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 서울 관악갑과 관악을 선거구를 가르는 경계에 있는 지하철 2호선 신림역은 총선을 하루 앞두고 마지막 지지를 호소하는 후보들과 유세단이 대거 몰리며 평소보다 더 혼잡했다.
"일꾼을 뽑자"는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 "되찾자"는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후보, "관악 토박이"를 외치는 국민의당 이행자 후보 등 관악을에 출마한 5명의 후보자들은 저마다의 구호를 외쳤다. 관악을 주민들이 실제 반응하는 구호는 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12일 오전 서원동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이모(83)씨는 일찌감치 사전투표를 마쳤다. 그는 "1번을 찍었다. 야당 27년 시켜봤는데 한 게 뭐가 있나? 예전에 오세훈이 시장하면서 전철이니 뭐니 많이 해놨다. 이제는 예전처럼 당이 아니고 일을 할 수 있는 똑똑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동부아파트 근처에서 만난 신원시장 상인 박모(54·여)씨도 "하던 사람이 일해야 하지 않겠냐"며 오 후보를 지지하다고 밝혔다.
신림교 밑에서 아침 운동을 하던 50대 중반의 김모씨 역시 '일 할 수 있는 사람'을 강조했다. 하지만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했다.
김씨는 "여기가 서민층 동네인데 세상이 가진 동네와 못 가진 동네, 노인과 청년으로 자꾸만 나누어져가는 것 같다"며 "둘을 조화롭게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내가 노인 관련 사업을 하는데 정부에서 노인단체에 내려주는 돈이 어마어마하다. 사실 그 돈들이 청년들한테 쓰여야 하는데 대통령이 그런 일을 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조장하는 것 같다. 이런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뽑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꾼론'을 펼치는 오 후보를 '노아의 방주에서 날아간 비둘기'에 비유하기도 했다.
김씨는 "노아가 바깥세상에 아직도 홍수가 계속되는지 알아보려고 비둘기를 내보냈다. 비둘기는 그냥 노아가 나가라니 나간거고 그냥 홍수가 그쳤으니 안 돌아온 것이다. 자기가 한 일 없이 오고 가다 운 좋게 땅을 찾은 것"이라며 "이 동네 홍수는 멈춘 게 당이 쪼개지면서 홍해 갈라지 듯 잠시 맨땅이 드러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난곡사거리에서 만난 난향동 주민 최모(24)씨는 "아버지가 이행자 후보 아버지(이재진 전 서울시의회 부의장)도 잘 알고 이행자 후보도 시의원하면서 동네 사람들 살뜰하게 잘 챙겼다면서 꼭 투표하라고 하셨다. 다른 후보는 딱히 관심이 안 간다"며 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야권 후보 분열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심경은 복잡다단했다.
도림천을 따라 출근길 지하철을 타러 가던 이모(31)씨는 "정치에 크게 관심은 없는데 투표는 할 생각이다. 일단 새누리당이 잘 해온 거 같지는 않아서 야당을 찍을 생각인데 야당이 분열돼 있으니 누구 하나를 딱 정하기가 쉽지 않다"며 "어차피 나누어져 있어서 안 될 거 내가 뽑았다는 생각이라도 들게 새누리당을 찍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신사시장에서 방앗간을 하고 있는 윤모(59)씨는 "관악이 야당 세가 강한 곳이라고 하는데 옛날이야기다. 원룸들이 들어서면서 호남 출신에 기득권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다 집 팔고 떠나버렸다"며 "국민의당 후보가 안 나왔어도 이제 관악에서 새누리당이 만만하지는 않을 거 같다. 앞으로는 새누리당이 민주당이랑 일 대 일로 붙어도 여당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12일 오후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 한 후보자의 유세 현장에 나온 시민들이 후보자의 연설을 듣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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