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총선 이슈로 잠잠했던 분양시장이 재개되면서 거리에 불법현수막이 다시 판을 치고 있다. 건설사와 분양업체는 '마케팅 방법 중 하나'라고 말하지만, 허가를 받지 않은 현수막들이 넘쳐나면서 단속을 해야 하는 일선 지자체 담당들과의 마찰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단속한 불법현수막은 10만5761건으로, 전월에 비해 84%가량 증가했다. 작년 11월 5만8454건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다섯 달 만에 곱절로 뛴 셈이다.
분양광고업체 관계자는 "시행사나 분양대행사 입장에서는 수천만원의 과태료를 물더라도 불법현수막 광고를 하는 것이 금액적으로 훨씬 이득일 수 있다"며 "광고 효과로만 보면 분양 현수막이 가장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선 지자체가 수시로 단속을 하고 있지만 마구잡이 현수막 설치는 줄지 않고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현수막 제작비용이 개당 10만원 안팎이었으나, 최근에는 싼 자재를 사용하고, 업자들간 덤핑 경쟁이 이어지면서 개당 3만원 이하까지 떨어졌다. 가격이 싸지자 현수막 마케팅이 더 과열됐다.
불법으로 현수막을 설치하는 방법도 갈수록 다양화되고 있어 단속하기도 어려워 졌다. 그 중 하나가 '인간 현수막'이다. 현수막을 가로수나 전봇대 등에 걸어두는 방식이 아니라 사람이 기둥이 돼 현수막을 들고 있는 방식이다. 구청이 단속에 나서거나 경찰이 통행 불편을 문제 삼으면 현수막을 접었다가 다시 펴면 된다.
이 관계자는 "불법이긴 하지만, 절대 걸릴 일이 없다"며 "사람이 들고 있다가 뛰어가는데, 어떻게 잡을 수 있겠나. 대개 처음에는 경고 조치로 끝나기 때문에 과태료를 무는 일은 더 드물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지자체 단속이 느슨한 금요일 오후 내걸었다가 주말 동안 효과를 본 뒤 월요일 자체 수거하는 게릴라식 작전도 있다.
이 같은 불법현수막들은 단속기관도 속수무책이다. 서울 종로구청 가로환경정비 담당자는 "떼고 나면 귀신같이 다시 붙여놓는다"며 "과태료를 부과해도 '돈 다 내겠다'며 오히려 큰소리 치는 게 분양업자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천만원의 과태료를 깎아달라고 로비하는 경우도 있다"며 "인허가 담당부서가 불법현수막에 대해 경고하고,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분양을 취소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행정자치부는 서울·부산 등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불법현수막 수거보상제'를 전국으로 확대키로 했다. 시민이 직접 불법현수막을 수거하고 주민자체센터 등에 이를 확인해 자치구에서 수거에 대한 보상비용을 지급하는 제도다.
서울시의 경우 장당 2000원(족자형 현수막의 경우 1000원)씩 일 10만원, 월 200만원 한도 내에서 보상하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단속에 나서게 되면 단속 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되고 단속 효율성도 높아질 것으로 일선 지자체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분양시장이 재개되면서 늘어나는 불법현수막으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종로구가 수거한 불법현수막. 사진/성재용 기자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