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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는 없다"…SK이노베이션, 포트폴리오 재편
전통적 사업에서 비전통적 사업으로 중심 이동…정철길 부회장 "ICT보다 빠른 기업 되겠다"
2016-04-20 16:01:39 2016-04-20 18:07:26
[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유가는 하루에도 수달러씩 바뀌고, 환율은 어제 15원 가까이 내렸습니다. 과거 한 달을 보고 넉넉하게 운영했던 것과 달리 이제 한 주씩 잘라서 빠르게 대응해야 합니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096770) 부회장은 저성장·저물가·저금리 등 '3저'로 대변되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대비해 속도와 유연함을 키워 과감한 인수합병(M&A)과 글로벌 파트너링(Global Partnering)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특히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전기차배터리와 관련해 "중국에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20일 서울 서린동 SK이노베이션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경영 전략을 밝혔다. 그는 "배터리 제조 합작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조만간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예고하며 "전기차 시장은 마라톤에서 이제 막 1km를 진입한 시장으로, (경쟁사인)LG화학(051910)삼성SDI(006400)도 잘 뛰길 바라고 우리도 타이밍 늦지 않게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BESK 테크놀로지 등 중국 내 합작법인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의 이런 변화는 주력인 석유사업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영업이익 1조9000억원으로 역대 두 번째의 호실적을 거뒀지만 언제 2014년의 악몽이 재현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석유산업은 최근 저유가와 공급과잉으로 탐사·개발 등 상류부문은 어려움을 겪는 반면 정제·유통 등 하류부문은 수요 증가로 마진을 크게 남기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 시장의 성장 등 '탈(脫)석유화 트렌드'가 확산되며 혼돈 양상을 띠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정유사업이 산유국들의 패권경쟁 여파로 수혜를 보고 있지만 호황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김준 SK에너지 사장은 "중장기적으로 공급초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많다"며 "유가 하락으로 수요가 늘었지만 장기 저성장으로 이어지면 정제마진 압박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기존 에너지·화학 중심의 전통적인(conventional) 사업에서 배터리분리막(LiBS) 등 비전통적인(unconventional) 사업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어떤 ICT(정보통신기술) 회사보다 더 빠르게 대응하는 게 경영 목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에서 에너지·화학을 성숙산업으로 보기 때문에 수익이 높아도 퍼(PER)가 낮게 저평가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자회사 SK E&P America는 업스트림에서 꾸준한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정 부회장은 "유전 가치가 단기적인 유가로 평가되지 않기 때문에 추가 인수하기엔 아직 가격이 높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M&A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종합화학은 기술 경쟁력이 있는 글로벌 강소기업 인수를 추진 중이며, 윤활유 사업은 합작과 M&A를 통해 완제품 강화 방향으로 사업구조를 조정한다. 
 
정 부회장은 취임 당시 내걸었던 SK이노베이션을 2018년까지 기업가치 30조원이 넘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도 다시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순차입금 규모를 2014년 7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3조500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2014년 119%에서 지난해 84%로 낮췄다. 정 부회장은 "투자를 지속하겠지만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것보단 자금 소싱을 늘리는 등의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향후 기업 생존 및 성장 전략을 공유했다. 김형건 SK종합화학 사장, 정철길 SK인노베이션 부회장, 김준 SK에너지 사장. 사진/Sk이노베이션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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