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국내 관객들로부터 사랑받는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가 곧 한국을 찾는다. '캡틴 아메리카'의 세 번째 시리즈인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시빌 워')다. 이 영화는 이례적으로 전 세계 중 국내에서 가장 먼저 개봉한다. 그만큼 한국 영화시장을 중요시 여기는 것으로 해석된다.
'시빌 워'의 주역인 조 루소 감독과 캡틴 아메리카 역의 크리스 에반스, 윈터솔져 역의 세바스챤 스탐, 팔콘 역의 안소니 마키는 22일 오전 10시(현지시간)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컨벤션센터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났다. 총 12개국이 참여했지만, 기자회견을 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한국 영화 시장의 위상을 알아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대목이다.
한국에서 '시빌 워'에 대한 벌써부터 관심은 뜨겁다. 다수의 영화관계자들이 천 만 관객을 예상하고 있으며, 예매율도 70%를 넘고 있다. '시빌 워'는 기존 히어로물과 달리 신념과 신념의 충돌이라는 철학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 맨의 처절한 싸움이 그려진다는 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간의 관심은 아무래도 조 루소 감독과 크리스 에반스에게 쏠려 있다. 그래서인지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극 중 특별한 신념을 보이지 않으며, 비중도 비교적 크지 않은 팔콘 역의 안소니 마키에게는 다소 적은 질문이 돌아갔다. 하지만 안소니 마키는 적은 답변의 기회에도 불구, 매번 임팩트 있는 표현과 정성이 담긴 답변, 큰 리액션 등으로 자신의 매력을 한껏 펼쳤다.
안소니 마키.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톰 홀랜드가 싫어요"
기자회견이 시작된 뒤 약 네 개 이상의 질문이 루소 감독과 크리스 에반스에게 이어졌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2004)에서 쇼렐 베리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안소니 마키였지만, 이날만큼은 다른 출연자들의 이야기에 경청을 하는 입장이었다.
그런 중에 안소니 마키에게 마침내 "'시빌 워'를 촬영하면서 에피소드가 있었는가"라는 질문이 던져졌다. 히어로물인 만큼 촬영 중에 힘들었던 이야기가 답변으로 나올 거라는 예상을 뒤엎고 그는 스파이더맨을 연기한 톰 홀랜드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안소니 마키는 "스파이더맨의 톰 홀랜드는 나랑 잘 안 맞는 것 같다"면서 "스타 의식이 너무 강했다. 두 시간에 한 번식 주스를 마셔야 했고, 물도 특정 브랜드만 먹었다. 스낵도 까다롭게 고르더라. 그래서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 배우들이었다면 쉽게 하기 어려웠을 발언을 가볍게 꺼내는 안소니 마키의 모습에 장내 분위기가 잠시나마 어색해졌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즐겁고 신난다는 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안소니 마키.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히어로물, 연기하기 너무 어려워"
2014년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부터 MCU에 참여한 안소니 마키는 2002년 '8마일'로 데뷔, 다양한 작품에 참여한 유명 배우다. 캡틴 아메리카의 의견을 언제나 지지하는, 진지하면서도 위트 있는 팔콘 역을 훌륭히 소화하고 있다. 그는 진솔한 모습을 꺼내놓는 것을 자신의 연기철학으로 언급했다.
그는 "나는 어떤 캐릭터를 맡든 규정짓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대본을 보고 믿고, 감독의 의견을 수용해 그것을 최대한 솔직하게 표현하려고 한다. 솔직하게 하려다보니 어떤 판단도 미리하지 않는다. 그러면 진솔한 모습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그의 연기는 자연스럽고 편하게 다가온다. MCU 외의 작품에서 그는 어깨에 힘을 뺀 톤으로 연기를 한다. 연기가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는 그는 히어로물 촬영이 다른 영화에서 연기를 하는 것에 비해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많은 작품에 참여했지만, 히어로물은 특히 어렵다"고 말한 안소니 마키는 "집에서 테니스공과 대화를 하고 연기를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첫 날 촬영장이었다. 7m되는 플랫폼에서 뛰어내리면서 가짜 총을 들고 하늘 위의 비행기에 총을 쏘면서 앞으로 덤블링을 하며 착지를 하라는 디렉션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촬영장엔 비행기도 없었고, 총도 가짜였다. 상대방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 입으로 총을 쏘면서 연기에 임했다"면서 하늘에 총을 쏘는 액션과 함께 '뚜두두두'라며 소리를 냈다. 자신의 이야기에 신이 난 듯 즐겁고 유쾌하게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그러면서 안소니 마키는 "나중에 결과물을 보니 정말 안 좋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연기를 해야하는지 배웠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마무리 했다.
안소니 마키.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싸움은 근육으로 한다"
기자회견이 막바지로 치달을 때쯤 배우와 감독 네 명에게 "아이언맨 팀과 캡틴 아메리카 팀이 끝까지 싸우면 누가 이길 것 같나"라는 질문이 던져졌다.
안소니 마키는 기다렸다는 듯 마이크를 채잡고 "우리가 무조건 이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크리스 에반스의 팔뚝을 가리키며 "티셔츠 터지는 거 보이지 않냐"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리고는 뒤의 포스터에 있는 아이언 맨을 가리키면서 "나이에 대해 차별을 두고 싶지 않지만, 우리는 젊고 탄탄하고 잘생겼다. 저들은 늙었다"는 말을 진지하게 내뱉었다.
그러면서 그는 팔뚝의 이두박근을 자랑하며 "우리는 근육이 있다. 저들은 슈트 밖에 없다. 저 아저씨(아이언 맨)는 근육이 없다. 싸움은 근육이다"고 말했다. 안소니 마키는 '데이아 올드'(They're old), '노 머슬'(no muscle)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그의 유쾌한 발언에 한국 기자들은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공식적인 질의응답이 끝난 뒤 한국팬들을 향해 간단한 소감을 밝히는 시간도 있었다. 크리스 에반스의 인기를 염두에 둔 진행자는 조 루소 감독, 세바스챤 스탐, 안소니 마키, 크리스 에반스 순으로 대답을 해주길 요구했다.
자신의 차례가 왔음에도 안소니 마키는 휴대전화를 하며 "난 지금 할 일이 있다"고 크리스 에반스가 먼저 대답을 하길 원했다. 크리스 에반스가 대답을 마치자 그는 "안녕하세요"라며 밝게 웃었다. 기자들에게 '굿 바이'에 해당하는 “안녕히 가세요”를 말하고자 했지만, 서툰 한국어 실력 때문에 "안녕하세요"라고 말한 것이다.
통역으로부터 정확한 표현을 들은 안소니 마키는 다시 마이크를 잡고 손을 흔들며 "안녕히 가세요"라고 웃어보였다. 행사가 끝난 뒤 관계자에 따르면 안소니 마키는 한국 기자들에게 한국말로 인사말을 하기 위해 황급히 인터넷 검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짧은 순간이었음에도 주어진 상황을 유쾌하게 접근하려는 그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비록 크리스 에반스나 세바스찬 스탐보다 적은 질문을 받았지만, 안소니 마키는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매력을 선보였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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