을 예상했으나, 규모의 경제로 인한 원가율 하락, 주택 준공 청산 등으로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고 판단했다.
 
다만 여전한 해외 저수익 현장이 걸림돌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현장에서 추가 비용이 반영되면서 플랜트 매출총이익률이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대림산업(000210)의 경우 건설 부문이 해외 추가원가 발생으로 주춤한 사이 석유화학사업부가 실적을 견인했다.
 
대림산업은 매출 2조2537억원, 영업이익 908억원, 당기순이익 35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작년에 비해 12%, 영업이익은 32% 증가했으며 순이익은 37% 줄어들었다.
 
석화 부문은 영업이익 546억원으로 작년보다 55% 이상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영업이익률도 20%를 기록하면서 500억원대 영업이익을 시현했다.
 
반면, 건설 부문의 경우 주택을 포함된 건축 매출액이 89% 급증했으나, 쿠웨이트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추가원가가 발생하면서 발목이 잡혔다. 다만 이 프로젝트는 실행원가율을 확정해둔 만큼 추가 부실 가능성은 적은 편이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건설부문 이익률이 1분기에 훼손된 만큼 2분기 이후 건설 부문의 수익성 회복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주택사업 부문의 호조로 매출이 신장하는 만큼 2분기부터는 3%대 영업이익률로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삼성물산의 경우 흑자전환할 것이라는 증권가 예상을 깨고 40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주요 상장 대형사 가운데 유일한 적자 기록이다.
 
건설부문(옛 에버랜드 건설 부문 포함) 실적이 매출 2조7930억원, 영업손실 415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제일모직과 합병하기 이전의 옛 삼성물산이 작년에 기록한 매출액(3조1363억원)보다도 10% 줄어든 수준이며 영업이익은 485억원 흑자에서 9배가량인 4150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셈이다.
 
해외에서는 카타르 도로 프로젝트 미확정 공사설계변경(V/O), 사우디 빌딩 공사의 공기지연에 따른 비용 등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원가 상승 요인을 이번 분기부터 손실로 반영하면서 적자 폭이 늘었다.
 
삼성물산 측은 "수주산업 회계 투명성 강화 추세를 고려해 이번 1분기부터 손익관리 기준을 대폭 강화한데다 일부 해외 프로젝트의 손실 반영으로 적자폭이 늘었다"며 "현재 해외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한 예측 가능한 손실을 선반영해 점차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국기업평가(034950)는 사실상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시사했다.
 
한기평 측은 "1분기 실적이 당사 전망치를 크게 벗어난 데다 현재 신용등급에도 부합하지 않는 수준"이라며 "신용등급을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삼성물산의 무보증사채 등급은 'AA+(안정적)'이다.
 
대형건설사들이 1분기 양호한 실적을 거뒀음에도 여전히 해외 등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공사 현장. 사진/뉴시스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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