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선거참패 책임론 대신 당권 다툼 본격화
친박계, 패배 책임은 크지만 이정현·이주영 등 뚜렷한 당권주자 많아
비박계는 정병국·심재철 정도…원유철 원내대표 비판하며 친박 압박
2016-04-17 16:38:04 2016-04-17 16:38:28
[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총선 참패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새누리당이 차기 당권을 놓고 본격 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총선 패배가 친박계나 비박계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책임으로 귀결되지 않는 상태에서 치열한 당권 쟁탈전이 예상된다.
 
친박계에서는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이정현 의원이 당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이 의원은 호남에서 여당 의원 최초로 재선에 성공하면서 스스로 입지를 크게 강화시켰다. 총선 패배의 원인인 공천파동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이 의원은 당선 직후 “당권에 도전해 대한민국과 새누리당을 바꾸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총선 전부터 당권 도전이 기정사실화됐던 최경환 의원이 있다. 최 의원은 총선 이후 당권을 장악하고 차기 대선 후보를 친박계 인물로 세우기 위한 정지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최 의원의 이른바 ‘진박 마케팅’이 문제였다는 책임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권 도전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 총선 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들의 복당은 절대 불가능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던 최 의원은 1당을 빼앗기는 결과가 나오자 “나는 평의원이다. 지도부에 물어 보라”며 목소리를 급격히 낮췄다.
 
지난해 2월 원내대표 경선 때 청와대의 지원을 받고 나섰지만 유승민 의원에게 패하고 만 이주영 의원도 차기 당권 도전이 예상되는 인물이다.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한 친박계이지만 계파색을 뚜렷이 드러내지 않아 비박계의 반발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총선 후 당 상황을 수습하고 계파간 갈등을 봉합하는데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많다.
 
현재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원유철 원내대표도 당권 도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총선 직후 지도부가 일괄 사퇴하면서 원 원내대표가 당을 이끌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면서 당권 도전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나 원 원내대표도 이번 총선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지도부의 일원이어서 명분은 약하다.
 
친박계는 박근혜 정부의 후반기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반드시 당권을 차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 대표가 내년 대선까지 책임진다는 점에서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도 당권이 꼭 필요하다.
 
비박계에서 거론되는 인물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상황이다. 대표적인 친이계 인사인 이재오 의원과 정두언 의원은 낙선했고, 그나마 당선된 사람 중 당권 도전이 가능한 인물은 정병국 의원과 심재철 의원 정도다. 그러나 두 사람은 모두 아직까지는 당권 도전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총선 패배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당권을 그냥 친박계에 내줄 수는 없다. 총선 참패 책임을 친박계에 물어야하는 입장에서 손 한번 쓰지 못하고 당권을 빼앗길 경우 무능하다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비박계는 총선 참패의 민심이 왜곡될 수 있다며 반드시 당권을 장악하고 친박계에 패배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친박계에 대한 비박계 공격은 이미 시작됐다. 김재경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친박계인 원 원내대표를 향해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김세연·오신환·황영철·이학재 의원은 국회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해 “새 원내대표를 최단기간 내에 선출할 것을 촉구한다”며 “새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이 되어 비대위를 구성하고 당 정비와 쇄신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역시 원 원내대표를 겨냥한 요구다.
 
친박계와 비박계는 언제 전당대회를 하면 유리한지 저울질을 시작했다. 친박계는 당내 혼란을 빨리 수습하기 위해 조기 전당대회가 필요하지만 총선 책임론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주도권을 비박계에 빼앗길 수 있다. 비박계는 친박계 책임론을 띄우기 위해 조기 전당대회가 중요하지만 당장 떠오르는 주자가 없다.
 
차기 원내대표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이번에 뽑히는 원내대표는 여야 3당 체제에서 협상을 잘 이끌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평가가 높다. 당청관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경험이 풍부하고 전략적 사고를 할 줄 아는 인물이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친박계 중 차기 원내대표로 거론되는 인물은 유기준, 정우택, 한선교, 홍문종 의원 등이다. 비박계로는 김정훈, 나경원 의원이 있다. 신임 원내대표는 다음달 초 20대 총선 당선인대회에서 경선 방식으로 선출될 전망이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새누리당 김세연, 이학재, 황영철, 오신환 의원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새누리당 쇄신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후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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